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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율 증가’ ‘월요병’ 주5일제 도입 반대주장 봤더니
‘이혼율 증가’ ‘월요병’ 주5일제 도입 반대주장 봤더니
주5일제 도입 당시 언론보도 살펴보니…노동시간 단축 논의마다 나오는 반대논리, 생산성 저하·일자리 양극화 등

공무원시험 준비로 유명한 에듀윌은 지난 2019년 6월부터 주4일제를 도입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월요일 오전을 쉬는 주4.5일제를 시행하고 있고 삼성전자와 엔씨소프트 등은 한시적으로 주4일제를 도입했다. SK도 계열사에 따라 한달에 한두번 주4일제를 시행한다. 시민단체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는 2015년부터 주4일제를 도입했다.

주4일제는 직장인이라면 쉽게 공감하는 주제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지난해 7월 직장인 6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2.7%가 주4일제를 꼽았다. 

해외에서도 주4일제 시행 움직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소비재 대기업 유니레버는 뉴질랜드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일본에서, 버거체인 쉐이크쉑도 미국 서부지역에서 주4일제를 시범 실시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지난달 주4일제를 주장하자 관련 기사에는 ‘중소기업엔 부담이다’, ‘월급이 줄면 어떡하냐’, ‘투잡이 늘 것이다’ 등의 반응이 따라왔다. 주5일제 시행 전후 나왔던 우려의 목소리와 큰 틀에선 비슷하다. 국회는 2003년 8월말 주5일제(주 40시간 근무제) 시행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했고 2004년 7월부터 순차적으로 확대했다. 당시 언론보도를 통해 어떤 논리로 주5일제를 비판했는지 살펴봤다. 

이혼율이 높아지고, 건강이 나빠진다?

주5일제 시행을 하루 앞둔 지난 2004년 6월30일, 세계일보는 사설 “주5일제 시행, 삶의 질 정말 향상될까”에서 주5일제가 이혼율을 높인다는 내용을 인용했다. 세계일보는 “주5일제가 오히려 저소득 근로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고 수입증가 없는 지출증가를 초래하며, 시행 초 상당 기간 이혼율까지 높였다는 선진국 사례도 참고할 일”이라고 했다. 

주5일제가 이혼율을 높인다는 해외 사례는 독일 사례다. 지난 2003년 10월2일 조선일보는 “주5일제로 이혼이 늘어난다면?”이란 칼럼에서 “풍부한 여가 생활은 국민 삶의 질을 높여주며, 사회를 정상화하지만 대책없는 여가는 재앙일 수도 있다”며 “주5일 근무제는 독일 사례에서 보듯 이혼율 증가 등 사회적 역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1994년 독일 폴크스바겐사가 주4일제를 도입했는데 이후 폴크스바겐 주요 공장이 있는 볼프스부르크시 이혼율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독일 매체들은 “폴크스바겐의 새로운 근로제 도입으로 노동시간이 줄고 소득이 감소해 이혼율이 증가했다”고 자극적으로 보도했다. 이 신문은 “늘어나는 여가시간이 가정의 행복을 준다는 막연한 환상이 깨진 것만은 분명하다”고 썼다. 주5일제 도입으로 여가시간이 늘어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주5일제로 건강이 오히려 나빠질 수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2004년 6월28일 뉴시스는 “주5일제, 건강에 오히려 해될 수 있다”는 기사에서 성균관대 의대 신경과·정신과 교수들의 연구 내용을 전했다. 근무일수가 줄어들면 평일에 잠을 적게 자고 주말에 이를 보충하려는 경향이 발생해 평소 수면부족이 누적되고 만성수면부족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불규칙한 수면으로 수면과다증, 불면증 등 수면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 2004년 7월2일 YTN 보도화면 갈무리
▲ 2004년 7월2일 YTN 보도화면 갈무리

 

또한 뉴시스는 성취지향적인 사람과 일 중독증에 빠져있는 사람에게 주5일제가 심리적 불안감을 야기하고 휴일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YTN도 2004년 7월2일 “주5일제 만성수면부족 조심”이란 리포트에서 주5일제 실시로 월요병이 심해지고 신체리듬이 깨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이혼율 증가나 건강악화 모두 주5일제를 근본원인으로 보기 어렵지만 언론에서 이를 자극적으로 소비했다고 볼 수 있다. 

주5일제로 경제적 타격을 받는 이들 조명

주5일제 시행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전한 보도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주5일제 적용대상을 기존 1000명 이상 기업에서 300명 이상 기업으로 확대하기로 한 2005년 7월 직전 언론에선 택시기사 등 주5일제를 달가워하지 않는 이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2005년 6월30일 문화일보는 ‘<월화수목금 休休-④·끝>택시기사 “토요일 승객 절반 줄어”’이란 기사에서 “생계가 걱정인 상인, 택시업계, 일부 소외계층들은 주5일제가 두렵기만 하다”며 전북 전주에서 활동하는 택시기사의 하소연, 강원랜드가 있는 강원 정선군에서 주말에 장사가 안 돼 문닫은 점포가 30% 가까이 된다는 소식, 보건소가 유일한 의료기관인 시골 무의촌 주민들의 걱정 등을 전했다. 

▲ 2005년 6월30일 SBS 보도화면 갈무리
▲ 2005년 6월30일 SBS 보도화면 갈무리

 

같은날 SBS는 “주 5일제, 반갑지 않아요”란 리포트에서 택시기사, 지방 소도시 상인들에겐 주5일제가 울상이라고 보도했다. 

중소기업이 어렵다는 내용은 노동시간 단축 논의가 있을 때마다 나오는 단골 기사다. 2004년 6월30일 헤럴드경제는 “주5일제 내일 시행 中企 ‘유탄’ 비상”에서 “취업 희망자나 근로자들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이 심화되는 데다 벌써부터 일부 사업장에서는 숙련 근로자들이 회사를 떠날 움직임을 보이는 등 인력 단속에 비상이 걸렸다”며 “‘토요일은 휴무’라는 인식이 확산돼 생산성에도 큰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숙련공 이탈, 생산성 감소, 경제성장 저하 등의 이유를 들고 있다. 국민일보 2004년 6월23일자 기사 “주5일제, 매년 1%P씩 성장률 저하”를 보면 한국금융연구원 연구결과 주5일제 시행으로 실질성장률은 매년 0.9~1.1%P씩 감소하게 된다. 일본이 1989년부터 주5일제를 도입했는데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0%대로 하락해 장기침체국면에 접어들게 한 주된요인이라고 전했다. 

일자리 양극화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SBS는 2003년 9월4일자 “주5일제, 파트 타임 는다”는 리포트에서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면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생길 것으로 기대되지만 대부분은 시간제 근로자들로 채워질 전망이어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며 “시간제 근로는 임금과 복지혜택에서 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높고 고용이 불안정해진다는 우려도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이 역시 노동시간 단축 주장에 자주 나오는 반대논리다. 

그 외에도 “주5일제 후 지출늘어 가계에 부담”(연합뉴스 2004년 6월9일), “주5일제 이후 업무강도 더 높아졌다”(연합뉴스 2004년 8월1일), “주 5일제 수업 부작용은 없나?”(매일신문 2005년 3월26일) 등 주5일제의 부정적 단면을 조명한 기사들이 있었다. 

‘놀 생각만 하나’ 꼰대스타일 기사

‘근로’를 미덕으로 삼아 온 한국사회에서 휴일이 늘어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목소리는 적지 않았다. 2003년 8월31일자 SBS “주5일제 공휴일 줄어드나?”란 리포트를 보면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이제 (1인당 국민소득) 만불정도인 우리가 일본보다 더 많이 쉰다면 외자 유치도 더욱 어려워지고 우리 기업의 경영에 어려움이 커진다”며 공휴일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 2003년 8월31일 SBS 보도 화면 갈무리
▲ 2003년 8월31일 SBS 보도 화면 갈무리

 

물론 반대 의견도 전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공휴일과 휴일이 겹치면 다음날 쉬게 해주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쉬는 공휴일은 많지 않다”고 반박했다. 

놀지 말고 공부하라는 기사도 있었다. 동아일보는 2004년 6월27일 “[주5일근무제 본격 시행]<1>노는 주말이 아니다”에서 “근무시간이 줄어들면서 각 기업은 줄어든 시간만큼 인적 자원의 효율성을 중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늘어난 여유 시간을 고스란히 노는 데 까먹는다면 경쟁에서 뒤처진 낙오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늘어난 주말을 ‘제2의 인생’에 투자하려는 ‘주말 공부족’이 늘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과로사 방지 위해 노동시간 단축해야

이런 분위기에서도 주5일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한 글이 있었다. 오마이뉴스는 당시 전문가들을 칼럼진으로 섭외해 사회각종 현안을 다뤘는데 여성개발원 정진주 박사는 2003년 8월22일 쓴 “강제된 노동과 죽음, 그리고 주 5일제”에서 장시간 노동으로 과로사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이를 사회적 타살로 규정했다. 

정 박사는 이 글에서 “주40시간을 도입한 유럽 대부분 국가가 1일 노동시간을 9-10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노동시간 단축을 담보로 한 임금삭감은 실제 노동시간 단축을 어렵게 만드는 방안이므로 허용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주5일제가 남성근로자만을 위한 휴식시간이 아니라 가족구성원 모두가 휴식과 충전의 시간으로 갈 수 있는 가족내 구성원의 역할과 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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