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시대’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 지속되면서 많은 사람이 배달 앱을 이용한다. MBC는 지난 16일 ‘배달고파? 일단시켜’라는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이 프로그램은 “최근 ‘배달의 시대’에 들어서 대한민국의 배달 ‘찐’ 맛집을 찾아보는 신개념 미식 예능”을 표방한다.

메인 MC인 신동엽과 출연자 4명은 제작진이 전달하는 ‘주제’를 받아 각자 배달 앱을 이용해 자신이 생각하는 맛집에 배달을 시킨다. 출연자들은 ‘배달의민족’ 앱을 이용해 배달을 시키며 배달의민족 앱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시연한다.

▲MBC ‘배달고파? 일단시켜!’는 지난 16일 첫 방송을 했다. 이 프로그램은 배달 앱 배달의민족 광고를 받고, 3회차까지 간접광고 효과를 주기로 했다. 사진=MBC ‘배달고파? 일단시켜!’ 화면 갈무리.
▲MBC ‘배달고파? 일단시켜!’는 지난 16일 첫 방송을 했다. 이 프로그램은 배달 앱 배달의민족 광고를 받고, 3회차까지 간접광고 효과를 주기로 했다. 사진=MBC ‘배달고파? 일단시켜!’ 화면 갈무리.

가장 많은 사람에게 맛있는 음식을 주문했다고 선택받은 출연자는 배달 앱에서 이용할 수 있는 쿠폰 50만원을 상금으로 받는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배달 앱 회사 배달의민족은 이 프로그램에 광고비를 제공했다. 광고대행업체를 통해 MBC 프로그램에 광고를 넣는 방식이다. MBC는 광고대행업체와 3회분 동안 배달의민족에 간접광고 효과를 주기로 계약했다. MBC는 협찬이 아닌 ‘간접광고’를 받아 이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MBC ‘배달고파? 일단시켜!’는 지난 16일 첫 방송을 했다. 이 프로그램은 배달 앱 배달의민족 광고를 받고, 3회차까지 간접광고 효과를 주기로 했다. 사진=MBC ‘배달고파? 일단시켜!’ 화면 갈무리.
▲MBC ‘배달고파? 일단시켜!’는 지난 16일 첫 방송을 했다. 이 프로그램은 배달 앱 배달의민족 광고를 받고, 3회차까지 간접광고 효과를 주기로 했다. 사진=MBC ‘배달고파? 일단시켜!’ 화면 갈무리.

출연자인 방송인 박준형씨가 몬스터엑스 멤버 셔누에게 “근데 너 배달 앱 있어?”라고 묻자 셔누는 “양념 갈비를 검색하셔도 되고요”라고 말한다. 방송은 시청자에게 앱 화면을 보여준다. 옆에 있던 신동엽씨가 “여기 주소 좀 가르쳐 주실래요? 회원가입을 해야 해요? 닉네임을 왜 쓰는 거야?”라고 말하자 ‘두 명은 주문에 성공할 수 있을지’라는 자막과 함께 또 앱 화면이 나오는 식이다.

현주엽씨가 앱에서 리뷰를 보는 화면도 나온다. 이규한씨가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마포 돼지갈비 맛집이 어디냐”고 묻자 배달의민족 로고가 나오고 앱 실행 장면이 방송된다. 이 프로그램은 이씨가 맛집을 검색하고 여러 메뉴를 장바구니에 담는 과정, 결제를 완료하는 과정 등 주문 절차를 화면 가득 상세히 보여준다.

▲MBC ‘배달고파? 일단시켜!’는 지난 16일 첫 방송을 했다. 이 프로그램은 배달 앱 배달의민족 광고를 받고, 3회차까지 간접광고 효과를 주기로 했다. 사진=MBC ‘배달고파? 일단시켜!’ 화면 갈무리.
▲MBC ‘배달고파? 일단시켜!’는 지난 16일 첫 방송을 했다. 이 프로그램은 배달 앱 배달의민족 광고를 받고, 3회차까지 간접광고 효과를 주기로 했다. 사진=MBC ‘배달고파? 일단시켜!’ 화면 갈무리.

신동엽씨는 자신이 현재 위치한 주소가 아닌 자신의 집 주소를 기반으로 주문했고, 이규한씨는 이 과정을 겪은 신동엽씨가 제대로 주문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어김없이 앱 이용 장면이 나온다.

이날 방송에 과도한 광고라는 지적이 나왔다. 시청자 최아무개씨는 ‘시청자 의견’ 코너에 “대체 방송국은 돈이 없나요? 배민 협찬 대놓고 하고 광고도 하면서 방송을 만들어야 하나요? 배민광고 프로인가요? 나라에서 만든 착한 앱을 이용하던지. 이건 홈쇼핑 광고를 보는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MBC ‘배달고파? 일단시켜!’는 지난 16일 첫 방송을 했다. 이 프로그램은 배달 앱 배달의민족 광고를 받고, 3회차까지 간접광고 효과를 주기로 했다. 사진=MBC ‘배달고파? 일단시켜!’ 화면 갈무리.
▲MBC ‘배달고파? 일단시켜!’는 지난 16일 첫 방송을 했다. 이 프로그램은 배달 앱 배달의민족 광고를 받고, 3회차까지 간접광고 효과를 주기로 했다. 사진=MBC ‘배달고파? 일단시켜!’ 화면 갈무리.

실제 이 같은 방송은 문제 소지가 있다. 방송법 시행령 ‘간접광고’ 조항을 보면 △간접광고의 크기는 화면의 4분의1을 초과해선 안 되고 △방송프로그램에 간접광고가 포함되는 경우 해당 방송프로그램 시작 전에 간접광고가 포함됐음을 자막으로 표기해 시청자가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간접광고가 해당 방송 프로그램의 내용이나 구성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고 △해당 방송프로그램에서 간접광고를 하는 상품 등을 언급하거나 구매·이용을 권유하지 아니하고 △간접광고로 인해 시청자의 시청흐름이 방해되지 않아야 한다.

특히 간접광고 노출이 잦은 정도가 아니라 특정 광고주를 위해 프로그램이 기획된 듯한 모습은 논란이 불가피하다. 이처럼 방송 프로그램이 광고 성격으로 기획될 경우 제재가 이뤄진 사례가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해 5월 수많은 라면 중 농심 라면만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방송한 tvN ‘라끼남’(2019년 12월13일 방영분)이 ‘간접광고’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법정제재 ‘경고’를 결정했다.

방통심의위는 당시 “마치 해당 업체의 라면을 광고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라고 느껴질 정도의 의도적인 구성과 연출로 부당한 광고 효과를 주고, 방송법에 따라 허용된 간접광고 상품의 단순 노출을 넘어 제품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고 말했다.

▲전국방방곡곡을 다니며 맛있는 라면을 끼리 먹는 콘셉트로 만들어진 tnN ‘라끼남’. 사진=tnN ‘라끼남’ 화면 갈무리.
▲전국방방곡곡을 다니며 맛있는 라면을 끼리 먹는 콘셉트로 만들어진 tnN ‘라끼남’. 사진=tnN ‘라끼남’ 화면 갈무리.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프로그램과 광고가 전도된 턴키(건설업체가 공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책임지고 다 마친 후 발주자에게 열쇠를 넘겨주는 방식) 방송이다. 프로그램을 광고주에게 통째로 넘긴 게 아닌지 우려된다. 전체적인 방송 흐름이 배달의민족에 맞춤식”이라고 지적했다.

정연우 교수는 “이런 식으로 프로그램에 광고주가 들어와 있는 건 간접광고라고 볼 수 없다. 간접광고는 화면 노출 규정이 따로 있다. 이건 협찬 수준의 방송”이라며 “프로그램 제목도 배달 앱 이름과 아주 비슷하다. 특정 서비스를 연상하도록 하는 강한 인상을 준다. 프로그램 제목이 배달의민족을 특정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연우 교수는 “광고주에게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격이 된다. 재정 상황이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선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MBC는 19일 미디어오늘에 “코로나19 시국에 늘어난 배달 문화에 맞춰 진짜 배달 맛집을 찾아보자는 취지로 MBC에서 기획한 총 3회차 파일럿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취지와 구성상 배달 앱 활용이 필수적이며 ‘배달의민족’ 간접광고는 3회 진행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심의규정과 법령을 준수해 제작되었으며 간접광고 조항에 위반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배달의민족 측은 19일 미디어오늘에 “배달의민족이 먼저 제안해 만든 프로그램은 아니다”라고 말한 뒤 “MBC 광고 관련 대행사 측이 당사에 제안한 광고상품을 구입했을 뿐 방송 내용 및 노출 등에 대해서는 당사가 관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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