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코로나19가 확인된 지 1년여간 언론계 곳곳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확진자가 발생한 언론사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일부 부처, 경찰청, 대검찰청 등 주요 기관과 기업 기자실 등이 폐쇄됐다. 국회는 지난해 여러 차례 ‘셧다운’됐다. 연이은 위기 속에서도 춘추관은 확진자 ‘0명’을 지키고 있다. 청와대의 신속한 대처와 각 언론사의 협조, 적절한 매뉴얼이 시너지를 이뤘다는 평가다.

춘추관은 지난해 8월 신설한 ‘청와대 출입기자 등록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정’ 제19조(감염병 발생에 따른 조치)에 따라 방역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1단계는 자발적인 재택 권고, 2단계부터는 고정출입제 시행과 외부인 접촉 자제, 3단계에 이를 경우에는 춘추관 폐쇄가 원칙이다. 거리두기 단계가 0.5단계 단위로 세분화된 뒤에는 한 단계 상향된 수준에 준해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지침 자체도 조만간 개정될 전망이다. 신속한 매뉴얼 정비에는 제1부속실 출신으로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했던 김재준 춘추관장 역량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방역조치 핵심은 외부와의 접촉 차단, 밀집 인원 최소화다. 우선 지난해 11월부터 지속적으로 ‘고정출입제’가 시행되고 있다. 보통 청와대 외에 국무총리실이나 국회∙부처 등을 함께 출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중 한 곳만을 고정적으로 출입하도록 한 제도다. 기타 출입처에 비해 출석율을 엄격하게 따지는 청와대이지만, 고정출입제가 시행되는 기간 동안 다른 출입처로 출근하는 날도 출석일수에 포함하고 있다.

▲지난 18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2021년 문재인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이 현장, 온라인 동시참석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진=청와대
▲지난 18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2021년 문재인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이 현장, 온라인 동시참석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진=청와대

재택근무도 적극 권장하고 있다. 특히 하루 확진자 1000명대가 이어졌던 지난달부터 올해 초까지는 기자실에 상주하는 출입 기자들을 1, 2조로 나눠 50% 격일제 출근을 의무화했다. 지난 3일로 의무 격일제는 해제됐지만 각 언론사 차원에서 자발적인 재택근무, 격일 내지 격주 출근을 시행하면서 밀집도가 조정되고 있다. 하루 평균 춘추관 출입 인원은 코로나 발생 이전에 비해 3분의1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또한 관련 제도가 시행되는 동안에는 출입기자가 소속된 회사에서 근무하는 일도 최소화하고 있다. 청와대와 자택 만을 오가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두되, 뉴스 등 방송스튜디오 출연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1회 내근 시 일주일 간 재택근무를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일주일 재택근무가 어려운 경우에 한해서는 기자단과 춘추관의 협의에 따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일정과 관련한 ‘풀’(pool) 취재 인원도 대폭 축소했다. 청와대에서는 풀기자단에 속한 사진∙영상∙취재기자 중 일부 인원이 돌아가면서 관련 일정을 취재해 다른 출입기자들에게 공유하고 있다. 정상적인 상황의 투입인원은 14명이지만 지금은 8명 안팎으로 축소했다. 여민관(대통령 집무실 및 비서진 업무동)에서 열리는 수석∙보좌관회의의 경우 5~6명이 취재하고 있다. 더 좁은 공간으로 옮겨질 땐 2~3명의 기자들만이 풀 취재를 담당하기도 한다. 3단계 이상의 거리두기가 시행되면 풀 취재 중단은 물론 춘추관이 폐쇄되고, 청와대의 자체적인 속기∙사진∙영상 제공 방식으로 전환된다.

출입기자들의 체온 측정은 여러 단계를 거친다. 보통 춘추관 건물에 출입할 때는 열화상 카메라와 더불어 손목의 온도를 체크한다. 풀 취재를 맡은 기자들이 대통령 등이 참석하는 회의장에 들어갈 때는 고막 체온계로 체온을 측정해야 한다. 청와대는 체온이 37.2도 이상이면 회의실 입장을 금지하고, 37.5도를 넘을 경우 코로나 검사를 받도록 조치하고 있다. 해당 조치는 출입기자 뿐 아니라 회의에 참석하는 모든 인원에게 적용된다.

대통령 보좌진을 비롯한 청와대 직원들도 “청와대가 방역의 최후 보루”라는 인식 하에 적극적으로 방역 조치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달 수도권에 임시선별진료소 약 150곳이 확충된 직후에는 대통령을 가까이 접촉하는 참모진을 중심으로 선제적인 코로나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의 경우 지난달 초 지인이 다니는 교육시설 관계자가 확진되자 밀접접촉자가 아님에도 코로나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에 나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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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여민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수석보좌관회의가 진행되는 모습. 사진=청와대

식사자리에서의 접촉 또한 차단하고 있다. 청와대 직원은 물론 출입기자들에게도 오∙만찬을 비롯한 식사 모임을 자제해달라고 전한 상태다. 청와대 주요 직원들의 경우 식사는 되도록 구내식당에서 하고 있다. 식사 시간 동안 대화를 하며 비말이 섞이는 일을 막기 위해 대화 자제 방침도 지키고 있다. 실제 식사시간 청와대 구내식당에선 투명 칸막이를 사이에 둔 사람들이 조용히 각자 식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출입기자들도 춘추관 등 청와대의 대응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재택 등을 단순히 권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민소통수석 명의로 공문을 보내거나, 일정 정도 강제적인 조치를 시행하면서 소속 회사에 보고하거나 협조를 구하기 수월해졌다는 평가다. 청와대에서도 각 언론사와 출입기자 협조가 원활하게 이뤄져 단계별 방역조치 시행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는 반응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가 먼저 선제적으로 방역조치를 했지만, 각 언론사나 기자들의 협조가 있었기에 확진자 발생을 막는 일이 가능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청와대 바깥에서의 일이다. 내부에서 인원을 조절하고 마스크를 잘 착용해도, 외부 모임 등에서 확진자와 접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식사자리를 차단하는 일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모임 금지령을 내렸다지만 5인미만 범위의 식사자리는 더러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현재까지 확진자가 없었던 청와대에서 ‘1호 확진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방역 측면엔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한 출입기자는 “내가 첫 확진자가 되면 ‘지라시’로도 돌고 기사 주인공까지 될 것 아닌가. 청와대라는 공간의 중요성도 있지만, 그런 일을 겪는 게 무서워서라도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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