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자사 직업병과 지역 공해 실태를 고발한 포항MBC 취재기자에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뒤 노동·지역·시민사회에서 포스코 규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포항시민단체연대회의와 포항환경운동연합 등은 연이어 기자회견을 열거나 성명을 내 포스코의 사과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포항 지역 노동시민사회 단체 15곳이 구성한 포항시민단체연대회의는 20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그 쇳물 쓰지 마라!’가 방송전파를 탄 뒤 한 달간 포항시민이 목격한 포스코의 모습은 그야말로 안하무인”이라며 “포스코는 물론 포항시, 지역 언론, 정치권도 애써 외면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포항MBC와 전국 MBC에 방영된 특집 다큐 ‘그 쇳물 쓰지 마라!’는 포스코 포항제철소에 다니다 폐암과 백혈병, 루게릭병, 악성 중피종에 걸린 발병·사망 노동자 사례를 전했다. 포스코 인근 주민의 암 발병 빈도수를 조사하고 발병자나 사망자 유족도 인터뷰했다. 롤숍, 코크스, 스테인레스 등 공정을 소개하며 전문가 인터뷰와 미국 EPA·WHO 산하 국제암연구소, 국제 연구논문을 종합해 공정 배출 유해물질과 질환의 연관성을 밝혔다.

▲포항MBC 다큐멘터리 ‘그 쇳물을 쓰지 마라’ 캡쳐.
▲포항MBC 다큐멘터리 ‘그 쇳물을 쓰지 마라’ 캡쳐.

방송 직후 한국노총 소속 포스코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포스코의 지역사회 투자를 차단하고 직원과 자녀를 타 지역으로 전출시키겠다며 포항MBC 사과를 요구했다. 포스코는 다큐를 취재한 포항MBC 장성훈 기자에게 5000만원의 손배소를 걸었다.

단체들은 최정우 회장이 취임한 2018년 7월 이후만 따져도 △수재슬러그 무단방출 △미세먼지 연간 2만 9000톤 배출(전국발생량의 12.5%) △폐황산나트륨 불법처리 의혹 △브리더 무단배출 △굴뚝자동측정기기 미설치 △유해물질 측정값 조작공모 등 문제가 제기됐지만 포스코는 어떤 문제에도 해명이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단체들은 “이런 상황에 2019년 1월 국립환경과학원의 평가 결과 포항지역 주민은 간질환, 뇌혈관계질환, 심장질환, 악성종양 유병률과 사망률 1위를 기록했다”고 했다.

포스코 원·하청 노동자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유연탄을 쇳물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코크스로 만드는 공정에 임하는 한대정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수석부지회장은 “포스코는 다큐 내용 16가지가 허위라고 고발했는데, 핵심인 ‘유해물질 기준미달’는 주장부터 거짓말”이라고 했다. “포스코는 용역 방식으로 작업환경을 자가 측정하는데 데이터 수정 행위가 적발됐다. 브리더 무단배출로도 고발 당했는데, 환경부는 이를 인정하면서도 영업정지 대신 의무사항 없는 조건부 경고 처분에 그쳤다. 이런 사실이 엄존하는데도 포스코는 MBC를 상대로 고소하면 공공의 적이 될 수 있으니 개인에게 건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오랜 비공개와 은폐, 침묵에 파열구를 내는 포항MBC와 다큐 ‘그 쇳물 쓰지 마라!’ 제작 기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손해배상청구 소송 등으로 언론을 입막음하려는 포스코의 행태에 맞서 함께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포스코와 포항시는 시민의 참여를 보장한 가운데 전면적인 환경오염 노출 및 주민건강영향 조사를 실시하는 등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고, 직업성 암과 관련한 포스코 현장 안전보건진단을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포항 지역 노동시민사회 단체 15곳이 구성한 포항시민단체연대회의는 20일 오전 경북 포항 포스코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포항시민단체연대회의
▲포항 지역 노동시민사회 단체 15곳이 구성한 포항시민단체연대회의는 20일 오전 경북 포항 포스코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포항시민단체연대회의

포항과 광양, 당진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도 19일 성명을 내고 “방송 내용은 지금까지 포스코 인근 지역 주민들과 현장 노동자, 포항시민이 체감하지 못한 일도 새롭게 드러난 사실도 아니다. 말로만 듣던 포스코 출신의 피해자들이 직접 나왔고 전문가들의 견해가 뒷받침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을 뿐”이라며 “포스코는 그동안 이에 대한 인정과 사과,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 준 적이 없다. 오히려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하니 적반하장”이라고 했다. 

이들은 “기업에 대한 시민 알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정보공개 청구가 영업비밀을 이유로 기각되는 현실에서 지역언론이 지역사회 고질적 문제에 나선 것은 지극히 정당한 일”이라며 “포스코의 손배는 언론의 자유를 박탈하는 도구이며 횡포이다. 신뢰할 만한 자료와 근거로써 사실을 확인시키고 공식적으로 반론을 제기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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