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문 대통령의 ‘입양 발언’에 대한 비판을 두고 “취지가 상당히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신년 기자회견에서의 문 대통령 발언에 논란이 일자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불 끄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앞서 문 대통령은 18일 최근 벌어진 아동학대 사건(정인이사건) 대책과 관련해 이른바 ‘입양아 바꾸기’ 답변으로 지탄 받았다. 강 대변인은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문 대통령의 발언보다 이에 대한 곡해가 문제라고 책임을 돌렸다.

19일 MBC라디오(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강 대변인은 “아동을 대상으로 해서 ‘반품’이라느니 너무 심한 표현이 나왔다”며 “대통령님 의도나 머릿속에 ‘아동반품’이란 의식 자체가 없으시다. 어떻게 그런 발상이 가능했는지 오히려 저는 궁금하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미래통하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전날 “아이가 무슨 쇼핑하듯 반품·교환·환불을 마음대로 하는 물건이냐”고 비판한 표현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우측 작은 화면)이 1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전날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대한 추가 설명을 전하고 있다. 사진=MBC라디오 생중계 갈무리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우측 작은 화면)이 1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전날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대한 추가 설명을 전하고 있다. 사진=MBC라디오 생중계 갈무리

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아동을 위한 ‘사전위탁보호제도’를 언급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동이 아동 입장에서 적합한 가정인지 새로운 가족관계를 형성하는 데 맞는지 등을 점검하는 제도”라며 “다른 나라를 보면 입양을 하고 싶어도 바로 다음날부터 아이를 입양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프랑스 같은 경우 결연을 동의하면 6개월 이상 위탁 보호하고 있고 일본 같은 경우도 6개월 간 시험 양육을 한다. 몇 나라 뿐만 아니라 각국이 다 이런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있는 제도”라고 덧붙였다.

‘맥락·취지를 떠나 표현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느냐’는 진행자 질문에는 “어제 (대통령이) 하신 말씀에 전체 맥락을 보면 이해할 수 있었을 텐데 조금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전날 기자회견 직후에도 출입기자들을 만나 대통령 발언에 “오해가 있었다”며 “보충 설명”을 전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대통령 말씀은 입양의 관리와 지원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였다”며 “이 제도는 아이 입장에서 새 가정을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아이를 위한 제도”라고 말했다. “이 사전위탁보호에 대한 대통령 언급을 입양특례법상의 ‘파양’으로 오해한 보도들이 있는데, 아이를 파양시키자는 것은 전혀 아님을 밝혀드린다”고 거듭 ‘취지의 오해’로 빚어진 문제라 강조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2021년 신년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2021년 신년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일부 야권 인사들이 다소 과한 표현을 사용하는 건 사실이지만 비판이 쉽게 잦아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아동학대가 본질인 사건에 입양제도를 언급한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시민사회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8일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양부모님께 사과하셔야 한다”는 제목의 청원글이 게시됐다. 해당 청원인은 “이번 일은 그 사람들(아동학대 가해자)이 양부모라기보다 살인자라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져야 하지 않느냐”며 “입양 사후관리 철저히 진행되어야 하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럼에도 이 나라의 대통령마저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그 양부모님을 저런 취급하시면 그 아이들은 대체 누구의 보호를 받아야 하느냐”며 사과를 요구했다.

아래는 청와대가 제공한 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 발언 전문 중 입양 관련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 정말 요즘 아동학대, 또 그렇게 해서 죽음에까지 이르게 되는 그런 사건들을 보면서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국민들,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싶습니다. 그에 대해서 우리가 제대로 대책들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이런 지적에 대해서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동안 있었던 사건들을 우리가 교훈 삼아서 이제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겠습니다. 우선은 학대아동의 어떤 위기 징후를 보다 빠르게 감지하는 그런 시스템이 필요하고, 그다음에 또 학대아동의 의심 상황이 발견이 되면 곧바로 학대아동을 부모 또는 양부모로부터 분리시키는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러자면 학대아동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임시보호시설이나 쉼터 같은 것도 대폭 확충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또 그 문제를 전담할 수 있는 전문성이 있는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을 작년부터 설치하기 시작했는데 그 숫자를 대폭 늘려야 할 필요가 있고, 그 공무원을 중심으로 경찰과 학교, 또는 의료계, 또는 시민사회, 아동보호기관 이런 종합적인 논의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입양의 경우에도 사전에 입양하는 부모들이 충분히 입양을 감당할 수 있는지 하는 상황들을 보다 잘 조사하고, 또 초기에는 여러 차례 입양가정을 방문함으로써 아이가 잘 적응을 하고 있는지, 또 입양부모의 경우에도 마음이 변할 수가 있기 때문에 일정기간 안에는 입양을 다시 취소한다든지, 또는 여전히 입양하고자 하는 마음은 강하지만 아이하고 맞지 않는다고 할 경우에 입양아동을 바꾼다든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입양 자체는 또 위축시키지 않고 활성화해 나가면서 입양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그런 대책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회에서 활발하게 법안들이 제출되어 있기 때문에 국회와 협의해서 아주 필요한 대책들을 조기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