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도 사면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한 본인 발언을 사과하라는 요구에 20일 “발끈하고 있다”며 “내 말에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정면 반박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충격적인 반응”이라며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전직 대통령 사면 이슈의 불똥이 주 원내대표의 막말 논란으로 튀었다.

주 원내대표는 20일 오후 ‘박원순 시정 잃어버린 10년, 재도약을 위한 약속’ 백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주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도 사면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한발언에 청와대와 여당의 비판 계속되고 있다’는 질의에 “그 이야기에 발끈하던데 그럴 필요 없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저는 재판도 많이 해봤는데 재판 받는 사람 입장 이해할 때 제대로된 판결을 할 수 있다는 경험을 여러번 했기 때문에 사면을 함에 있어서도 사면권을 가진 사람의 입장뿐 아니라 사면을 받는 대상이 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고려해봐달라는 지극히 순수한 이야기였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사과하라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요구에 주 원내대표는 “제가 사과할 일은 없는 것 같다”며 “이 세상의 이치라는 게 모든 일에 양지가 있고 음지가 있는데 양지에 있을떄 음지를 생각하라는 게 뭐가 잘못됐나. 뭐가 잘못됐어요”라고 반문했다.

이어 ‘표현상에서 그렇게 해석될 여지가 있으니 유감 표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의에 주 원내대표는 “모든 가능성은 다 있는 것 아니냐”며 “저는 사면 대상이 되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봐달라는 그런 얘기였기 때문에 제가 말한 것에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국회 회의실에서 의료 전문가들과 화상긴급회의를 열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국회 회의실에서 의료 전문가들과 화상긴급회의를 열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이 같은 입장이 나오자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브리핑과 영상 기자회견을 통해 “정쟁에 중독된 망언 정치로 정치권 전체를 병들게 만든 주호영 원내대표는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신 대변인은 “본인의 망언에 대한 비판에 ‘세상의 이치’를 이야기 했다는 궤변으로 반성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뭐 때문에 사과를 하죠’라며 뻔뻔한 모습으로 일관하여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스스로 낮추고 있다”고 밝혔다. 신 대변인은 주 원내대표가 과거 연극 ‘환생경제’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독하고, ‘세월호 사건은 교통사고’라고 발언한 것을 들어 “국민의 공분을 사는 등 우리 정치의 품격을 끊임없이 저하시켜 왔다”고 거론했다. 지난해 12월 정세균 총리에게 ‘절름발이 총리’라는 표현을 써 국가인권위로부터 장애인 인권교육 시행을 권고받기도 했다고도 했다.

신 대변인은 이 같은 반응에 “국민의 감정을 부추겨 국론 분열에 앞장 서는 제1야당의 모습은 충격적”이라며 “주 원내대표는 국민통합이라는 정치권의 오랜 과제를 3류 보복 정치 활극으로 바꾸었다. 정쟁에 중독된 망언 정치는 이제 퇴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국민께 사과하고 국회의원직 사퇴로 본인의 발언에 대한 책임을 다하라”고 요구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치 도의와 금도를 넘어섰다”며 “주저를 서슴지 않았다는 점에서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궁극적으로는 주권자인 국민을 모독하는 발언”이라며 “사과하는 게 맞는다”고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김종민 같은당 최고위원도 “주호영 원내대표의 참담한 상상력이 충격적”이라고 했고, 신동근 초괴위원도 “금도 넘어서는 발언에 경악한다,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양향자 최고위원도 “심한 모멸감을 느낀다”며 “문 대통령이 없는 죄라도 지으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특히 국회 정보위원장인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더 이상 국민의 귀를 오염시키지 못하도록 공업용 미싱을 선물로 보낸다”고 쓰면서 미싱기계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20일 논평에서 “전직 대통령의 불행한 역사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야당 원내대표 발언을 ‘공업용 미싱’으로 틀어막겠다는 여당 3선 의원의 수준 이하 막말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반론을 폈다. 그는 “사면(赦免)을 꺼냈다가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진 것도 여당 대표요, 헌법이 국민통합 최고책임자 대통령에게만 단독으로 부여한 사면권을 결단하지 않고 국민에게 미룬 것도 대통령”이라며 “이미 20년 전 고(故) 김대중 대통령에게 쏟아진 망발을 민주당 중진의원에게서 다시 듣다니 김 대통령도 하늘에서 노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 원내대표 발언 자체의 부적절성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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