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B청주방송에서 부당해고된 뒤 숨진 고 이재학 PD의 유족이 그의 근로자지위 확인소송 항소심을 원래대로 진행한다. 법원의 강제조정으로 마무리한다는 합의를 청주방송이 지키지 않으면서다. 대주주 이두영 두진건설 회장을 포함한 청주방송 이사진은 지난 5개월 넘게 합의 이행을 거부해왔다. 

이 PD 유족 이대로씨는 11일 통화에서 “지난해 12월24일 청주방송에 유족의 최종 입장문을 보냈다. 12월29일까지 지난 7월 합의한 조정 문구대로 조정 결정을 받는다는 의견서를 법원에 내지 않으면 30일부터 항소심을 진행한다고 밝혔다”며 “청주방송은 이후 어떤 답도 주지 않았다. 형(이 PD)의 뜻에 따라 항소심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항소심은 이 PD가 생전 제기했던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이다. 그는 2004년부터 만 13년을 청주방송에서 AD 및 PD로 일했다.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십수 년 일했고 PD를 맡은 2011년부터는 최소 2개 이상 프로그램 제작에 동시 참여하면서 잡다한 행정 업무도 맡는 등 업무적으로 더 종속됐다. 2018년 4월 프리랜서 처우 개선을 요구하자마자 해고돼 5개월 후 청주지법에 소송을 냈다. 지난해 2월 이 PD가 숨지면서 유족이 소송을 수계했다. 

▲2020년10월5일 CJB청주방송 고 이재학 피디 대책위원회가 4자 대표 합의를 훼손하는 이두영 이사회 의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청주방송 앞에서 열었다. 사진=대책위 제공.
▲2020년10월5일 CJB청주방송 고 이재학 피디 대책위원회가 4자 대표 합의를 훼손하는 이두영 이사회 의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청주방송 앞에서 열었다. 사진=대책위 제공.

 

유족은 최종 입장문에 분노감을 드러냈다. 청주방송 측이 지난해 12월 협의가 진행되는 동안 ‘유족 등은 향후 이 사건과 관련해 어떤 문제 제기나 언급을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요구했다. 청주방송 이사회 요구였다. 청주방송은 지난 7월 이미 언론노조·유족·시민사회대책위 대표와 이 PD 명예회복을 둘러싼 각종 이행 사항을 합의했다. 그런데 청주방송이 이를 번복했고 4개월 넘게 시간을 끌었다. 

청주방송 이사들은 이 과정에서 조정 문구 중 ‘부당해고’나 ‘회사의 사망 책임 통감’ 표현 삭제도 요구했다. 또 언론 보도 등으로 합의 내용이 공개됐고 경영진도 관련 내용을 보고했음에도 최근까지 ‘합의 내용을 알지 못했다’고 모르쇠로 일관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말 협의 자리에서도 이런 말이 나왔다. 일련의 상황을 지켜본 유족은 청주방송 측이 일체 추가 언급을 하지 말라고 되레 요구해오자 분노를 터뜨렸다. 

유족 이씨는 “7월 합의문엔 강제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청주방송은 유족이 항소심 판결을 받는데 협조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에 따라 항소심을 진행한다”며 “이사회는 유족, 대책위, 제3자들이 형의 일을 입 밖에도 꺼내지 말라는 등의 구체적인 수준으로 요구했고 이를 어길 시 금전적 보상을 해야 한다는 등 상식적으로 반성했다면 할 수 없는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이사회 의장인 이두영 회장은 11일 “당시 이사회가 내용을 알지 못한 것도 맞고, 내용에 문제가 있는데 그냥 넘길 수 없으니 협의를 계속한 것”이라며 “(12월 동안)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과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이 직접 이사회와 추가 협의를 했다. 추가로 요구한 건 어떤 비슷한 사안에서도 (회사 측이) 요구하고, 요구할 수 있는 수준의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 PD 사망 책임자 징계는 계속 진행 중이다. 진상조사 결과 부당해고 및 소송 방해 책임자로 규명돼 지난해 10월 징계 해고된 하아무개 전 기획제작국장은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넣었다. 충북지노위는 하 전 국장과 청주방송에 화해를 권고했으나 결렬됐다. 지노위 판정은 오는 12일 나온다. 

청주방송 관계자는 “합의 사항은 계속 이행 중이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관련해 용역회사 소속이었던 경비·미화 직원 경우 촉탁직으로 직접 고용했고, 올해 정규직으로 고용키로 한 비정규직 3명에 대해서도 직접 고용을 이행했다”며 “강제조정 관련한 협의가 순탄치 않지만 (관계자들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사회가 합의 정신을 거부한다는 평가는 오해”라며 “강제조정의 경우 합의 후 유족과 회사 양측이 재조정할 수 있다고 여겼으나 아니었고, 이사회 의결을 거치면서 이사회가 법률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해 논의를 거듭해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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