지난달 28일 국민일보가 30기 수습기자 최종 합격자를 발표하자 국민일보 내부에서 사측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종 합격자 5명 중 여성이 단 1명이라는 이유에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국민일보지부와 국민일보 여기자연합회는 지난 25일 오후 국민일보 노조게시판에 “시대착오적 공채 결과, 사측은 답하라”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이고 “30기 공채 수습기자 합격자 명단을 보면서 우리는 반가움에 앞서 당혹감과 커다란 분노를 느꼈다. 5명의 취재기자와 1명의 사진기자, 전체 6명 중 여기자는 단 1명이라는 결과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디어오늘이 지난 10년간(2011년~2020년, 21기~30기) 국민일보에 합격한 72명의 수습기자 중 여성 합격자 수를 전수 조사한 결과 여성 합격자는 19명에 그쳤다. 디자인=안혜나 기자.
▲미디어오늘이 지난 10년간(2011년~2020년, 21기~30기) 국민일보에 합격한 72명의 수습기자 중 여성 합격자 수를 전수 조사한 결과 여성 합격자는 19명에 그쳤다. 디자인=안혜나 기자.

실제 국민일보는 남성 수습기자와 비교해 여성 수습기자를 월등히 적게 채용하고 있었다. 미디어오늘이 지난 10년간(2011년~2020년, 21기~30기) 국민일보에 합격한 72명의 수습기자 중 여성 합격자 수를 전수 조사한 결과 여성 합격자는 19명에 그쳤다. 전체 합격자 비율 중 여성은 26%였다. 

국민일보지부와 국민일보 여기자회는 “더욱이 수습기자 공채 전형에 서류를 접수한 응시자의 성비는 여성이 남성의 두배였다고 한다. 필기시험을 본 1차 서류 통과자의 여성 비율은 더 높았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기자 채용 과정과 평가를 단순 수치화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1차 전형까지 1대2를 넘었던 남녀 구성비가 최종 결과에서 4대1로 역전된 극단적 결과를 납득할 이는 많지 않다”고 비판했다.

국민일보지부와 국민일보 여기자회는 “코로나19로 여느 때보다 깐깐한 기준을 적용했던 서류 전형을 통과한 여성 지원자들이 필기와 면접 전형에서는 유난히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타 언론사는 물론 기업과 공공기관, 사회 전반에서 능력 있는 여성을 전진 배치하는 시대에 여전히 신입 채용 성비를 논해야 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국민일보지부와 국민일보 여기자연합회는 지난 25일 오후 국민일보 노조게시판에 “시대착오적 공채 결과, 사측은 답하라”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게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국민일보지부와 국민일보 여기자연합회는 지난 25일 오후 국민일보 노조게시판에 “시대착오적 공채 결과, 사측은 답하라”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게시했다.

국민일보지부와 국민일보 여기자회는 “국민일보의 여기자 채용 현황은 언론계에서도 최하위 수준인 지 오래”라며 “2019년 기자협회가 주요 15개 언론사 여기자 비율을 조사한 결과 본보는 18% 수준으로 뒤에서 3위를 기록했다. 언론고시 준비생 사이에서도 ‘국민일보는 여기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할 정도”라고 꼬집었다.

또 “신입 채용은 단순히 한해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한 기수에 여기자가 한두 명에 그치는 상황이 되풀이되는 한 국실장급 여성 간부 배출은 앞으로도 어렵다. 매일 진행되는 편집국 회의에 여성이 단 한 명도 없는 현실 또한 그 결과라 할 수 있다”며 “이런 현실에서 우리가 사회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의 입장과 시선을 균형 있게 반영하고 다양한 어젠다를 제대로 다루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라고 했다.

이어 “사측은 우선 인사·면접위원 내 특정 성별이 60%를 넘지 않도록 하고 채용 과정에서 심사단계별 성비 자료를 보관·관리하도록 하는 등 절차적 원칙을 마련하라”며 “이는 채용·인사 과정의 성차별 방지를 위해 정부가 권고하는 기본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인사위원 중 한 명인 A씨는 26일 미디어오늘에 “회사가 수습기자를 뽑을 때 (특정 성별이 더 뽑히도록) 인위적으로 조절하지 않는다. 인사위원 6명이 개별적으로 성적을 매겨 합산한 점수다. 여성 합격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면서도 “결과만 갖고 이야기하면 (비판을) 수용하기 힘들다. 인사권은 회사 고유의 권한”이라고 반박했다.

‘노조와 여기자회가 제시한 대안을 검토해볼 수 있냐’는 질문에 A씨는 “회사도 이 부분에 대해서 알고는 있다. 회사가 충분히 염두에 뒀던 부분이긴 하지만 (여성 채용을) 몇 퍼센트로 정해 지킨다는 식의 인위적 조정은 부자연스럽다. 탄력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