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소속 의원을 성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당 대표직에서 직위해제됐다. 

배복주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 25일 오전 국회에서 김 대표가 성추행 사건으로 직위해제됐다고 밝혔다. 배 본부장에 따르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김 대표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당무상 면담을 위해 식사자리를 가졌는데 면담 후 나오는 길에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 장 의원은 고심 끝에 지난 18일 배 본부장에게 사건을 알렸고, 이후 조사를 진행했다. 

배 본부장은 “이 사건은 다툼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성추행 사건”이라며 “가해자인 김 대표 또한 모든 사실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이어 “사실관계를 위한 추가조사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의당 대표단 회의는 25일 당 징계절차인 중앙당기위원회에 제소를 결정하고 당규에 따라 김 대표를 직위해제했다. 

이날 장 의원도 입장문을 내고 자신이 피해자임을 밝혔다. 장 의원은 “공개적인 책임을 묻기로 마음먹은 것은 이것이 저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자, 제가 깊이 사랑하며 몸담고 있는 정의당과 우리 사회를 위하는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며 “성폭력에 단호히 맞서고 성평등을 소리높여 외치는 것은 내 정치적 소명”이라고 했다. 입장문에 ‘법적대응’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 김종철 정의당 대표. 사진=정의당
▲ 김종철 정의당 대표. 사진=정의당

 

같은날 김 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15일 장 의원과) 식사 자리를 마치고 나와 차량을 대기하던 중, 저는 피해자가 원치 않고 전혀 동의도 없는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행함으로써, 명백한 성추행의 가해를 저질렀다”며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위였고 피해자는 큰 상처를 받았다 피해자께 다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가해사실을 인정했다.  

김 대표는 “당 대표직에서 사퇴하고 성희롱 및 성폭력 예방교육을 이수하고 정의당 당기위원회에 제소해 엄중한 징계를 받겠다”며 “ 피해자는 물론, 정의당에 애정을 가져주셨던 수많은 분들께 거듭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정의당 당규에 따르면 대표가 공석이 되면 현 부대표가 대행을 맡고 6개월 내에 보궐선거를 통해 새 대표를 선출한다. 다만 사안이 엄중한 만큼 비상대책위원회 등 다른 형태의 위기극복 체제를 준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사건은 성평등문제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성범죄 피해자들과 연대하겠다고 밝힌 진보정당에서 벌어진 성추행 사건으로 당의 신뢰도에 더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더구나 오는 4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 이른바 ‘젠더선거’를 내건 가운데 이번 선거에도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정의당에서는 서울시장 후보로 권수정 서울시 의원이 출마하기로 했다. 권 의원은 지난 11일 출마선언문에서 ‘여성, 노동, 젊음, 변화’ 등을 키워드로 내걸고 이번 선거가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으로 발생한 보궐선거인 만큼 ‘젠더’를 강조했다. 권 의원은 “전임시장의 성추행이 문제되어 실시되는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늦었지만 제대로 된 ‘성평등 서울’을 이끌어갈 시장이 탄생해야 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