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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오 사설] 실종된 방사성 물질 유출 후속보도를 찾습니다
[미오 사설] 실종된 방사성 물질 유출 후속보도를 찾습니다
[미디어오늘 1284호 사설]

지난 7일 포항MBC는 “한수원 자체 조사에서 월성 원전 부지가 광범위한 방사능 오염에 노출됐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방사성 물질 오염 근거로 지난해 월성 원전 부지 10여 곳 지하수의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 검출 수치를 전했다.

국내에서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누출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점, 삼중수소 검출량이 관리기준의 18배에 이른다는 점, 삼중수소가 DNA 변형을 일으켜 인체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는 점 등을 따져봤을 때 해당 보도 파장은 클 수밖에 없었다. 원전 부지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북쪽 경계 지역에서 최고 924베크렐의 삼중수소가 검출된 흔적도 나왔다.

지역민이 해당 보도에 관심을 보이면서 포항MBC와 같은 보도를 한 안동MBC 홈페이지가 마비되기도 했다. 포항MBC 보도는 원전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이다. 원전 구조상 방사성 물질을 밀폐하고 조금의 유출도 허용치 않아야 한다는 기본 상식에 반하는 결과가 나왔다면 후속 보도를 통해 시시비비를 따져주는 게 우리 언론이 할 일이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포항MBC 보도 내용에 대한 우리 언론 반응이 조용했다. 7일 보도 이후 지역 매체를 중심으로 포항MBC 보도를 인용한 뉴스가 나왔지만 중앙 일간지에선 관련 뉴스를 거의 다루지 않았다. 뉴스가 아니라는 판단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주말을 거쳐 11일 갑자기 쏟아져 나온 관련 보도 내용은 포항MBC 보도가 과장‧왜곡됐다는 것이다. MBC 보도에 나온 삼중수소 기준은 배출허용기준이며 이를 원전 ‘내부’ 특정 지점 측정치에 적용했기 때문에 ‘18배’ 검출 기준치는 과장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많은 언론은 또한 “월성 주변 지역 주민의 삼중수소로 인한 1년간 피폭량은 바나나 16개 또는 멸치 1g 섭취, 흉부 X레이 1회 촬영의 100분의 1 정도와 동일한 수준”이라는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의 말을 인용해 MBC 보도를 ‘음모론’이라고 확정했다. 한수원 측도 “삼중수소 검출은 모두 원전 부지 안에 위치해 외부 유출이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방사성 물질의 유출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위험성 자체를 상쇄시키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매우 부족한 해명이다. 10일 MBC 후속 보도에 따르면 ‘사용 후 핵연료 저장 수조’ 인근 집수정에서 지하수 방사능 수치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원자로별 삼중수소 최대 검출치가 관리기준보다 최대 13배 높게 나타났다. 원전 안전에 근본적 문제가 있을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침묵하다가 일부 원자력 전문가 견해만을 듣고 ‘음모론’이라고 ‘선택적 보도’를 하는 모습에 시민들이 공감할 리 없다.

나아가 정권을 향한 검찰의 ‘원전 수사’가 그르칠 수 있다면서 노골적으로 여론전을 펴기 위한 음모가 숨어 있다고 부추기는 보도 역시 오히려 ‘음모론’에 가깝다. 혹여 과장 왜곡된 내용이 있을지라도 국민 생명 안전에 직결된 사안에서는 여러 전문가 의견을 듣고 전면 조사를 통해서라도 투명한 결과를 내놓으라고 촉구하는 것이 우선이다. 의도적으로 허위사실을 보도하는 것만이 여론을 왜곡하는 게 아니라 ‘선택적 보도’를 통해 어떤 사실을 철저히 은폐하는 것도 여론 왜곡이다.

▲ 포항MBC가 지난 1월7일 뉴스데스크 지역방송에서 내보낸 월성 원전 삼중수소 검출 보도. 사진=포항MBC 영상 갈무리
▲ 포항MBC가 지난 1월7일 뉴스데스크 지역방송에서 내보낸 월성 원전 삼중수소 검출 보도. 사진=포항MBC 영상 갈무리

자기 잘못을 요식행위로만 인정하는 것도 선택적 보도 방식의 하나다. 오보 처리 문제다. 우리 언론은 크게 보도해놓고 오보로 드러나면 작게 보도하는 게 일상이 돼버렸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12월24일 1면과 8면에 걸쳐 “한국 선박이 북한에 석유를 밀수출하다 중국 당국에 1주일간 억류 및 승선 검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위반에 해당하고 중국으로부터 한국 선박의 ‘범죄 현장’이 발각돼 국제사회에서 굴욕을 당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한국 국적의 선박과 정부 부처에도 확인을 구하지 않았다. 결국 오보로 판명났다. 오히려 한국 선박 회사는 공해상 합법적인 해상 급유를 했는데도 중국이 불법으로 선박을 점거해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정상적인 수출입 행위를 법적 근거 없이 제재를 가한 중국에 항의를 해야 할 사안이었다.

조선일보는 12월24일자 1면 6단 중 1단 38줄, 8면 6단 중 3단 42줄을 관련 기사로 대서특필해놓고, 12월31일자 2면 6단 중 1단 29줄로 오보에 입장을 밝혔다. 외교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을 보도해놓고 일주일 뒤 사과 입장을 작게 밝혔을 뿐이다. 사과문을 보면 오보 취재 경위는 알 수 없다. 대신 주한 중국 대사관이 한국 선박을 조사한 해명성 입장을 실어 중국 해경이 우리 선박을 조사한 건 ‘사실’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지면 크기도 문제지만 내용만 보면 잘못을 인정하는지도 불분명하다. 새해 들어 언론사들이 공통으로 약속한 건 ‘독자 친화’였다. 형식과 내용을 갖춰 오보를 인정하는 것이 독자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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