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출범할 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 인선으로 인해 KBS의 양대노조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방통심의위원장에 정연주 KBS 전 사장이 내정됐다는 설이 돌면서 소수노조인 KBS노동조합이 비판 성명을 냈고, 이에 과반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에서 소수노조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KBS양대노조는 강선규 전 KBS비즈니스 사장이 방통심의위원으로 거론되자 비슷한 갈등을 이미 겪은 바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가 강선규 전 비즈니스 사장을 두고 ‘방통심의위원 자격이 없다’고 성명을 내자 KBS노조는 이에 언론노조KBS본부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결국 강 전 사장에 대한 위원 내정은 철회됐지만, 이번엔 정연주 전 사장에 대한 위원장 내정설이 돌자 두 노조는 또 다시 각자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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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규 전 KBS비즈니스 사장이 방통심의위 위원으로 언급됐자 언론노조KBS본부가 낸 성명(가장 위), KBS노동조합이 낸 성명(두번째), 정연주 전 KBS사장이 방통심의위원장에 내정됐다는 설이돌자 KBS노동조합이 낸 성명(세번째), KBS노동조합의 성명에 언론노조KBS노조가 낸 성명(마지막).

22일 소수노조인 KBS노동조합은 ‘정연주씨는 조중동 비판이나 더 열심히 하시라’라는 성명을 냈다.

정연주 전 사장의 방통심의위원장 내정설을 두고 “방통심의위는 ‘방송내용의 공공성 및 공정성을 보장하기위한 조직’인데, 정연주라는 인물은 ‘조중동’만 잘못됐다고 말하는 사람이며 이런 사람이 방심위 위원장이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KBS노동조합은 “한쪽 정파의 시각만을 대변해왔고, 반대편 시각의 언론에 대해 적대적 감정을 숨기지 않았던 자가 방통심의위 위원장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정연주씨는 조중동 반대 운동을 열심히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같은날 과반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정연주 전 사장 비판하는 KBS노조, 잣대부터 똑바로 하라’는 성명을 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정연주 사장의 퇴임은 KBS 흑역사의 시작”이라며 정 전 사장은 정치 권력의 입김 아래에서 물러났지만 4년 뒤 배임혐의는 무죄로, 그에 근거한 해임도 무효로 선고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2008년 경찰이 KBS에 들어와 이사회의 사장 불법 해임 강행을 호위했을 때 KBS노조(구노조)는 정연주 사장은 퇴진해야 한다며 삭발쇼를 벌였다”며 “우리 일터가 공권력 아래 짓밟힌 채, 공영방송 사장이 불법적으로 해임되는 것을 방관하고 KBS가 권력에 부역하는 길을 활짝 열어젖혔던 구노조가, 이제는 정 전 사장이 정파적이라며 쓴소리를 한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세월호 사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등에서 KBS가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국민의 눈을 가리고 제 목소리를 못 낼 때, 덩달아 정파적으로 침묵하다가 소수노조로 몰락한 구노조는 역사에 무지한 것인가? 염치가 없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KBS노조가 정연주 전 사장이 ‘조중동만 비판한다’는 논리에 대해 “조중동 신문의 문제는 편파, 왜곡 보도 행태 자체임을 누구나 안다”며 “정연주 전 사장이 이를 비판하면 그도 정파적이라는 굴레를 써야 하는가? 조중동을 비판하며 다른 언론은 적게 지적한다고 해서 그 비판자에게도 정파적이라는 굴레는 씌우는 것, 그런 논리가 아직 통한다고 보는가”라고 반박했다.

또한 올해 KBS 이사와 사장이 바뀌는 해임을 언급하고 “구노조는 누군가의 숙주가 된 채, 이상한 캠프를 꾸려 차기 권력구도에 영향 미치려는 작당 말고 잣대부터 똑바로 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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