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XX시 주재기자 ㄱ씨는 ○○신문의 지사를 차리면서 본사에 보증금 2000만원을 냈다. 매달 수주해야 할 최저 광고 금액이 500만원이었다. 채우지 못하면 사비를 털어야 했다. 매출의 10%를 수익으로 챙겼다. 또 다른 수익은 ‘구독료 마진’이었다. 매일 신문 400부가 본사로부터 배달됐다. 1부당 월 2000원으로 샀고 8000원으로 팔았다. 전부 배포하는 게 계약상 그의 의무였다.

시·군 기초 지자체에서 활동하는 지역 기자의 현실이다. 신생 매체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광역 시·도 유력지의 주재 기자들이다. 이들은 고용 계약이 아닌 사업 계약을 맺는다. 계약서엔 취재·보도 내용은 없고 광고 수주, 신문 배포, 독자 관리 등 조항이 전부다. 지역 기자가 공공기관 광고를 따는 수단이 된 셈이다. 지역에선 기자단 카르텔이 기자를 광고 영업에 내모는 구조 속에서 더 곪아 왔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 전북 지역 ○○ 신문의 지사 운영 계약서 원본 내용 일부. 디자인=안혜나 기자.
▲ 전북 지역 ○○ 신문의 지사 운영 계약서 원본 내용 일부. 디자인=안혜나 기자.

 

주요 기관이 기자단에만 공보하는 관행은 서울 외 지역도 같다. 검찰·경찰·법원이 제일 폐쇄적이고, 시·도청은 서서히 변하는 추세다. 기관은 기자단만 공공 정보를 주는 대상으로 여기고, 기자단은 가입 여부를 투표로 정하며 문을 잠갔다. 기자실은 기본으로 제공됐고 각종 공보자료는 배타적으로 우선 배포됐다. 기자단만 브리핑이나 기관과의 공식 행사를 참여할 수 있다.

부산 지역 A기자는 “검찰은 기자단 아니면 상대를 안 한다. 한번은 지역에 매우 큰 사건이 났고 CCTV 영상이 제공됐다. 기자단 방송사들은 쭉 보도하는데 비기자단에선 이걸 받지 못해 보도를 일절 못했다. 화가 난 비기자단 기자가 차장검사에게 전화해 자료라도 동등히 주라고 따졌다. 차장이 바뀔 때마다 이 짓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청도 자료를 아예 안 주다가 이제는 제공한다. 기자단에 배포하고 30분 후 주다가 10분 후, 5분 후 등으로 단축돼왔다”고도 했다.

“격차 줄이려 했지만 안돼” 죽음으로 내몬 기자단 폐해

기자단 폐해는 한 기자를 비극적 상황으로 몰았다. 2017년 2월 9일 부산에서 검찰·법원을 취재하던 김아무개 뉴스1 기자가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 그는 유서에 “몸도 정신도 너무 망가져서 더 이상 힘이 나질 않는다”며 “결국 발로 뛰어 조금이나마 격차를 줄이려고 했지만 안 됐다. 모든 것이 제가 못난 이유”라고 썼다.

그가 말한 격차는 ‘기자단 체제’였다. 그는 신속성이 우선인 통신사 기자였지만 기자단 소속이 아니었다. 검찰은 브리핑 소식을 기자단에만 알려 현장을 놓치기 일쑤였다. 김 기자는 사망 당일에도 부산지방법원에 판결문을 요청했지만 기자단에 먼저 제공해야 할 자료라며 거절당했다. 김 기자는 ‘불편한 기사를 썼더니 검찰 공보 담당이 앞으로 나에게 취재 응대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거나 ‘가정법원이 사정을 봐줘 나에게 출입증을 발급해줬는데 기자단이 항의해 출입이 어렵게 됐다’는 고충을 동료 기자들에게 말하곤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부산에선 기자단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내부 비판이 나왔으나 시간이 가면서 잊혔다.

기자단과 취재원이 교류하는 거리도 가깝다. 충청 지역 인터넷신문의 B기자는 경찰이나 시·도청 공무원과 호형호제하는 관습을 지적했다. B기자는 “처음 입사해 경찰서를 돌 때 선배 기자들이 ‘무조건 친해져라’고 가르쳤다. 처음엔 불편하다가도 술을 먹고 나면 남자 기자들은 ‘형님, 형님’하고 불렀다”며 “선배 기자가 저녁 술자리에 불러서 나가면 자주 보는 중년 남성이 있었다. 선배는 형님이라고 불렀다. 나중에 취재로 들린 관청에서 일하는 걸 보고 공무원인 줄 알았던 일화가 있다”고 말했다.

충청도 한 방송사에서 일했던 C기자는 이를 “유착의 한 단면”이라며 “기자단 구조의 폐해”라고 봤다. 예로 경찰 기자단엔 ‘공보 담당이 승진 못 하면 기자단 능력 부족’이란 말이 전통처럼 남아있었다. 이 지역에선 공보 담당 자리가 승진 코스였다. C기자는 “한 해에 여러 번 경찰과 기자단의 간담회가 열렸는데 기자들이 ‘승진하셔야죠’라는 말을 우스개 덕담처럼 했다”며 “불가근불가원이 아니”라고 말했다.

▲부천시청 기자실 풍경. 사진 출처=더복지타임스 제공
▲부천시청 기자실 풍경. 사진 출처=더복지타임스 제공

 

‘식사 대접’ 일상

공무원의 ‘식사 대접’은 일상이다. 전남의 한 기초 지자체를 출입했던 D기자는 “기초 지자체일수록 심한데, 점심시간만 되면 일부 출입기자들이 각 부서에 나타난다. 그럼 계장같은 사람이 데리고 가서 점심을 먹는다”고 말했다. B기자는 수습기자일 때 공보담당관들이 “오늘은 점심 어떻게 합니까”라며 선배 기자에게 전화하는 광경이 정말 이상했다고 말했다. 취재원과의 식사는 자연스럽지만 “공보팀이 지나치게 잦은 빈도로 당연한 듯 밥을 사줬”기 때문이다.

지역 기자의 일이 돼버린 광고 영업은 기자단을 유지하는 주 요인이다. 옥천 지역의 독립언론 옥천신문의 황민호 상임이사는 “충청 시·군 단위 기자단은 주재 기자들로 구성되는데 광고 영업에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시·군청은 주민이 잘 보지 않는 지역 일간지에 풀뿌리 지역주간지보다 광고비를 높게 매기는 등 사실상 기자단 내 광고 나눠 먹기”라고 했다.

실태를 알고 있지만 회피하거나 방관하는 기관들이 대부분이다. 공무원은 보도를 관리하고 기자는 광고비를 받는 이익을 서로 교환하며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는 지적이다. 전주 한 방송사의 E기자는 “기자단이 광고 측면에서 기득권을 못 놓는다. 새 매체가 기자단에 들어오면 광고 파이는 줄어 들고 출입처도 버거워한다”며 “견제·비판 기사보다 기관 입장에 선 기사가 더 만연하다. 그런 점에서 출입처와 기자단은 악어와 악어새”라고 말했다.

문제 제기는 20년 넘게 있었지만 변화는 더디다. 지역에선 이미 2002~2007년 동안 공무원 노조를 중심으로 기자실 폐쇄 운동이 있었다. 신문, 연감, 행사 티켓 등을 강매하거나 광고비를 받기 위해 과장·왜곡보도를 일삼는 일부 기자들 갑질에 대한 반발이었다.

▲2002년(왼쪽), 2007년 충북 지역 내 '기자실 폐쇄 운동'이 이어졌던 시기 일부 군청 풍경.
▲2002년(왼쪽), 2007년 충북 지역 내 '기자실 폐쇄 운동'이 이어졌던 시기 일부 군청 풍경.
▲2019년 8월 일부 출입기자들의 월권 발언 등에 반발해 꾸려진 '진천군 기자실 폐쇄실천단' 1인 시위 사진.
▲2019년 8월 일부 출입기자들의 월권 발언 등에 반발해 꾸려진 '진천군 기자실 폐쇄실천단' 1인 시위 사진.

 

2019년 충북 진천군에선 공무원 노조와 지역 주민들이 ‘진천군 기자실 폐쇄실천단’을 발족했다. 진천군은 공무원과 주민들이 지역 언론 문제에 꾸준히 목소리를 낸 지역이다. 2000년부터 지역 언론의 나쁜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며 공무원들이 군청 기자실을 폐쇄한 횟수만 5번이다. 이 과정에서 2006년 모든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브리핑룸’이 만들어졌으나 실상 기자회견장만 추가됐고 기자석 및 편의시설이 유지돼 기자실처럼 사용되고 있다.

실천단의 주요 비판 중 하나는 ‘주민 무시’였다. 당시 진천군청이 제대로 된 공론화 없이 수소발전소 건립을 추진하자 이에 반발한 시민사회단체들이 그해 8월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런데 이들은 기자석의 기자들로부터 ‘시민단체가 왜 이런 식으로 기자회견을 하느냐’거나 ‘오늘 회견은 없었던 일로 하고 다시 기자회견을 하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실천단은 이를 계기로 발족해 기자들이 혈세도 낭비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브리핑룸은 특정 기자들 사무실처럼 변질됐다. 매해 홍보 효과가 없는 신문 구독료로 1억2100만원 이상 지출됐다”고 밝혔다. 2017년엔 ‘기자간담회’가 170회 열려 1500여만원이 쓰였고 52만8000원은 기자들 선물 구입비로 지출됐다. 2018년엔 175회 식사비용에 1150만원이, 선물구입으로 120만원이 쓰였다. 이들은 이와 관련 진천군 주민 739명의 서명을 받아 감사원에 진천군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원은 위법 사실이 없다고 사건을 종결했다.

피해는 지역 주민에게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한 지역 기자 10명은 기자단 카르텔이 지역 저널리즘의 질 하락을 부추긴다고 말했다. 전북 한 언론사의 F기자는 “전북 지역지에는 소위 ‘까는’ 기사를 찾기 힘들다. 기자실은 마치 해당 관공서의 ‘사외 홍보위원실’ 같다”며 “기자들은 권력 감시가 아니라 홍보비를 받기 위해 파견 받은 영업사원 같은 역할을 한다”고 비판했다.

황민호 옥천신문 상임이사는 “11년 전 옥천군수의 부조리 고발 기사를 썼다. 군수가 본인 선거운동원들을 공고 없이 무기계약직으로 여러 명 채용해서 이를 보도했는데, 지역 방송사와 통신사, 일간지 등 10여개 매체가 하나같이 입을 닫았고 수사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당시 옥천군은 옥천신문이 군수를 싫어해 억지로 비판한다고 주장했고, 그나마 조금씩 있던 옥천군 광고도 끊었다”고 말했다.

F기자는 매체들이 똑같은 보도자료 인용 기사를 대거 쏟아내는 현상을 ‘떼 마와리’라고 불렀다. 실제 대전·충남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해 9월 3~14일 2주 동안 대전 주요 일간지 4곳과 인터넷신문 3곳의 보도를 조사한 결과 총 6856개 기사 중 4406개(64.2%)가 관공서 등 출입처 보도자료와 대부분 일치하거나 홍보성 기사로 나타났다.

▲8월 3~14일 간 언론사 별 보도자료 의존 보도량 분석표. 출처=대전충남민언련
▲8월 3~14일 간 언론사 별 보도자료 의존 보도량 분석표. 출처=대전충남민언련

 

‘광고 영업 기자’ 키운 구조 있다

기자가 취재보다 광고 영업을 우선하는 데엔 지역 언론사 ‘독립채산제’ 문제가 있다. 위 ㄱ씨 계약 내용이 단적인 예다. 지역 언론사의 지사(분점)를 내 운영권을 얻는 대신 언론사에 거액의 보증금과 광고료를 매달 납부하는 방식이다. 언론사를 ‘지자체 광고 수익 기업’으로 여기는 개인과 이들을 통해 광고료를 벌기 위한 언론사 수요가 만난 결과다.

E기자는 저임금은 주재 기자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부산일보, 국제신문 같이 매체 수가 많지 않은 지역을 제외하면 충청도, 전라도, 강원도 등의 본사 소속 기자들은 최저임금도 제대로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15년차 지인 기자의 월급이 200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며 “무조건 기자만 비판하기에 업무 환경과 처우가 너무나 열악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왜 ‘악성기자’ 탓만 하나

언론 개혁 운동을 해 본 이들은 작은 시도라도 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공공기관은 기자단 폐해를 두고 ‘악성 기자’ 탓만 하지만 실상 이들을 필요악으로 이용하고 있다. 기자단 구조에선 기관 비판 기사를 통제하고 홍보 기사량을 관리하면서 기관 중심의 보도를 하기 용이하다.

8년 간 지역 기자들과 대립한 우정욱 전 시흥시 시민소통담당관 사례는 유명하다. 2011년 부임한 우 전 담당관은 기자실을 폐쇄한 후 모든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브리핑룸으로 전면 개편했다. 그리고 크게 4가지 기준을 세웠다. 신문 구독료 삭감, 연감 구매 관행 근절, 광고비 집행 기준 신설, 공무원의 보도 스크랩 중지 등이다. 한 해 신문 구독료 1억8000만원은 1800만원으로 줄였다. 권당 10만원이 넘는 언론사들 연감 구매를 중단했다. ABC협회가 공시한 유가 발행 부수 등을 기준으로 광고비 집행 기준을 세우니 시민들에 홍보 효과가 있는 매체는 예닐곱개로 줄었다.

우 담당관은 이를 추진하기 전 3개월 넘게 기자들을 직접 만났다. ‘장기적으로 보고 매해 10%씩 예산을 줄이겠다’고 설득했으나 실패했다고 밝혔다. 공무원들의 반발도 거셌다. 그는 “모두가 ‘언론과 싸워서 이길 수 없으니 하지 말라’고 했지만 아무도 안 싸우면 이길 수는 있느냐. 일단 누군가 시작해야 할 일”이라며 “공인으로 세금을 받으며 일하는 동안엔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공보는 Public Information이다. 공공 정보, 즉 시민의 정보이자 재산이다. 다른 부서와 다르게 조직의 정보를 시민사회로 더 내보내고, 이들의 신뢰도를 높이는데 매우 비상한 각오로 일을 하는 게 공보관”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기자들 또한 공공기관에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한다. 대구 뉴스민의 이상원 편집장은 “기자단 해체가 권력기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마저 사라지는 방향이 되기보다, 검찰이나 경찰을 비롯한 권력기관의 정보 접근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라고 말했다.

황민호 상임이사는 “기자단이 ‘난립하는 사이비 언론사’에 대한 거름망을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현실을 보면 사실 무의미하다. 관공서는 정보 문턱을 낮추고, 주민들도 기자와 동일하게 정보를 얻고, 그게 안 되면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그래야 하지 않을까”라며 ”언론사들이 연대할 때는 연대하되, 기자단이라는 배타적인 틀로서 작동하기 시작하면 언론 권력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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