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작가 글을 무단으로 도용해 각종 공모전에서 상을 수여했다가 논란을 부른 손아무개씨가 사고 현장에 도움을 준 공로로 받았던 ‘의인상’도 추천 과정이 불분명해 주최 측이 상을 취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손씨는 지난해 4월15일 문경휴게소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화물차 기사를 발견하고 응급처치와 신고로 인명 구조에 도움을 준 공로로 의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손씨가 타인 소설과 노래 가사, 사진 등을 도용해 각종 공모전에서 수상한 이력이 밝혀지면서 그가 받았던 의인상에도 의심이 커졌다.

앞서 단편소설 ‘뿌리’로 2018년 백마문화상을 받은 김민정 작가는 손씨가 자신의 소설을 무단 도용하며 지난해 다수의 문학공모전에서 수상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20일 당 중앙위원회 국방·안보분과 위원이기도 했던 손씨를 위원직에서 해임했다. 이런 가운데 의인상에도 의문이 제기된 것.

도로공사는 고속도로 사고 현장에서 인명을 구하거나 2차 사고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 개인·단체에 주는 의인상을 지난 2018년 제정했다. 도로공사는 추천인(본인 제외)을 통해 의인을 추천받는다. 추천자는 공적 내용과 입증할 기록을 추천서와 함께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손씨가 도용 의혹에 휩싸인 뒤 도로공사 측은 의인상 수여에 문제가 없는지 검증에 들어갔는데 추천 과정에 문제를 발견했다.

도로공사 측은 21일 통화에서 “사실 확인을 위해 손씨의 추천인에게 연락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며 “이후 손씨 형으로부터 추천인이 손씨를 추천한 게 아니라는 연락을 받고 추천인 추정 불가로 수상을 취소하고 상금 100만원을 환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인상 수상 조건에 객관적으로 공적을 입증해줄 추천인이 특정돼야 하는데 뒤늦게 손씨 공적을 추천한 사람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손씨 의인상을 누가 추천했는지조차 파악이 안 되면서 도로공사 측도 당황한 기색이다.

손씨는 이와 관련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한국도로공사 측과 이 부분에 이야기를 나눴다. 친인척이 고속도로 의인상으로 추천했다. 서울에서 하행선으로 내려가다가 고속도로에서 누군가 툭 쓰러지길래 가서 구호 조치를 했고 한국도로공사 측과 이야기가 다 됐다”고 했다.

▲ 사진=한국도로공사 블로그 갈무리
▲ 사진=한국도로공사 블로그 갈무리

 

손씨가 사고 당시 신고를 했는지도 불분명하다. 지난 19일 뉴스톱은 “문경휴게소 관할 구역인 문경소방서와 상주소방서에 확인한 결과 손씨 주장과 다르게 출동한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 취재에서도 관할 소방서인 문경소방서와 상주소방서는 지난해 4월15일 문경휴게소로 출동한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두 소방서는 “다른 소방서가 출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문경휴게소 측도 기록이 없다고 전했다. 문경휴게소 관계자는 “휴게소 직원이 신고하는 경우가 아니면 따로 기록해두진 않는다. 다만 지난해 손님이 신고해 구급차가 출동한 사건이 두 건 정도 있었다”며 “한 건은 여성 고객이 신고했다. 다른 한 건은 기록이 없어 손님에 대한 기억이 나진 않는다”고 했다.

도로공사 공적 내용에는 손씨가 직접 신고했다고 나와 있지만, 당시 사고를 접수할만한 다른 여러 기관에 문의해도 손씨의 신고 사항을 접수한 곳이 없어 의인상 공적 행위를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도로공사 측은 손씨의 공적 내용 증빙 자료에 대해 “증빙 자료로 사진만 제출 받았다”고 했다. ‘소방차나 구급차가 찍힌 사진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말했다. 증빙자료 사진엔 길가에 쓰러져 있는 한 남성의 목 부위를 손씨가 만지고 있는 모습이 나와 있다.

도로공사 측은 의인상 자격 논란에 휩싸이자 블로그에서 손씨 사진을 삭제했다. 도로공사 측은 “논란이 커지며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지만 손씨와 연락이 닿지 않아 사실 확인을 할 수 없어 일단 삭제했다”고 밝혔다.

도로공사 측은 “남다른 시민의식으로 타인 생명을 구한 분들의 의로운 행동을 격려하고 공유하기 위해 제정된 고속도로 의인상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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