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측이 구성원 공지를 통해 SBS 사장과 SBS A&T 사장, 보도와 편성, 시사교양본부장에 대한 임명동의제 조항을 단체협약에서 삭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SBS는 ‘노측의 10·13 합의 파기에 따른 후속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노사는 임명동의제 번복 여지를 없애기 위해 합의와 별개로 단체협약에 임명동의제를 명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가 규탄 성명을 냈고, 소속 기자와 PD 등 구성원도 입장문을 낼 예정이다.

SBS 측은 22일 ‘단체협약 개정을 앞둔 회사의 입장’라는 제목의 사내 공지문을 올리고 “회사 측 단협 개정안에는 ‘윤창현 위원장의 일방적 10·13 합의 파기에 따른 임명동의제 원인 무효’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SBS 측은 “10·13 합의 핵심 내용 중에는 그동안 노조가 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해온 일방 비난을 멈추고 그 내용들에 대해 법적 대응이나 유출을 하지 않는다는 약속이 포함돼 있다”며 “윤 위원장은 2019년 봄부터 임원 인사를 비난하며 노보를 통해 일방 주장해온 내용을 교묘히 피해가며 3차례에 걸쳐 대주주와 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11월4일, 윤 위원장은 집행부와 상의조차 하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10·13 합의를 정면 위반하는 내용을 담아 대주주와 전·현직 사장에 이른바 4차 검찰 고발을 기습 단행했다”고 했다.

▲SBS 측이 22일 공지한 ‘단체협약 개정을 앞둔 회사의 입장’ 일부.
▲SBS 측이 22일 공지한 ‘단체협약 개정을 앞둔 회사의 입장’ 일부.

SBS 측은 이어 “이제 단협 개정을 앞두고 회사가 분명한 입장 표명을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뒤 “직원들의 실망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앞으로도 많은 노사 간 합의를 해야 하고 이를 지키는 노사문화를 만들어가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안타깝지만 법과 원칙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점 이해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임명동의제 단협 조항은 근본적으로 ‘10·13 합의’와 별개 사안이라는 것이 언론노조 SBS본부 입장이다. SBS 노사는 2017년 10월13일 방송사 최초로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한 방송의 편성·시사교양·보도 부문 최고책임자에 대한 임명동의제 도입에 합의했다.

이 합의에 따르면 SBS 사장은 SBS 재적 인원의 60%, 편성·시사교양 최고책임자는 각 부문 인원의 60%, 보도 최고책임자는 부문 인원 50% 이상이 반대하면 임명할 수 없다. SBS 수익이 지주회사의 다른 자회사로 유출되는 수익 구조를 정상화하기로도 합의했다. SBS에 따르면 언론노조 SBS본부는 그간 문제 제기했던 대주주 및 사측의 배임 등 혐의에 대해 법적 대응하거나 유출하지 않기로 부속 합의를 했다.

당시 임명동의제 단협 명시는 10·13 합의문에 없던 사항으로, 노사가 상호 이해 아래 돌이킬 수 없도록 못 박았다는 게 언론노조 SBS본부의 설명이다.

반면 SBS는 2019년 3월 언론노조 SBS본부의 반대 시위를 물리적으로 봉쇄한 가운데 이사회를 열어 소유경영 분리 원칙을 주장하는 이사를 좌천하는 등 기존 합의 취지에 어긋나는 조직·인사 개편을 단행하거나 시도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사측의 합의 파기를 선언한 뒤 태영건설 참모의 사익 편취와 SBS 미디어홀딩스 경영자문료 몰아주기, SBS 계열사의 후니드 일감 몰아주기 등 의혹에 대해 지배주주인 태영그룹의 윤석민 회장과 박정훈 SBS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25일 오후 ‘임명동의제 파기 시도, 저의가 무엇인가’란 제목의 성명을 통해 “단체협약은 노사 관계 기본 원칙을 정하는, 사실상 SBS 노사 헌법과 같다. 기존 별개의 합의문 파기로, 노사 간 최상위 규범인 단협의 핵심 조항을 무력화시켜야 한다는 논리는 법치주의 국가에서 불가능한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019년 3월28일 SBS 이사회가 사측의 물리적 봉쇄 상황에서 강행됐다. 언론노조 SBS본부 노보 갈무리
▲지난 2019년 3월28일 SBS 이사회가 사측의 물리적 봉쇄 상황에서 강행됐다. 언론노조 SBS본부 노보 갈무리

언론노조 SBS본부는 “사측은 알림문에서 ‘(노동조합이) 10·13 파기에 대비해 임명동의제를 단체협약에 넣자고 제안했고, 회사가 이를 받아들였다’며 두 협상이 별개로 이뤄졌음을 인정하고 있다. 되레 노동조합 논리를 설명하며 임명동의제 폐기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이미 주요 언론사에서 임명동의제는 대의가 됐고, 앞다퉈 SBS의 임명동의제를 참고하고 있다”며 “노동조합은 사측의 치졸하고도 허황된 임명동의제 파괴 시도에 조금의 흔들림 없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SBS 기자협회도 규탄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SBS 노사가 진행 중인 단협 협상은 언론노조 SBS본부가 사측 안에 합의하지 않으면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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