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 발언을 한 뒤 전 미군 고위당국자 등이 “한미 동맹의 핵심인 연합훈련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며, 양국군의 준비태세에 대해 북한의 의견을 구한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하는 해괴한 일이 발생했다.

제임스 서먼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지난 18일 ‘남북군사위원회를 통해 북한과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협의할 수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합동 훈련 프로그램을 협상 카드로 사용해선 안 된다”면서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증명할 때까지 한국과 미국은 오늘 밤에라도 싸울 수 있는 준비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훈련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 틸럴리 전 한미연합사령관도 “훈련은 군사 준비태세의 토대이자 그 자체로서 억제력”이라며 “한국민과 한반도의 안보야말로 가장 중요한 임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미국의소리방송 2021년 1월20일).

미 전직 관리들도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북한의 연합훈련 중단 요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미한 역대 정부 모두 동맹의 핵심인 연합훈련에 대해 북한의 의견을 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 부차관보는 “한국이 북한과 미-한 군사훈련에 대해 북한과 논의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지할 수 없다”며 “미국의 동맹으로서 그렇게 한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매번 아주 신경을 쓰면서 예민하게 반응을 한다”며 “필요하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부승찬 한국 국방부 대변인은 19일 “9·19 군사합의에 남북 군사당국 간 대규모 군사훈련과 무력증강 문제 등을 남북군사공동위에서 협의하기로 명시돼 있다”며 “우리 군은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어떠한 문제도 남북군사공동위원회 등 군사회담을 통해 협의해나갈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뉴스핌 2021년01월19일).

한국 국방부의 설명처럼 남북은 2018년 9월19일 체결된 9·19 군사분야 남북합의서 1조에서 “쌍방은 어떠한 수단과 방법으로도 상대방의 관할구역을 침입 또는 공격하거나 점령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하였다. (중략) 쌍방은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 문제, 다양한 형태의 봉쇄 차단 및 항행방해 문제, 상대방에 대한 정찰행위 중지 문제 등에 대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하여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합의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 발언에 대해 미 군 장성 등이 보인 태도는 군은 정치에 우선할 수 없고 그래서 군 통수권자가 대통령이라는 민주주의 체제의 기본을 외면한 무지한 발언이다. 정치가 군에 우선한다는 원칙은 한국은 물론 미국도 마찬가지다. 이런 점에 비춰 한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한반도평화를 군사훈련보다 우선한다는 기본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 전직 외국군 군사령관이 왈가왈부 하는 것은 내정간섭에 해당하는 대단히 불경스런 행동이다.

한편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최근 “미중 갈등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서는, 한국은 이미 한국전쟁 뒤 미한 상호 방위조약이 체결된 1953년에 미국을 선택했다.”고 말했다(미국의소리방송 2021년 1월20일).

이임을 앞둔 해리스 대사는  지난 19일 화상으로 진행된 제8회 한미동맹포럼 강연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 선택을 강요받는 것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지만 이는 미한동맹의 역사와 견고함에 대한 의혹을 심으려는 거짓된 묘사라고 반박하면서 “미국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1950년에 한국을 선택했고, 한국은 미한 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된 1953년 이미 미국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해리스 대사의 발언은 미중간 군사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를 자극할 수 있는 내정 간섭에 해당하는 발언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한국이 계속 준수할지 여부는 한국 정부의 판단에 죄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 조약의 적용범위는 그 전문에 태평양 지역으로 되어 있어, 쿼드가 인도태평양 지역을 무대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해리스 대사가 한국의 쿼드 참여를 압박하는 것은 부절절하다.

미중간 군사적 힘겨루기 양상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개 대사가 주재국 정부에 대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소속 루스벨트호 항모전단이 23~24일 남중국해에 진입해 훈련을 실시하자 중국 폭격기와 전투기가 대거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범해 무력시위를 벌였다(연합뉴스 2021년 1월24일). 바이든 새 정부 출범이후 두 나라의 군사적 긴장관계가 상당 수준이 되면서 한국의 입장이 곤혹스러워질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전현직 관리들의 한국에 대한 내정간섭 발언 문제 심각

전 미군 고위당국자들이나 해리스 대사가 보이는 오만방자한 태도는 지난 수십 년간 미국 관리들이 되풀이했던 것으로 이면에는 현재의 한미동맹의 핵심인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일련의 협정 등이 최선이니 한국은 딴 생각먹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다. 한미동맹이 미국에 너무 큰 이익을 주기 때문에 미국 정치권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현재의 한미관계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 정부가 한미동맹 유지라는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바이든 당선자가 대통령에 취임한다 해도 큰 틀에서 한미관계는 앞으로 큰 변화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기본 축으로 한 현재의 한미동맹을 통해 미국이 직간접으로 누리는 혜택은 이루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의 육해공 군사력이 한국을 제 안방 쓰 듯 드나든다. 미국은 자국 국방력의 수백분의 1이 되는 북한을 세계 평화의 적이라고 외치면서 모든 사태에 대비한 5027, 5015 등 군사작전계획을 세우고 군사훈련을 거의 연중 실시하는가 하면 전 세계 미군의 순환배치를 수행하는데 긴요한 기지로 주한미군 기지를 활용한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핵 선제공격 계획도 한국 정부에 알리지 않고 세워놓고 있다. 미국의 이런 군사전략의 핵심적 노림수는  핵 강대국 중국이나 러시아를 직간접적으로 겨냥한 것이지만 미국은 이를 쉽게 발설하지 않는다. 그 대신 언제나 한국을 북한의 재침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한국 정부는 공개적으로 미국의 주장에 호응할 뿐 시시비비를 가리는 쓴 소리를 내는 법이 거의 없다.

군사동맹은 전 세계적으로 다 이런 식인가? 그렇지 않다. 한국의 정치권, 학계, 언론 등은 해외의 군사동맹 사례를 거의 입에 올리지 않지만 가까운 필리핀, 일본과 미국의 군사동맹을 살피면 한미군사동맹이 얼마나 불평등한지가 그대로 드러난다. 필리핀, 일본은 한국과 함께 한 때 미국의 군사적 점령 상태를 경험한 공통점이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1953년 한국전쟁 정전협정 직후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일본과 필리핀의 관련 조약 비해 지나치게 파격적으로 미국의 우월적 위치를 인정하고 있다. 군사 동맹관계에서 한 쪽이 부당할 정도의 혜택을 누린다면 상대방은 그만큼의 불이익이나 불편을 겪는 불행을 피할 수 없는데 한국이 그런 경우다.

한국·필리핀·일본이 미국과 맺은 군사동맹 비교

한미상호방위조약이 다른 나라의 군사동맹과 차이가 있는 부분은 미국의 군사적 ‘권리’가 보장되면서 조약의 시한이 없다는 점이다.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 시킨 제 4조는 ‘상호적 합의에 의하여 미합중국의 육군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 The Republic of Korea grants, and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ccepts, the right to dispose United States land, air and sea forces in and about the territory of the Republic of Korea as determined by mutual agreement.’고 되어 있다. 이 조항의 권리(right)는 상대국의 의사와 관계없이 자국의 이익을 관철할 수 있는 자격이고 이 권리를 허여(grant), 수락(accept)하는 것은 아무 조건 없이 주고, 받는다는 의미다.

이 조항에 따라 미국은 한국에 군사력을 들여올 때 사전에 한국 정부의 동의 절차를 밟지 않게 되어 1950년대의 핵무기 등이 미국 의사에 의해 한국에 배치되었고 평택미군 기지가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군 해외기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이 주한미군기지 환경오염에 대해서도 나 몰라라 하는 것도 자기들의 권이를 행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법리를 내세우고 있다. 국내에서는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주둔군지위협정(SOFA)개정을 내세우고 있지만 SOFA는 이 조약 4조에서 파생된 부속협정이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미국의 우월성을 인정하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올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이 조약의 가장 핵심적 불평등 내용인 4조가 존재하는 한 불평등한 한미군사관계는 유지되는 것이다.

이 조약은 제 6조에서 ‘어느 한 당사국이 상대 당사국에게 1년 전에 미리 폐기 통고하기 이전까지 무기한 유효하다’는 내용으로 미국의 우월적 지위를 항구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필리핀, 일본과 맺은 군사동맹서는 미국의 권리를 인정한다는 조항은 없으며 조약의 시한을 10년으로 하고 조약의 시효가 만료되는 시점에 미군주둔의 필요성 여부를 재검토하게 되어 있다. 이에 따라 상황 변화에 따라 필리핀, 일본이 주도권을 잡고 조약개정을 논의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과 필리핀, 일본의 군사동맹에서 미군의 이들 국가의 관계는 모두 유엔 회원국답게 상호 대등한 주권국가의 위상을 서로 유지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얼마나 심각한 불평등 조약인가를 아래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 한미상호방위조약 가(假)조인식을 지켜보는 이승만 대통령(뒷줄 가운데). 사진=나무위키
▲ 한미상호방위조약 가(假)조인식을 지켜보는 이승만 대통령(뒷줄 가운데). 사진=나무위키

<한미상호방위조약>

한미상호방위조약은 1954년 1월 양국의 국회에서 승인되어 비준절차를 거친 다음 11월17일 비준서가 교환되었고, 11월18일 조약 제34호로 정식 발효되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전문과 본문 6개항의 본조약과 제3조와 관련한 미합중국의 양해사항이 포함된 교환의정서의 부속문서로 구성되어 있다.

이 조약의 전문을 보면 "본 조약의 당사국은 외부로부터의 무력공격에 대하여 방위하고자 하는 공동의 결의를 선언할 것을 희망하고 태평양지역에 있어서 효과적인 지역적 안전보장조직이 발전할 때까지 집단적 방위를 위한 노력을 공고히 할 것"이라고 명기되어 있다. 그러나 이 조약은 필리핀과 일본이 무력을 동원한 공격 등이 두 나라에 의해 취해졌을 경우 유엔 안보리에 즉각 보고하는 것과 같은 국제기구에서의 검증 절차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이는 유엔사가 한국에서의 군사적 조치에 대해 안보리에 보고하지 않는 것과 유사하다.

이 조약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당사국 중 일국의 정치적 독립 또는 안전이 외부의 무력공격에 의하여 위협받고 있다고 인정될 경우 언제든지 양국은 서로 협의한다. △각 당사국은 상대 당사국에 대한 무력공격을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고, 공동의 위험에 대처하기 위하여 각자의 헌법상의 절차에 따라 행동한다. △이에 따라 미국은 자국의 육·해·공군을 대한민국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비(配備)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대한민국은 이를 허락한다. △이 조약은 어느 한 당사국이 상대 당사국에게 1년 전에 미리 폐기 통고하기 이전까지 무기한 유효하다.

<필리핀과 미국의 방위협정> 

필리핀은 1898-1946년까지 미국의 식민 지배를 받다가 독립했다. 필리핀은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1951년 체결해 외부의 침략을 받을 경우 서로의 영토를 지키는데 합의했다. 이 조약에 따라 미국은 필리핀 내 몇 곳에 미군 기지를 유지했는데 필리핀 의회가 1992년 클라크 미군기지 유지 연장을 불허하는 결정을 하면서 미군이 철수했다. 당시 필리핀 의회는 미군기지 유지 시한을 정하고 핵무기 반입을 불가를 요구했지만 미국은 이를 거절했다. 그러다가 두 나라는 1998년에 방문군 협정(VFA)에 합의해 상호동등한 입장에서 자국 군대의 상대국 방문 규정 등을 성문화했다. 

그 후 두 나라는 VFA에 의해 연례 군사훈련을 해왔다. 그러나 작전의 범위가 동남아 주변까지 확대되면서 필리핀에서 미국의 계속 주둔에 반대하는 여론이 높아졌다. 그러다가 태풍 발생 등올 재난 구호와 위기 대응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필리핀과 미국은 2014년 방위협력강화협정(ECDA)을 체결했다. ECDA에 따라 미국은 필리핀에 영구적인 군 주재나 군사기지를 만들 수 없고 핵무기의 필리핀 진입은 금지된다. 미군은 이 협정에 따라 필리핀 정부의 초청을 받고 필리핀군에 의해 소유, 통제되는 지역과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이 협정은 두 나라가 태평양지역에서 외부로부터 무력 공격을 받을 경우 두 나라 외무장관이 이 조약의 적용문제 등을 협의한다. 무력을 동원한 공격 등이 두 나라에 의해 취해졌을 경우 이를 유엔 안보리에 즉각 보고한다. 이 협정은 10년이 시한이며 어느 한 쪽이 종료의 의사를 통보한 뒤 1년이 지난 뒤 폐기될 때까지 유효하다. 

필리핀은 지난해 2월 미국에 일방적으로 VFA 종료를 통보해 180일간의 경과 기간이 끝나는 8월에 이 협정이 공식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지난 6월 종료 절차를 6개월간 중단한다고 통보한 뒤 최근 또다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초기인 내년 상반기까지 유지할 방침을 밝혔다<연합뉴스2020년 11월 11일>. 필리핀의 VFA 종료 통보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강력하게 추진하는 '마약과의 전쟁'을 지휘한 전 경찰청장의 미국 비자가 취소된 것에 대한 반발에서 이뤄졌는데 최근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위협이 커지고 있어 바이든 후보 당선을 계기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협정 내용은 https://en.wikipedia.org/wiki/Enhanced_Defense_Cooperation_Agreement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일상호안보조약>

미일상호안보조약은 1960년 체결되었고 양측은 이 조약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각국의 헌법적 허용 범위 안에서 상호 협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 양측은 일본의 안보나 동북아에서의 평화와 안정이 위협받을 경우 이 조약의 적용에 대해 수시로 협의한다. 이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없는 내용이다.

미국은 이 조약에 따라 일본에 있는 육해공군 시설이나 지역을 활용할 수 있도록 양허를 받는다(미일상호안보조약 6조 - For the purpose of contributing to the security of Japan and the maintenance of international peace and security in the Far East,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is granted the use by its land, air and naval forces of facilities and areas in Japan. *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미국이 권리를 수용하고 한국이 양허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조약은 유엔헌장이나 유엔의 평화와 안전 유지에 대한 책임에 따른 각 국가의 권리와 의무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되어 있다. 이 조약의 유효기간은 10년으로 어느 한 쪽이 이 조약의 폐기를 통보할 경우 1년 후에 폐기된다. 이 조약은 https://en.wikisource.org/wiki/Treaty_of_Mutual_Cooperation_and_Security_between_Japan_and_the_United_States_of_America에서 참조할 수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한국의 대미 주종관계를 심화시켜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필리핀, 일본의 관련 군사동맹을 비교할 때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한미간의 군사적 주종관계를 고착화시키는 것으로 국가간 불평등 조약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 조약은 6.25 한국전쟁 직후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만들어졌는데 오늘날 중국의 급부상 등으로 동북아 구조가 급변하면서 많은 역기능을 낳고 있다. 한중 경제관계가 한미간의 그것의 두 배 가까이 되었고 한반도 비핵화 문제 해결 방식도 매우 복잡해지고 있어 한국의 자주적 역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일방적 동북아 및 한반도 정책으로 한반도가 자칫 강대국의 패권주의적 대립 속에 희생양이 될 위험성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오늘날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에, 미국 등으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기를 수입하는 국가가 되었다는 점에서 과거의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연장하는 것은 그 득보다 실이 커지는 미래로 간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현재와 같이 존속시키는 것은 미국에 군사적 예속 상태라는 지적을 받는 대외적 위상 추락과 국민 자존감의 훼손. 미국의 부당 이익으로 인한 한국 국민의 과중하고 자존심 상하는 경제적 부담이라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중국, 러시아 등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국의 최첨단 무기가 한국에 배치되는 것을 경계하면서 군사, 경제적 조치를 취하는 것도 한국의 국익을 손상하는 요인의 하나다. 동북아의 변화된 안보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국익을 신장시키기 위해서는 군사주권 확립 차원에서 이 조약의 개폐가 시급하다. 

한미상호방위조약, 필리핀과 미국의 상호방위협정, 미일상호안보조약 등을 비교 검토할 때 아래와 같이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문제점 -이는 어느 면에서 위헌 요인의 하나- 이 발견되어 그 개폐의 필요성이 다음과 같이 대두된다. 

-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태평양지역의 평화를 위해 집단안보를 추구하게 되어 있는데 외국의 경우처럼 자국영토와 가까운 지역에 국한해야지 한국을 포함한 태평양지역까지 그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다. 자칫 주한미군이 미국의 세계군사전략 실현을 위해 발진기지가 될 우려가 있어 개정되어야 한다.

-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한반도에 무력충돌이 발생하고 한미 등이 개입할 경우 그 이후 국제연합 안보리에 보고할 의무 등이 없다. 이는 필리핀의 경우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군사적 개입은 국제연합의 토의와 결정을 거치게 되어 있는 것과 차이가 있어 개정이 되어야 한다. 미국이 국가이기주의에 의해 자의적으로 개입하게 되는 경우도 상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미국이 한국에 군사기지를 요구할 경우 한국은 허여할 수밖에 없고 이런 규정에 힘입어 평택 미군기지는 해외미군기지 가운데 최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기지 오염문제도 심각하고 미군은 그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지지 않고 있다. 반면 필리핀은 필리핀 군 기지 내에 미군기지가 들어설 수 있게 하는 등 그 조건을 필리핀이 주도권을 갖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일본의 경우도 한국과 같은 미군사력의 배치가 미국의 권리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한국도 필리핀과 일본의 경우처럼 합리적으로 미군기지 문제를 수정해야 할 것이다. 

- 한미상호안보조약은 무기한 유효하다고 되어있지만 필리핀, 일본의 경우 그 기한이 10년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기한 만료 뒤 재협상 등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에서 이 조약과는 큰 차이가 있다. 

- 필리핀, 일본의 경우 미국과 군사동맹에 대해 수시로 협의할 수 있게 되어있으나 이 조약에는 그런 조항이 없는 것이 문제다. 

결론적으로, 국가간 군사동맹은 필리핀, 일본과 미국의 경우처럼 영원히 존속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국내외 정세 변화에 따라 폐기 또는 수정, 보완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동맹 유효기간 안에도 필요할 경우 수시로 동맹 내용 자체에 대해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동맹은 수평적, 대등한 주권국가의 수준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국제적 평화와 안전에 기여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한미동맹은 우선 그 존속기간이 무기한으로 되어 있고 조약의 수정 보완에 대한 규정도 없다. 이런 조약은 두 당사국간에 어느 한쪽이 부당하거나 비상식적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한쪽은 당연히 불합리한 입장에 처한다는 점을 함축하고 있다. 미국이 한미동맹을 항상 강조하면서 지속 필요성을 강조하는 속뜻은 필리핀과 일본이 미국과 맺은 군사동맹에서 간접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미국이 한미동맹을 통해 엄청난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정부도 이제는 할 말은 해야 한다. 냉전시대의 논리에 재갈이 물린 채 21세기에 존재해서는 안 될 불평등 조약에 대해 필리핀과 같이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 동북아의 정세는 급변하고 있고 이에 대한 당사국의 대응은 과거의 그것과 달라야 한다. 

한국 정부가 희망하는 종전선언이나 대북교류 등에 대해 미국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는 현재와 같은 군사동맹관계에서 발생해서는 안 될 현상이다. 한반도 정책을 놓고 한미간의 입장차가 확인되었고 그것이 향후 더 확대될 요인이 크다는 것은 중국이 G1의 위상으로 급부상하는데 따른 국제관계의 지각변동 때문이라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미중관계가 패권경쟁으로 치닫고 한중간 경제 관계가 한미경제관계보다 커진 상황에서 시각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중국이 사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한미동맹의 약한 고리인 한국에 보복조치를 취한 바 있는데 현재와 같은 한미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유사한 사태의 재발이 심각하게 우려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더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당사자인 한국의 자주적 역할이 강화되어야 할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수정, 보완 조항이 없고 폐기밖에 다른 방도가 없다는 것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의 평화 정착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국이 미국의 과도한 요구에 침묵하고 추종하는 것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부적절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특히 국제 사회가 한국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국민의 입장에서 국치스럽고 실제 국부가 엄청나게 미국에 제공되는, 그러면서도 미국의 위세에 눌려 지내는 불편한 상황은 이제 끝내야 한다. 문제의 한미상호방위조약 전문은 아래와 같다.

 

1953년 10월1일에 한미 두나라가 합의해 작성한 한미상호방위조약(한영문)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https://blog.naver.com/k465477/221117042719>.

​본 조약의 당사국은, 모든 국민과 모든 정부가 평화적으로 생활하고저 하는 희망을 재확인하며 또한 태평양 지역에 있어서의 평화기구를 공고히 할 것을 희망하고, 
Parties to this Treaty, Reaffirming their desire to live in peace with all governments, and desiring to strengthen the fabric of peace in the Pacific area,

​당사국 중 어느 한 나라가 태평양 지역에 있어서 고립하여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어떠한 잠재적 침략자도 가지지 않도록 외부로부터의 무력공격에 대하여 자신을 방위하고저 하는 공통의 결의를 공공연히 또한 정식으로 선언할 것을 희망하고
Desiring to declare publicly and formally their common determination to defend themselves against external armed attack so that no potential aggressor could be under the illusion that either of them stands alone in the Pacific area,

​또한 태평양 지역에 있어서 더욱 포괄적이고 효과적인 지역적 안전보장조직이 발달될 때까지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고자 집단적 방위를 위한 노력을 공고히 할 것을 희망하여 다음과 같이 합의한다.
Desiring further to strengthen their efforts for collective defense for the preservation of peace and security pending the development of a more comprehensive and effective system of regional security in the Pacific area, Have agreed as follows:

​제1조(Article 1)
당사국은 관련될지도 모르는 어떠한 국제적 분쟁이라도 국제적 평화와 안전과 정의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방법으로 평화적 수단에 의하여 해결하고 또한 국제관계에 있어서 국제연합의 목적이나 당사국이 국제연합에 대하여 부담한 의무에 배타되는 방법으로 무력으로 위협하거나 무력을 행사함을 삼가 할 것을 약속한다.

Article 1
The Parties undertake to settle any international disputes in which they may be involved by peaceful means in such a manner that international peace and security and justice are not endangered and to refrain in their international relations from the threat or use of force in any manner inconsistent with the purposes of the United Nations, or obligations assumed by any Party toward the United Nations.

​제2조(Article 2)
당사국중 어느 1국의 정치적 독립 또는 안전이 외부로부터의 무력공격에 의하여 위협을 받고 있다고 어느 당사국이든지 인정할 때에는 언제든지 당사국은 서로 협의한다. 당사국은 단독적으로나 공동으로나 자조와 상호원조에 의하여 무력공격을 저지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을 지속하며 강화시킬 것이며 본 조약을 이행하고 그 목적을 추진할 적절한 조치를 협의와 합의하에 취할 것이다.

Article 2
The Parties will consult together whenever, in the opinion of either of them, the political independence or security of either of the Parties is threatened by external armed attack. Separately and jointly, by self-help and mutual aid, the Parties will maintain and develop appropriate means to deter armed attack and will take suitable measures in consultation and agreement to implement this Treaty and to further its purposes.

​제3조(Article 3) 
각 당사국은 타 당사국의 행정 지배하에 있는 영토와 각 당사국이 타 당사국의 행정 지배하에 합법적으로 들어갔다고 인정하는 금후의 영토에 있어서 타 당사국에 대한 태평양 지역에 있어서의 무력공격을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고 공통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하여 각자의 헌법상의 수속에 따라 행동할 것을 선언한다.

Article 3
Each Party recognizes that an armed attack in the Pacific area on either of the Parties in territories now under their respective administrative control, or hereafter recognized by one of the Parties as lawfully brought under the administrative control of the other, would be dangerous to its own peace and safety and declares that it would act to meet the common danger in accordance with its constitutional processes.

제4조(Article 4) 
상호적 합의에 의하여 미합중국의 육군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

Article 4
The Republic of Korea grants, and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ccepts, the right to dispose United States land, air and sea forces in and about the territory of the Republic of Korea as determined by mutual agreement.

제5조(Article 5) 
본 조약은 대한민국과 미합중국에 의하여 각자의 헌법상의 수속에 따라 비준되어야 하며 그 비준서가 양국에 의하여 워싱턴에서 교환되었을 때에 효력을 발생한다.

Article 5
This Treaty shall be ratified by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nd the Republic of Korea in accordance with their respective constitutional processes and will come into force when instruments of ratification thereof have been exchanged by them at Washington.

​제6조(Article 6) 
본 조약은 무기한으로 유효하다. 어느 당사국이든지 타 당사국에 통고한 후 1년후에 본 조약을 종지시킬 수 있다.

Article 6
This Treaty shall remain in force indefinitely. Either party may terminate it one year after notice has been given to the other Par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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