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적 공분을 샀던 ‘양천구 아동학대 사건(정인이 사건)’에 대해 입양가정을 탓해 질타를 받은 가운데 18일 신년기자회견에서도 또 입양가정을 탓해 논란이다. 아동학대 사건의 본질을 외면한 채 입양가정의 문제로 희생양을 찾아선 안 된다는 비판이 거셌지만 이런 논란에도 또 입양가정에게 상처를 준 것이다. 

문 대통령은 18일 신년기자회견에서 해당 아동학대 사건 관련 정부와 국회의 대처가 미흡하고 사건이 불거지면 졸속입법으로 처리하는 악순환을 막을 해법 등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학대아동을 발견할 경우 “부모 또는 양부모로부터 분리시키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입양의 경우 사전에 입양하는 부모들이 충분히 입양을 감당할 수 있는지 상황들을 보다 잘 조사하고, 초기에는 여러 차례 입양가정을 방문해 아이가 잘 적응을 하고 있는지, 또 입양부모의 경우에도 마음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기간 안에는 입양을 다시 취소한다든지 또는 여전히 입양하고자 하는 마음은 강하지만 아이하고 맞지 않는다고 할 경우에 입양아동을 바꾼다든지”라며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입양 자체는 위축시키지 않고 활성화해 나가면서 입양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그런 대책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련 기관에서 아동학대를 인지했을 때 이를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대책에 집중해야 할 질문에 굳이 입양가정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고 아이와 맞지 않을 경우 입양아동을 바꿔야 한다는 반인권적 답변을 함께 내놓은 것이다. 

연초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으로 아동학대 사건의 심각성이 드러나자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입양 아동을 사후에 관리하는 데 만전을 기해달라”고 말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해당 아동학대 사건은 수차례 신고가 있었고 수사기관 등 정부와 관계기관이 사건을 인지했지만 서로 책임을 떠미는 등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결과 아이가 사망한 사건이다. 즉 정부의 세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사건인데 대통령이 나서서 마치 입양가정들의 문제인 것처럼 이들을 탓했다.  

▲ 18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 18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언론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경향신문은 지난 7일 “문제는 ‘입양가정’이 아니다”란 기자칼럼에서 “대통령 발언을 보면 입양 절차를 담당하는 기관과 입양 가정에 대한 이야기뿐이고 아동학대 전반에 관해선 언급이 없다”며 “입양이 사건의 본질처럼 거론된다는 점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해당 칼럼에서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19 아동학대 주요통계’를 인용했는데 이를 보면 같은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접수돼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 3만45건 중 72.3%가 친생부모의 손으로 벌어졌다. 양부모의 아동학대는 94건으로 전체의 0.3%에 불과했다. 

야당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비혼 상태로 아이를 입양해 기르고 있는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정인이 사건에 대한 대통령의 첫 언급이 입양 문제였다”며 “이 사건의 본질이 입양인가. 아동학대가 본질 아닌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과 2019년 2년 동안 학대로 사망한 아이가 70명이다. 그중 입양 가정에서 발생한 것은 딱 한 건”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사건의 본질은 대통령이 강조하는 공적 시스템에 속하는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이 제 역할을 하지 못 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느닷없이 입양 문제를 꺼냈다. 청와대와 여권의 프레임 전환 시도로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전국입양가족연대는 “입양은 죄가 없다. 문제는 아동학대다”라는 성명을 내는 등 입양가정에서도 문 대통령 발언에 상처를 입고 이를 비판했다. 이외에도 문 대통령의 ‘입양탓’ 발언에 대한 비판여론이 많았다. 그럼에도 이런 비판들에 귀를 닫고 신년기자회견에서 또 입양가정을 탓하는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이날 해당 발언을 전하는 기사 댓글에는 문 대통령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셌다. “아니 입양이 무슨 온라인 쇼핑인 줄 아세요? 바꾸고, 취소하고, 정말 뭐가 문제인지 모르시나요?”, “대통령은 교환, 환불 안 되나요? 와 진짜. 인권변호사 출신 맞으세요?” 등의 댓글이 많은 공감을 받았다.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SNS에 “실시간 기자회견인 만큼 말꼬리 잡기보다는 답변 내용의 맥락과 취지를 감안해서 평가해야 하지만 이 부분만은 도저히 넘어가기 어렵다”며 “예상하지 못한 질문도 아니었을 텐데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할 수가 있나”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역시 이날 SNS에 “입양 아동을 마치 물건 취급하는 듯한 대통령 발언은 너무나 끔찍하게 들렸다”며 “현실적으로 파양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라 쳐도, 그것을 대통령이 ‘개선책’으로 내놓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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