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자유, 개방, 공유를 위한 전문가집단인 사단법인 오픈넷이 지난 18일 진실을 말한 경우에도 다른 사람의 사회적 평판을 훼손하는 내용이면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있는 형법 제307조 제1항, 일명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해 위헌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오픈넷은 “진실한 사실이 공개됨으로써 훼손되는 명예란 진실을 은폐함으로써 형성될 수 있는 과장되거나 왜곡된 평판, 즉, ‘허명’에 불과하다”며 “이를 보호하기 위해 진실한 사실을 말한 사람에 대한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본 조항은 헌법상의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위헌적 법률”이라고 주장했다.

오픈넷은 “형법 제307조 제1항은 타인의 사회적 평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표현이라면 ‘진실’, ‘허위’를 불문하고 일단 모두 범죄를 구성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업체 이용 후기, 소비자 불만 글, 미투 고발, 상사나 권력자의 갑질 행태 폭로, 내부 고발 등 거짓 없이 다른 사람의 비리나 자신이 당한 피해를 고발하는 행위까지 모두 명예훼손죄로 처벌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오픈넷은 “진실을 고발한 사람들이 오히려 역고소를 당해 형사 피의자, 수사 대상이 되어 큰 고초를 겪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에서 응당 드러나고 비판되고 개선되어야 할 부조리한 진실들이 은폐돼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오픈넷은 “이번 사건의 청구인 역시, 미투 운동에 동참하고 제3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전 직장 상사가 청구인에게 행했던 성희롱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고 이에 대한 반성 및 교정, 사과를 촉구하는 취지의 표현행위를 하고자 하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형사 처벌을 받을 우려 때문에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자”라고 밝혔다. 

앞서 2018년 4월 법학 교수 및 변호사 등 법률가 330인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폐지를 촉구하는 법률가 선언문’을 발표했으며,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약 50%가량이 해당 조항을 폐지하고 민사상의 손해 배상 문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한 바 있다. 오픈넷은 이 같은 사실을 언급하며 “세계적으로도 명예훼손죄의 형사 범죄화 자체를 폐지해가는 추세이고, 적어도 진실 사실을 말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 것이 국제법의 원칙”이라고 했다.

언론계에서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여론이 강하다.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또한 대한민국 정부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폐지를 정식으로 권고한 바 있다. 앞서 진실탐사그룹 ‘셜록’에서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지난해 10월 헌법재판소에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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