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PD연합회·방송기자연합회·한국기자협회 등 현업 언론인 3단체가 13일 공동 성명을 통해 정치권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으로 추천한 인사들의 부적격성을 비판했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은 이장석 전 목포MBC 사장과 강선규 전 KBS비즈니스 사장의 추천을 즉각 철회하고 재공모를 실시해야 한다”면서 인사들을 추천한 박병석 국회의장을 직격했다.

이들 단체는 “이장석씨는 2010년 김재철 사장 때 MBC 보도국장을 맡아 프로그램 폐지, 노조 탄압에 앞장선 인물”이라며 “그는 국정원이 작성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에 따라 기자 사찰과 부당 인사를 일삼았고, ‘4대강 사업 검증’과 ‘총리실 민간인 사찰’처럼 정권에 불리한 이슈에 철저히 침묵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런 인물들을 추천한 장본인이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박병석 현 국회의장이라는 사실”이라며 “대전고 동문이라는 학연으로 이장석씨를 추천했다는 세간의 의심이 사실이라면 박 의장은 깊이 반성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더불어민주당은 재공모를 검토하자는 입장이고 국회 과방위도 이장석씨 지명에 우려를 전달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박 의장이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니 한숨이 나온다”면서 “박 의장은 KBS와 MBC 구성원들의 피맺힌 호소를 결코 가볍게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박 의장이 각계의 우려와 고언을 무시한 채 황당한 추천을 밀어붙일 경우 우리는 그가 국회의장의 권위와 자격을 잃었다고 간주하고, 그의 어리석고 오만한 행동을 역사에 고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박병석 국회의장. 사진=민중의소리.
▲ 박병석 국회의장. 사진=민중의소리.

아래는 한국PD연합회·방송기자연합회·한국기자협회의 공동 성명.

국회의장과 여야는 방심위원 추천을 백지화하고 재공모하라

 

새해 벽두부터 방송·언론계가 커다란 우려에 휩싸였다. 제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 선임을 앞두고 국회가 부적절한 인물들을 무더기로 추천했기 때문이다. 야당은 정치권 주변을 맴돌던 폴리페서와 만년 당직자 출신을 추천했다. 방송 통신에 대한 전문적 식견이 결여됐을 뿐 아니라, 수구 정치세력을 대변하는 편파 심의를 일삼을 게 뻔한 인물들이다.

 

여당은 더 경악스럽다. 이명박 정권 시절 방송을 망치는 데 앞장선 부역자를 2명이나 추천하겠다니 실망을 너머 분노가 치민다. 힘있게 개혁을 추진하라고 거대 여당을 만들어 준 국민의 뜻을 정면으로 배신하는 행태 아닌가.

 

더불어민주당은 이장석 전 목포MBC 사장과 강선규 전 KBS비즈니스 사장의 추천을 즉각 철회하고 재공모를 실시해야 한다. 이장석씨는 2010년 김재철 사장 때 MBC 보도국장을 맡아 프로그램 폐지, 노조 탄압에 앞장선 인물이다. 그는 국정원이 작성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에 따라 기자 사찰과 부당 인사를 일삼았고, ‘4대강 사업 검증’과 ‘총리실 민간인 사찰’처럼 정권에 불리한 이슈에 철저히 침묵했다. MBC 보도를 청와대의 홍보도구로 전락시킨 공로(?) 덕분에 목포 MBC 사장 자리에 오른 인물이 환골탈태해서 공정한 심의를 할 거라고 기대한다면 소가 웃을 일 아닌가.

 

강선규 전 KBS비즈니스 사장도 부적격이다. 그는 박근혜 정권에서 KBS 보도본부장과 KBS비즈니스 사장을 지냈고, 2017년 언론노조가 발표한 ‘언론장악 부역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그는 이완구 총리 후보자 뇌물수수 의혹이 불거졌을 때 해설기사를 직접 수정하고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KBS 편성규약을 정면으로 위반했다. KBS 뉴스의 공정성에 먹칠을 한 그는 2015년 본부장 신임투표에서 70%가 넘는 압도적인 불신임을 받기도 했다. 이런 인물이 방심위원으로서 방송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해 일할 거라고 기대하는 건 그야말로 연목구어가 아닐 수 없다. 오죽하면 언론노조가 “민주당 추천이라는 풍문이 현실화된다면 문재인 정부 최악의 인사 참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을까.

 

국민의힘 추천 인사들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이상휘 세명대 교수는 전형적인 폴리페서다. 그는 이명박 청와대의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냈고, 이명박 퇴임 후 뉴라이트 성향의 데일리안 대표이사로 변신했고, 2016년 새누리당 원외 대변인을 맡았고, 19대·20대 총선에 출마해서 각각 공천과 본선에서 탈락한 인물이다. 정치권 주변을 맴돌던 그에게 떡 하나 던져주듯 방심위원 자리를 맡기는 것은 구태 정치로 퇴행하는 짓 아닌가.

 

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은 20대 시절인 1995년 민자당 당직자로 정치에 입문하여 25년 동안 수구 정당의 당직자로 살아온 인물이다. 그는 21대 총선에서 마포구 갑 예비후보로 등록했으나 공천에서 탈락했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상근 특별보좌역을 맡았다. 이런 인물에게 ‘공정한 심의’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방심위원이란 중책이 공천 탈락자에게 선심 쓰듯 하나씩 나눠주는 자리인가. 언론노조가 적절히 비유했듯, 국민의힘은 방심위를 ‘정치 지망생들의 놀이터’로 전락시킬 셈인가.

 

가장 황당한 것은, 이런 인물들을 추천한 장본인이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박병석 현 국회의장이라는 사실이다. 대전고 동문이라는 학연으로 이장석씨를 추천했다는 세간의 의심이 사실이라면 박 의장은 깊이 반성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국민이 더불어민주당을 거대 여당으로 만들어 준 것은 힘있게 개혁을 추진하라는 뜻이었지 이렇게 정실인사를 해도 좋다는 뜻이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권력을 사유화한다면 국민의 분노를 피할 길이 없다는 것을 진정 모르는가?

 

더불어민주당은 재공모를 검토하자는 입장이고 국회 과방위도 이장석씨 지명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박 의장이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니 한숨이 나온다. 박 의장은 “이장석씨가 목포 MBC 사장으로 선임됐을 때 목포 MBC 노조가 환영 성명서를 냈다”는 이유를 들며 그를 옹호하고 있다는데, 당시 목포 MBC 노조 관계자는 “하도 기가 막혀서 역설적으로 그렇게 쓴 거”라고 밝혔음을 알려드린다. 박 의장은 KBS와 MBC 구성원들의 피맺힌 호소를 결코 가볍게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박 의장이 각계의 우려와 고언을 무시한 채 황당한 추천을 밀어붙일 경우 우리는 그가 국회의장의 권위와 자격을 잃었다고 간주하고, 그의 어리석고 오만한 행동을 역사에 고발할 것이다.

 

여야에게 제안한다. 국회는 현실적으로 국민의 대의기구다. 하지만 국민의 신뢰를 충분히 얻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며, 이는 한국 정치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한계를 감안, 방심위원 추천에 앞서 한국PD연합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기자협회 등 방송 언론인들을 대표하는 현업 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기 바란다. 법과 제도의 개선도 필요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각계각층의 지혜를 모으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때까지 현행 제도를 유지하되, 누구보다 콘텐츠를 잘 아는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참고하여 유능하고 양심적인 방심위원을 모신다면 시행착오와 소모적 갈등을 줄일 수 있지 않겠는가.

 

2021년 1월 13일

한국PD연합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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