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3일 “방송콘텐츠 시장의 주요 거래 기준인 시청률 지표의 신뢰성 부족으로 콘텐츠 가치 산정 관련 분쟁·비효율이 발생하고, 시청점유율 데이터가 N스크린(모바일, PC, VOD) 시청행태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시청행태 변화를 반영한 통합시청점유율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실시간 고정형 TV와 일간신문 영역에 한정된 시청점유율 산정범위를 온라인·모바일 영역으로 확대한다는 것으로, 방향에는 문제가 없다. 

그런데 방통위가 지금껏 수년간 수백억의 예산을 쏟았음에도, 현재까지 광고업계에서는 “활용도가 전혀 없다”는 평가다. 지상파·종합편성채널·CJ ENM 등 사업자들 이해관계가 각자 달라 새 지표에 대한 합의 과정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정책목표인 ‘시청점유율 규제’가 현실적으로 무의미하다는 반론도 있다. 종편 등장 이후 여론독점 방지를 위해 한 방송사 시청점유율은 30%를 초과할 수 없도록(KBS 제외) 방송법에 규정했는데, 30%를 넘어서는 ‘위반사업자’가 나올 가능성이 없다는 것. 

앞서 방통위는 지난해 9월 처음으로 시범 합산한 통합시청점유율을 공개했다. KBS 22.488%, CJ ENM 14.570%, MBC 11.733%, TV조선 9.636%, JTBC 9.164%, SBS 8.666%, 채널A 6.142%, MBN 5.070%, YTN 2.480%, 연합뉴스TV 2.270% 순이었다. 신문 구독률을 반영한 환산 시청점유율에서 TV조선은 5.867%, JTBC는 3.217%, 채널A는 3.354%가 통합시청점유율에 더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미완의 데이터로, 적지 않은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그런데 지난해까지 49억1600만원이었던 관련 예산은 2019년 감사원의 ‘효율화’ 지적 이후 올해 대폭 삭감됐다. 방통위는 기초 시청 조사패널을 기존 2만 가구에서 1만5000가구로 줄이고 월 시청시간 5분 미만 채널은 조사하지 않는 식으로 조사 대상 축소를 결정해야 했다. 통합시청점유율 사업을 포기해야 할까. 회의론이 적지 않지만 지금까지 투자했던 예산 또한 적지 않고, 무엇보다 현실적으로도 고정형 TV시청률 이외의 통합 시청 지표가 업계에 필요한 상황이어서 지금은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방안을 포기하지 않고 찾아야 한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측정해야 할 방송프로그램의 범위를 정하자 

우선 조사대상인 방송프로그램의 범위다. 실시간으로 고정형TV에서 방송되지 않았지만 방송사가 유튜브 등을 통해 제공하고 있는 모든 콘텐츠를 측정할 것이냐의 문제, 신문사에서 만든 영상콘텐츠도 측정대상에 포함할 것이냐의 문제가 있다. 현재 N스크린은 본방송 다음날부터 1주일간의 시청기록만 집계대상으로 한정해 ‘무한도전 오분순삭’이나 ‘태조 왕건 몰아보기’ 같은 지상파 과거 콘텐츠는 시청으로 잡히지 않는다. 

넷플릭스에서의 시청행태는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지난해 국내 넷플릭스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이들이 넷플릭스 이용시간의 20% 가량을 한국의 방송프로그램에 소비하고 있다는 닐슨미디어코리아의 조사결과(2020)도 있다. 방통위에서는 넷플릭스 반영은 기술적 문제보다 예산의 문제라고 한다. 

통합시청점유율은 특정 방송사의 본인 점유율, 특수관계자 점유율, 지분소유에 따른 점유율에 ‘환산 시청점유율’을 더한 값인데, 계산 과정도 재검토 필요가 있다. 환산 시청점유율은 특정 방송사가 소유한 일간신문의 구독률에 매체 교환율(2019년 기준 0.41)을 곱한 뒤 전체 TV채널 시청률의 합(2019년 기준 24.591)으로 나눈 값이다. 하나씩 뜯어보자. 일간신문 구독률은 어떻게 구할까. ABC협회에서 일간신문 유료부수를 받아 구독률을 추산한다. 그런데 ABC협회 자료는 믿을 수가 없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2020 신문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년 일간지 종이신문 판매(구독료) 수입은 약 4488억7600만원(연간), 일간지 평균 구독료는 월 1만2116원이다. 12개월로 나누면 한 달 평균 구독료 수입은 374억633만원이며, 이를 추산하면 일간지 유료부수는 약 308만7350부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 ABC협회가 발표한 2019년 일간지 유료부수는 약 694만4707부다. 신문산업 실태조사에서의 일간지 모집단과 ABC협회에서 부수 인증을 받은 일간지 모집단이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이에 따른 오차를 감안하더라도 ‘385만7357부’는 너무 큰 차이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일간신문 인터넷 이용률 측정, 매체교환율 계산과정 재검토

일간신문의 인터넷 이용률도 객관적 합산 방식을 마련해 구독률 지표에 통합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상당수 독자가 조선일보 기사를 조선닷컴에서 보거나 네이버에서 보는데, 이 같은 지표는 일간신문의 영향력으로 측정되지 않고 있어서 ‘여론독점 방지’라는 기존 정책의 취지에서도 벗어나 있다. 방통위는 사실상 측정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포털이나 언론사들이 자발적으로 PV를 내놓을 리 없고, 구글의 보안정책도 숙제다.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등장하는 대안은 ‘디지털ABC’다. 

신문사들은 ABC협회에 부수를 인증해야 정부광고를 받을 수 있다. 여기서 신문사별 PV 등 디지털 이용지표를 합산한 디지털ABC를 인증하게끔 바꾸면 공인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현 ABC협회는 이를 못 하고 있고, 더군다나 기존 유료부수 인증결과에도 정확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새로운 부수인증기관을 만드는 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다. 이곳에 일간신문의 유료부수와 인터넷 이용률 인증을 맡기는 식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역할이 필요한 지점이다. 

다음은 매체교환율이다. 쉽게 말하면 TV를 1로 봤을 때 일간신문의 영향력인데, 지금 매체교환율은 0.41이다. 이용자 측면 매체 영향력(0.35)과 시장 측면 매체 영향력(0.46)을 측정해 더한 뒤 2로 나눈 값이다. 이용자 측면 매체 영향력은 모집단 2000명의 유무선 전화 설문 조사 2회로 측정한다. 가장 최근 조사에서 TV를 1로 봤을 때 일간신문의 시사 정보 이용률은 0.46, 시사정보 이용시간은 0.27, 매체 의존도는 0.31이 나왔다. 이걸 다 더해서 3으로 나누면 0.35다. 수년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나온 측정 방식이지만 두 번의 여론조사를 통한 정성적 평가여서 어설퍼 보인다. 

시장 측면 매체 영향력은 광고매출액 조사로 이뤄진다. TV 방송 광고는 방통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공표집에서, 일간신문 광고는 제일기획 광고연감에서 참조한다. 2019년 기준 TV의 광고매출은 2조8392억 원, 일간신문 광고매출은 1조2965억 원이다. 여기서 지상파 라디오 광고매출은 제외했다. 그 결과 시장 측면 매체 영향력은 0.46이다. 객관적 데이터이긴 하지만 매출 비중에서 협찬 증가와 같은 변수는 고려하지 않았다. 만약 신문과 방송 중 어느 한쪽 산업의 협찬·기타 매출 비중이 크게 증가해도 영향력으로 반영되지 않으며 일종의 차별이 발생하는 한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방통위는 올해 ‘시청점유율 조사 고도화’를 내걸고 현행 Passive 방식(음성정보 추출-reference 매칭)을 Active 방식(워터마크 삽입)으로 바꾸고 “민관 논의를 통해 정확한 조사방법을 개발하겠다”고 밝혔으며 올해 가칭 ‘미디어 데이터 협의체’를 운영한다고 예고했다. 통합시청점유율 이슈에 밝은 한 전문가는 “구현이 쉽지 않은 지표지만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예전에는 논의하자면 먼저 순위를 따졌는데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사업자들에게만 맡겨 놓아서 될 일도 아니다”라며 방통위의 역할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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