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경영진이 스포츠 중계·제작 업무를 자회사인 MBC플러스로 옮기고 스포츠국을 축소하는 조직개편 계획을 통보하면서 스포츠국 구성원들이 재차 반발하고 있다. 앞서 MBC 사측과 스포츠국 구성원들은 노사와 스포츠국이 참여하는 회의체를 열어 조직개편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기로 했다.

MBC 스포츠국 측에 따르면 경영진은 지난 6일 스포츠국 구성원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그간 MBC가 맡아온 스포츠 중계 제작 업무를 MBC플러스로 이관하고 기존 스포츠국 구성원에겐 기획 업무를 맡기거나 부서를 재배치하겠다는 개편 계획을 밝혔다.

스포츠국 구성원에 따르면 경영진은 이 자리에서 오는 7월 열리는 도쿄올림픽을 테스트 삼아 기존 스포츠국 제작PD들이 아닌 자회사 스포츠플러스에서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MBC 스포츠국 조직 개편을 담당한 정영하 기획국장과 스포츠국 구성원 대표들이 이 자리에 참석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스포츠국 PD는 “회사가 사실상 전과 같은 입장을 되풀이했다. ‘구조조정이나 일방 부서 재배치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했지만 사측 대표는 추진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이 PD는 “스포츠국 구성원들은 중계 제작 업무를 이관한다는 계획 자체에 동의하지 못한다”며 “회사가 스포츠국에 맡기겠다고 말하는 ‘기획’이 무엇을 뜻하는지 도리어 묻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 서울 상암동 MBC사옥. ⓒ언론노조
▲ 서울 상암동 MBC사옥. ⓒ언론노조

MBC 경영진은 지난해 11~12월 이 같은 내용의 스포츠국 조직개편안을 추진하다 국 구성원이 성명을 내는 등 반발하자 계획을 잠정 중단하고 스포츠국과 협의를 거쳐 결론을 도출하기로 했다.

김봉근 차장을 비롯한 스포츠국 구성원 26명은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조직개편에 대한 경영진의 행보를 보면 향후 방향에 대한 고민도 없고 스포츠국에 대한 일말의 이해도 보이지 않는다”며 “근거나 계획, 비전 없는 무책임한 조직개편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회사와 대화 채널을 구성해 두 번의 간담회를 가졌지만 경영진은 표면적 답변과 침묵으로 일관했다. 자료는 부실했고, 고민은 얕았으며 ‘힘없는 부서’를 정리하겠다는 의지만 확고했다”면서 “‘한 번 해보고 안 되면 어쩔 수 없다’는 식의 태도는 수많은 희생자를 낳는 동시에 MBC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JTBC, tvN 등 경쟁사들이 조인트 벤처 설립, 부서 확충 등 스포츠 콘텐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중이다. 쿠팡플레이 등 신생 OTT 서비스들도 스포츠 콘텐츠 확보에 공격적 투자를 하는 와중에 시장 흐름과 거꾸로 가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경영진의 ‘찔러보기’식 접근은 MBC 경쟁력 약화를 조장하고 있다”며 “PD에게 프로그램 제작을 하지 말라는 것은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MBC PD협회도 14일 성명을 내고 “PD들은 간담회에서 제작과 중계 기능의 이관에 이의를 제기하고 협의체를 통한 논의와 속도 조절을 제안했다. 돌아온 답은 회사는 애초 안대로 조직 개편하겠다는 예고”라며 “MBC에서 PD는 내일 무슨 일을 할지 장담할 수 없는 존재가 돼버린 것이냐”고 비판했다. MBC 스포츠국 PD들은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정영하 MBC 기획국장은 미디어오늘 연락을 받지 않았다. 다만 오동운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은 “노동조합은 회사가 명확한 계획이나 구성원과의 협의 없이 조직개편을 진행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보고 있다”며 “다음주 중 노사협의회를 열고 이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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