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숙 진보당 공동대표는 4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 도전하기 위해 국회 소통관에서 오는 15일 출마선언을 계획하다 무산됐다. 국회 측에서 ‘코로나 확산으로 소통관 외부인 출입이 금지된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원외(비국회의원) 인사인데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출마하지 않겠다’는 조건부 출마선언을 했다.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예약을 할 수 있는 자격은 현직 국회의원에게 있다. 즉 오 전 시장의 경우 현직 국민의힘 의원이 소통관 기자회견장을 예약했고, 국회 측에서 오 전 시장의 소통관 출입을 허용했다는 뜻이다. 

▲ 지난 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건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사진=민중의소리
▲ 지난 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건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사진=민중의소리

 

송 대표는 1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을 통해 소통관에서 출마선언을 하려고 했지만 코로나로 외부인은 안 된다고 하더라”라며 “15일에 출마선언을 할 예정이라 다른 장소를 섭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20대 국회에서 민중당(현 진보당)이 원내에 있을 때 원외 인사들을 기자회견장에 많이 부를 수 있었다”며 이번 조치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사용여부는 정치인 입장에서 중요하다. 최근 한파와 코로나 확산으로 기자들을 접촉해 모으기 더욱 어려운 상황인데 국회 소통관에는 정치부 기자들이 상주하기 때문이다. 

국회 소통관에 출입이 가능한 외부인의 기준이 뭘까.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이날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이후부터는 원내정당의 경우에도 비국회의원은 소통관에 배석할 수 없다”며 “다만 당 대표·대변인·부대변인, 전직 국회의원은 예외적으로 배석이 허용된다”고 했다. 이어 “비국회의원은 원칙적으로 원내·원외 가릴 것 없이 배석할 수 없다”며 “마찬가지로 원외정당이라 하더라도 전직 국회의원은 배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즉 외부인의 참석여부가 원내·원외로 구분되는 게 아니라 전직 국회의원이나 일부 당직 여부로 갈린다는 뜻이다. 오 전 시장의 경우 과거 국회의원을 지냈기 때문에 현재 원외 인사지만 소통관 기자회견장 출입이 가능했던 것이다. 

▲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이 지난해 11월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서울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이 지난해 11월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서울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현재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원외 정치인들 사례를 더 보면, 국회의원 출신이 아닌 이들은 소통관이 아닌 다른 곳에서 출마회견을 열었다.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은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출마 회견을 열었고,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원은 국회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국회 소통관에서 출마를 선언했는데 안 대표는 현재 국회의원이 아니지만 원내정당 대표이면서 전직 의원이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대표도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시장 출마 사실을 밝혔는데 역시 원내정당 대표 신분이다. 

송명숙 대표는 "전현직 국회의원이나 제도권을 기준으로 출입 여부를 결정하면, 특권이 없는 약자나 소수들이 발언할 기회는 차단될 것"이라며 "형평성에 맞지 않을 뿐더러 국회도 세상의 조명이 비춰지지 않는 곳에 문호를 넓힐 고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 신지혜 기본소득당 대표가 지난 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소중립 서울 기후에너지 정책'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기본소득당
▲ 신지혜 기본소득당 대표가 지난 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소중립 서울 기후에너지 정책'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기본소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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