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의 상징’ 박근혜씨가 물러난 자리에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소통’을 강조했다. “주요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는 약속도 그 일환이었다. 그러나 취임 5년차에 이르기까지 이 약속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고, 수석·보좌진 등 참모진의 언론대응도 해마다 폐쇄성이 강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2017년 5월10일 춘추관에서 첫 브리핑을 가졌다. 이낙연 국무총리,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를 지명하고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및 주영훈 대통령경호실장을 임명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해당 인사들의 면면과 지명·임명 이유를 직접 설명했다. “앞으로도 오늘처럼 국민들게 보고드릴 중요한 내용은 대통령이 직접 말씀드리도록 하겠다”는 약속도 거듭 새겼다.

이후 4년여가 지났지만 대통령 브리핑은 한손에 꼽을 정도다. △2017년 5월10일 국무총리·국정원장·대통령비서실장·대통령경호실장 인사 발표 △2017년 5월19일 김이수 헌법재판관 지명 △2017년 5월21일 경제부총리·정책실장·국민경제자문위 부의장·외교부장관·국가안보실장·통일외교안보특보 지명 및 임명 △2018년 9월20일 평양 정상회담 결과 대국민 보고 △2019년 12월17일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 발표 등이다. 5차례의 브리핑 중 4건이 단순 인사 발표, 나머지 1건은 내로라 할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2019년 12월 청와대 춘추관에서 정세균 신임 국무총리 지명을 발표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2019년 12월 청와대 춘추관에서 정세균 신임 국무총리 지명을 발표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이를 두고 대통령의 생각이 바뀌지 않았냐는 의문이 일찍이 제기됐다. 2018년 신년기자회견에서 한 기자는 “지금까지 일어난 많은 일들이 수시 브리핑을 할 만한 사안이 아니었는지, 혹시 대통령께서 기자들과 직접적인 수시 브리핑을 하고 싶었지만 정치공학적인 이유로 참모진의 만류가 있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오늘처럼 기자님들을 더 자주 만나고 싶다”며 “국민과의 소통은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국민과의 소통 방법으로 언론과 소통하는 것은 그 가운데에서도 핵심적인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언론과의 접촉을 더 늘려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후로도 대통령의 브리핑은 흔치 않았다. 지난해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을 끝으로 현안을 직접 발표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흔히 언론 소통의 기준으로 사용되는 기자회견도 비슷한 수준이다. 인터뷰 형식과 간단한 질의응답까지 모두 합해도 △2017년 8월17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 △2018년 1월10일 신년기자회견 △2019년 1월10일 신년 기자회견 △2019년 5월9일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KBS 단독 진행) △2020년 1월14일 신년 기자회견 △2020년 5월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 △2021년 1월18일 신년기자회견 등 7회가 전부다.

문 대통령은 단 한번도 수시 브리핑이나 기자회견 등 직접적인 소통에 소극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지난 18일 약 1년만의 기자회견에서 소통 부족 질문을 받은 문 대통령은 최근의 코로나19 방역 상황 등을 언급하며 “기자회견만이 국민 소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는 어느 대통령보다 현장방문을 많이 했고 비록 작은 그룹의 국민이기는 하지만 양방향의 대화를 주고 받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고 답했을 뿐이다. 앞서 취임선서와 기자회견에서 반복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2017년 8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질문하는 기자들. 사진=청와대
▲2017년 8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질문하는 기자들. 사진=청와대

대통령의 참모진도 해가 지날수록 언론 접촉을 줄였다. 취임 초·중반기까지 각 분야의 현안에 대해 수석·보좌진이 적극적으로 설명했던 것과 대비된다. 문 대통령의 초대 비서실장이었던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임기 동안 주요 인사나 NSC 상임위 결과, 청와대 업무 등의 내용을 춘추관 브리핑으로 전했다. 조국 민정수석도 헌법 개정안, 특감반 비위 의혹 등 민감한 사안을 직접 대응했다. 지금의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은 춘추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2019년 윤도한 당시 국민소통수석이 언론 창구를 ‘대변인’으로 단일화한다고 밝힌 이래, 청와대 각 단위의 입장을 확인할 창구가 급격히 축소됐다. 참모진의 브리핑은 전체 횟수가 줄었을 뿐 아니라 백브리핑 비중이 높아졌다. 수시로 이뤄졌던 국민소통수석 브리핑은 한달에 한번꼴로 축소·정례화되다 결국 사라졌다. ‘원 보이스’ 기조가 고정값이 되면서, 가장 최근 취임한 정만호 국민소통수석의 지난해 공식 브리핑은 장관·장관급 인사,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 의결 재가 등 약 5차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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