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자력발전소 부지 내에 막대한 양의 삼중수소가 검출되자 그동안 원전 주변의 지하수 등 주민들의 식수에서 나온 삼중수소의 함유량은 과연 안전한 것이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이 내세우고 있는 먹는물 삼중수소량 안전기준(1만베크렐/리터 이하)과 달리 국내 환경부 먹는물 수질기준(염지하수 기준 6베크렐/리터)은 약 2000배의 차이가 날 정도로 엄격하게 설정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환경부 검역당국과 한수원은 염지하수에만 해당될 뿐 수돗물과 샘물등 다른 식수에는 해당사항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다. 한수원은 환경부의 이 같은 기준을 설명자료를 낼 때엔 제시하지 않았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일부 원자력공학자들은 바나나 3.4~6개, 멸치 1g 수준 운운하며 이 문제를 희화화하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 8일과 11일 해명자료에서 지난해 10월 경북 봉길 지점의 지하수 중 삼중수소 농도가 4.80베크렐/리터(Bq/L·리터당 베크렐)이며, 5년간 변동범위(2.83~9.05Bq/L)에 해당되는 수치라 했다. 특히 한수원은 WHO(세계보건기구)의 음용수 기준(1만Bq/L)대비 아주 미미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한수원의 설명자료를 보면, 지난 2018년 1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조사한 월성원전 주변 주민의 체내 삼중수소 최대농도는 16.3Bq/L라고 밝혔다. 한수원은 “이 최대농도가 1년간 계속 체내에 유지될 경우 0.00034mSv의 유효선량을 받게 돼 일반인 법적 선량 한도 1mSv 대비 약 1만분의 4 (0.034%)에 해당한다”며 “월성원전 주변 주민의 삼중수소로 인한 최대 방사선량은 바나나 약 3.4개를 먹은 영향과 동일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엔 먹는물 가운데 수돗물과 샘물 등에 관해서는 삼중수소 등 방사성물질 함유량 제한 기준이 없지만, ‘염지하수’엔 명확히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19년 12월20일자로 개정된 ‘먹는물 수질기준 및 검사 등에 관한 규칙’의 제2조와 관련한 ‘별표 1 먹는물의 수질기준’(환경부령) 제 6항 방사능에 관한 기준을 보면, 염지하수에 “가.세슘(Cs-137)은 4.0mBq/L를 넘지 아니할 것, 나. 스트론튬(Sr-90)은 3.0mBq/L를 넘지 아니할 것, 다. 삼중수소는 6.0Bq/L를 넘지 아니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다만 염지하수에만 적용한다고 했다. 염지하수란 지하수와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서 생긴 지하수로서 그 안에 고형물이 2000㎎/L 이상 함유된 암반 대수층(帶水層)의 지하수를 말한다. 이 물은 수질의 안전성을 계속 유질할 수 있어야 하며 자연상태로 먹을 수 있는 물로 사용한다. 염지하수도 먹는 물로 쓴다는 뜻이다. 한수원은 설명자료에서 환경부의 이 기준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환경부 부령인 먹는물 수질기준 및 검사 등에 관한 규칙의 별표1 먹는물의 수질기준. 사진=법제처 법률 갈무리
▲환경부 부령인 먹는물 수질기준 및 검사 등에 관한 규칙의 별표1 먹는물의 수질기준. 사진=법제처 법률 갈무리

 

한수원이 주장한 봉길 지점의 지하수 삼중수소 농도는 4.8베크렐/리터이지만, 경주시 월성원전·방폐장 민간환경감시기구가 측정한 지난해 2~3분기 방사선능 분석결과 보고서를 보면, 경북 읍천 지역의 경우 지난해 4월~6월까지 지하수 1리터당 삼중수소가 7.51~8.94±0.84베크렐, 7월엔 8.85±0.88베크렐이 함유된 것으로 측정됐다. 기준을 1만 베크렐이 아니라 6베크렐로 놓으면, 식수의 삼중수소 함유량 기준치를 넘나든다. 이 식수가 염지하수와는 다를 수 있다고 해도 이 기준대로면, 과연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 기준치를 적용한다면, 세계적으로 비교해볼 때 가장 엄격한 나라가 된다. 캐나다 핵안전위원회가 지난 2008년 작성한 ‘음용수 중 삼중수소 표준과 가이드라인’(Standards and Guidelines for Tritium in Drinking Water Part of the Tritium Studies)을 보면 WHO는 음용수의 삼중수소량이 리터당 1만베크렐이지만, 우리나라 월성 원전의 제조국인 캐나다는 7000베크렐, 러시아 7700베크렐, 핀란드 3만 베크렐, 호주는 무려 7만6103베크렐에 달한다. 반대로 미국은 리터당 삼중수소량이 740베크렐로 낮고, EU는 100으로 가장 낮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먹는물 수질기준에 삼중수소량을 이렇게 정한 이유가 뭘까.

이밖에도 20년 전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일반 환경중에 음용수의 삼중수소 농도가 높지 않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박순달 등 당시 한국원자력연구소 원자력화학연구부 연구자들은 지난 2004년 제출한 논문 ‘생활폐기물 매립장 침출수의 삼중수소 분포’에서 “2001년도 우리나라의 일반환경중 삼중수소 측정결과에 의하면 빗물 1.64~32.33 TU, 음용수 13.08~36.17 TU, 해수 0.86~3.08 TU의 분포를 나타내었다”고 썼다. 여기서 TU는 리터당 0.11 베크렐의 크기와 같으므로 음용수의 경우 1.3~3.6베크렐에 해당된다. 우리 식수에 들어있는 삼중수소량은 리터당 3.6을 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캐나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 2008년 작성한 보고서에 수록된 국가별 음용수 기준 삼중수소 함유량 규제 한도.
▲캐나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 2008년 작성한 보고서에 수록된 국가별 음용수 기준 삼중수소 함유량 규제 한도.

 

박종운 동국대 에너지전기공학부 교수는 1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한수원이 WHO 기준인 1만 베크렐을 내세웠는데 환경부의 염지하수 삼중수소 기준치 6베크렐/리터는 뭔가”라며 “더구나 어떤 물을 먹었는지 누가 감시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지난 2018년 1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조사한 월성원전 주변 주민의 체내 삼중수소 최대농도는 16.3Bq/L’라는 한수원 설명자료를 두고 박 교수는 “2001년 일반 환경 중 음용수의 삼중수소 농도가 최대 3.6베크렐/리터와 비교해볼 때 현재 주민 체내 삼중수소 농도가 최대 16.3베크렐이니.4.5배가 높다는 얘기”라며 “이는 원전 부지 밖으로 삼중수소가 유출됐음을 입증한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법규를 관장하는 환경부 담당사무관은 이날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염지하수만 제회하고 먹는 물 수질기준에 삼중수소가 적혀있지는 않다”며 “삼중수소와 먹는 물,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유해성에 대한 자료가 없으니 조사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사무관은 “먹는 물에 여러 가지가 있지만 수돗물과 샘물 등에는 기준이 없고, 염지하수를 먹을 때 정하는 기준”이라며 “필요한 부분은 한수원과 원안위 논의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측은 다소 모호한 설명을 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한 연구관은 15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 기준이 먹는 물 수질기준처럼 지켜야 하는 기준은 아니다”라며 “먹는 물로 만들기 위해 원수(염지하수는)가 가져야 하는 조건”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관은 “원수가 갖고 있어야 하는 물의 특성이라는 것이고, 방사능 부분의 경우, 외국의 기준보다 훨씬 낮은 청정 상태의 기준이다 보니 제거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원수는 원자력발전소 영향이 없는 지역의 물만 개발하도록 한 규정”이라며 해양심층수나 청정수 개발업자들이 지켜야 하는 기준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염지하수가 있는 지역에서 그 물을 일반인이 마시고 있을 때 삼중수소 함유량이 기준치를 넘으면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이 연구관은 “그렇게 위해도 측면으로 설명할 수 있는 기준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염지하수는 먹을 수 있도록 처리하기 이전의 원수라고도 했다. ‘원전 지역에 있는 지하수에서 삼중수소가 이 기준치를 넘어도 괜찮으냐’고 묻자 그는 그건 상관없다고도 했다. 그럼 이 수질기준의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추후 환경부에 건의해서 이 기준에 대한 오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먹눈물 수질기준 염지하수 항목을 음용수 기준치에 언급하지 않은 이유를 두고 그 기준이 업자들의 판매용 기준이라고 해명했다. 한수원 언론홍보팀은 15일 오후 보내온 문자메시지 답변서에서 “염지하수는 먹는 물 개발 업자들이 광천수, 미네랄워터 같이 지하 깊은 곳에서 뽑아 대중에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물”이라며 “환경부 기준에 염지하수에만 방사능 농도 기준이 있으며, 샘물/먹는샘물/음용지하수 등에는 방사능농도 기준이 없다”고 밝혔다. 이 기준대로 하면 읍천 지역 식수에서 나온 리터당 7~9베크렐의 삼중수소량은 기준치 초과가 아니냐는 질의에 한수원은 “염지하수 적용 기준치이므로 질의한 내용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수원과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말 대로라면 값비싼 판매용 물은 삼중수소의 함유량이 2000배 가까이 낮은 더 깨끗한 기준이 적용되고 비싼 물을 못사먹는 일반인들에게는 그 2000배의 삼중수소가 들어있는 물을 먹어도 된다는 기준이라는 얘기가 아닌지 의문이다.

▲지난해 10월20일 오후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가동이 정지된 월성 1호기가 보인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20일 오후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가동이 정지된 월성 1호기가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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