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내놓은 ‘방송시장 활성화 정책’에 한국방송협회(회장 박성제 MBC사장)가 14일 “낡은 비대칭규제 해소를 통해 방송 산업의 정상화를 향한 첫 단추가 비로소 채워졌다”며 환영 입장을 냈다. 

방송협회는 “지상파 방송은 대체 불가능한 우리 사회 공공미디어다. 신뢰할 수 있는 뉴스 보도, 더 나은 세상으로 변화시키는 시사 프로그램, 정제되고 흥미로운 고품격 오락 콘텐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재난 방송, 지역 이슈에 집중하는 지역방송 등을 통해 지상파는 공공의 이익에 충실히 복무해왔다”고 평가한 뒤 “그러나 그동안 기울어진 규제의 운동장 속에서 지상파 방송사의 경쟁력은 점점 빛을 잃었고, 거기에 코로나19 상황까지 맞으며 지상파의 위기는 대한민국 공공미디어의 위기”라고 했다. 
    
방송협회는 “방송시장 활성화 정책을 통해 비로소 국내 콘텐츠 산업의 선순환 구조가 온전히 구축되는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며 “지상파 방송사들도 보다 정상화된 시장 환경 속에 당면한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양질의 콘텐츠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더욱 다가가고 사랑받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협회 관계자는 “만시지탄으로 너무 늦은 조치라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 맞지 않는 여러 차별규제를 해소하겠다는 방통위 취지에 공감하고 관련 계획들이 좌초되지 않고 하나하나 현실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으며 “더욱 과감한 규제개혁을 기대한다”고 했다. 신문업계의 예상되는 반발에 대해서는 “이번 조치가 타 업계에 피해가 될 거라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증거가 존재하지 않고, 각 매체별로 예산을 정해놓고 그 범위 내에서 집행하는 국내 광고업계 관행상 타 업계에 피해가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방송협회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매체 간 차별규제를 해소해 공정경쟁 환경을 만들겠다는 차원이지 특정 업계의 손익이 확정될 사안은 아니다. 과거 2015년 광고총량제 도입시 신문업계에서 최고 3000억까지 지상파로 광고매출 쏠림 현상이 발생될 거라고 주장한 바 있었으나,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4일 이번 정책방안을 두고 △과거 정부가 주도한 탈규제와 시장자유 원칙을 복권시키고 △사업자 위주의 왜곡되고 편파적인 문제인식에 기초하여 △방송사업자의 상업적 이익을 우선 추구할 수 있는 제도적 물꼬를 활짝 열어주었으며 △시청자 권익과 미디어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도는 더욱 주변화하고 △방송주권자로서 미디어 개혁을 바라는 시민들의 열망을 저버린 셈이라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방송 광고 및 협찬, 편성 분야의 대규모 규제 완화는 방송통신위원회 역할을 심각하게 의심하게 한다. 과거 탈규제, 사장자유화 기조를 복권시키고 방송 사유화와 상업화를 더욱 부채질할 우려가 큰 전략을 내놓은 것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으며 “(방통위가)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은 방송 공공성 강화 및 시청자 권익 보호를 위한 새로운 제도와 미디어산업 패러다임의 전환이지 방송사업자들이 요구하는 재원확보와 수익성 확대를 위한 제도 변화가 아니다”라고 했다. 

민언련은 “협찬규제를 완화하면서 프로그램 제목을 광고주에게 판매하겠다거나 라디오 ‘라이브리드’ 허용 발상은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을 상품으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며 “광고 규제 완화정책이 방송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광고자본의 방송 장악력을 높이는 계기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방통위의 미디어렙 전면 재검토 추진에 대해선 “방송사업자와 광고주의 직접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자사 미디어렙 체제에 있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더욱 확대하겠다는 것은 약탈적 광고 심화 문제를 방기하거나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청자 권익과 공적 규제를 줄임으로써 기술적 형평성을 추구한다면 공공 생태계를 조성해야 하는 정책 당국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방통위를 향해 “시민의 권익에 반하고, 시민의 의견도 반영하지 않은 사업자 중심의 파편적인 정책 추진을 멈추고, 미디어 공공성에 기반을 둔 사회적 논의 기구 구성부터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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