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강제추행 피해자인 배우 반민정씨에 대한 허위사실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모욕 및 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 등을 저지른 배우 조덕제(본명 조득제)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2019년 7월 검찰이 조씨를 기소한 지 1년 6개월 만이다. 앞서 검찰은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조덕제씨는 2015년 4월 영화촬영 중 반민정씨의 티셔츠를 찢어 가슴 부위와 음부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 혐의로 대법원에서 2017년 10월 징역1년 집행유예 2년 유죄 판결을 받은 뒤에도 자신의 인터넷 카페와 유튜브, 페이스북 등에서 반씨에게 부정적 내용의 허위사실을 올려 지속적으로 반씨를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했다. 

조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실제와 전혀 다르게 강제추행 상황을 재연한 동영상을 게시하고 “피해자가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거짓말했다”는 식의 주장을 이어갔고, 이에 반민정씨 측은 2차 피해에 해당하는 유튜브 콘텐츠와 인터넷 게시글 등의 노출을 금지하는 ‘명예훼손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지난해 초 재판부가 반씨 측 주장을 전부 인용하기도 했다.

의정부지방법원 형사2단독(박창우 판사) 재판부는 15일 선고에서 피고측 주장 대부분을 받아들이지 않고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강제추행 유죄가 확정되었으나 우발적 범행이었기에 (조씨의) 억울한 심정이 커 명예훼손을 지속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뒤 “재판 진행 중에도, 유죄 확정 이후 집행유예 기간 중에도 장기간에 걸쳐 범행을 저질렀고 피고가 주장하는 근거는 허위거나 객관성이 떨어졌으며 사실관계를 왜곡한 영상을 게재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아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함께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조씨의 부인 정아무씨도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 형의 유죄를 선고받았다. 

▲배우 조덕제씨.
▲배우 조덕제씨.

재판부는 “피해자(반민정)가 식중독 사건을 조작해 보험금을 탔다는 주장은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고, 피해자의 과도한 요구에 분노를 느껴 (식당 측이) 제보했다는 내용은 명백히 허위이며 설령 사실이더라도 개인의 일탈에 불과하고 강제추행 사건과도 관련이 없어 명예훼손이 인정된다”고 했으며 “정당한 보험금 청구과정에서 연예인 지위를 앞세운 갈취행위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병원에서의 사고 당시 합의금 사건도 피해자에게 제대로 된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허위 게시물을 적시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문제의 강제추행 당시 영상과 관련해 “실제 영상에선 벽으로 밀어붙여 강제로 성 행위하는 모습이 찍혀있는데 피고가 게재한 영상에선 실제 영상과 주요 부분이 달랐다”고 밝힌 뒤 “(피고는) 마치 피해자가 허위진술을 한 것처럼 묘사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시켰다”고 판시했다. 이어 “‘거짓말과 말 바꾸기가 자판기처럼 나오는 사람’, ‘습관적으로 거짓말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은 구체적 사실 적시 없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시킬 만한 추상적 표현에 해당해 모욕죄가 인정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부풀려 진술했고, 여성단체와 결합해 진실과 다른 판결이 나왔으며 자신을 의도적으로 곤경에 빠트렸다는 (피고) 주장 역시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력을 다해 지키려 했던 것은 성적 자기 결정권이 아니라 고가의 명품 브래지어였다는 (피고의) 주장도 피해자를 희롱한 것에 해당해 모욕죄가 인정된다”고 했다. 이어 “매우 불완전한 묵음처리로 사실상 실명을 드러낸 것은 미필적 범위가 있어 보인다”고 했으며 “피고로 인해 피해자는 배우로서 활동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고 결론냈다. 

▲배우 반민정씨.
▲배우 반민정씨.

이날 재판정 한켠에 앉아있던 배우 반민정씨는 판사가 판결문을 읽어내리는 내내 연신 눈물을 흘렸다. 반씨는 선고 직후 “죽을만큼 고통스러운 시간들이었다. 법원의 판결이 나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고 심경을 전한 뒤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살아서 대응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뜻깊은 판결”이라고 밝혔다.

조덕제씨는 구속 직전 최후 진술에서 반민정씨를 힐끗 쳐다본 뒤 “여성단체 일방의 이야기만 듣고 왜곡된 보도가 나와 잘못된 보도행태에 대해 사실관계를 바로잡으려 했던 것”이라고 자신의 행동을 변호한 뒤 “(그 과정에서) 과장되거나 모욕적인 부분에 대해서 피해자에게 본의 아니게 피해 입힌 부분에 대해 유감스러게 생각하고 반성한다”고 말했다. 조씨는 “악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조씨 부인 정씨는 “일방적 주장만 받아들인 판결”이라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반씨는 “피고인들의 행위로 인해 대중에 무고녀, 협박녀, 갑질녀 등으로 각인되었고, 내 모든 것을 잃었다. 내가 끝까지 버틴 것은 법으로라도 허위사실임을 인정받기 위한 것에서 나아가, 다른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살아만 있으면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진다는 희망이 되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다”며 심경을 밝혔다. 반씨는 “내 사건과 그 해결 과정이 자극적인 가십거리가 아니라 심각한 사회문제임을 알리고 싶었고, 오늘 이 판결이 뜻깊은 선례로 남기를 바란다”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