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자력발전소 1~4호기 지하수에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최대 기준치의 18배 만큼이 검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다. 지난해에 이 같은 조사결과가 나왔는데도 왜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1년 넘게 감사해온 감사원은 도대체 뭘 했느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포항MBC는 지난 7일 뉴스데스크 지역방송에서 “월성원전 부지가 광범위한 방사능 오염에 노출됐을 수 있다는 한수원 자체 조사 결과가 나왔다”며 “지난해 월성원전 부지 10여곳의 지하수 검사 결과, 모든 곳에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원전 구조상 방사성 물질은 안전을 위해 완전히 밀폐, 격리돼 지정된 설비를 제외하고는 검출되서는 안 된다”며 “하지만 조사 결과 많게는 71만 3천 베크렐, 관리기준의 18배에 이르는 상당량의 삼중수소가 곳곳에서 검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MBC도 10일자 뉴스데스크에서 지난해 6월23일 한수원이 작성한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 삼중수소 관리현황 및 조치계획’을 공개했다. MBC는 한수원이 사용 후 핵연료 저장 수조 인근의 집수정에서 지하수 방사능 수치를 조사한 결과 “원자로별 삼중수소 최대 검출치는 관리 기준의 8.8배에서 13.2배로 높게 나왔고, 월성 4호기에서는 인공 방사능 물질인 ‘감마 핵종’까지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한수원은 저장 수조를 점검하고, 주변 토양 오염도 조사했지만, 삼중수소가 높게 나온 원인은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MBC는 지적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1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월성원전 부지 지하수에서 삼중수소가 이같이 검출됐다는 점을 들어 “외부 유출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지하수에서 방사성물질이 검출됐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라며 “이번 조사로 시설노후화에 따른 월성원전 폐쇄가 불가피했음이 다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그동안 일부에서는 조기폐쇄결정을 정쟁화하며 그런 불량원전의 가동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나 참으로 무책임한 정쟁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감사원을 두고 “1년 넘게 월성원전을 감사해 놓고, 사상 초유의 방사성물질 유출을 확인하지 못한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1년 동안 무엇을 감사했는지 매우 의아스럽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월성원전의 삼중수소 유출 의혹은 이미 7년 전부터 제기되어 왔는데도 그동안 그런 의혹이 왜 규명되지 못했는지, 누군가의 은폐가 있었는지, 세간의 의심대로 원전 마피아와의 결탁이 있었는지 등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0일 논평에서 “국민의힘의 비호 아래 1년 넘게 월성 1호기 폐쇄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최재형 감사원장은 충격적인 방사능 누출로 인한 국민 안전은 뒤로하고 경제성 타령만 해왔다”며 “이를 이어받은 검찰은 감사원 감사결과를 기반으로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지적했다. 신 대변인은 “그러나 국민의힘, 감사원장, 검찰, 원전마피아와 결탁한 보수언론 모두 경주 시민들의 방사능 노출 위험에 대해 짠 듯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5년 전인 지난 2016년 1월21일 월성원전인접지역이주대책위원회와 환경운동 연합이 환경운동연합에서 월성원전 주민 삼중수소 검사결과 발표 및 대책마련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5년 전인 지난 2016년 1월21일 월성원전인접지역이주대책위원회와 환경운동 연합이 환경운동연합에서 월성원전 주민 삼중수소 검사결과 발표 및 대책마련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자력 안전 단체인 원자력안전과 미래는 10일 “저장조를 비롯한 수조 내부가 에폭시로 방수도장 되어 있으나 방사선의 영향으로 지속적인 변형으로 누설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지하 오염이 충분히 예상될 수 있으며, 월성원전에서 지속적으로 발생되었으나 정보공개도 전혀 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월성1호기 첫 가동 이후 지금까지 월성원전에서 계획적, 비계획적으로 대기방출, 해양방출, 지하방출된 모든 방사능 누출정보를 즉각 공개하라”며 “2016년 9월12일 경주지진 이후 지하구조물과 사용후핵연료저장조 등 수조와 폐수지저장탱크, 액체폐기물저장탱크 등의 누설, 정비이력을 모두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한수원은 2년 전에 월성 3호기 수조에서 한차례만 검출돼 회수했으며, 공기중에서 전이됐다고 주장했다. 한수원 본사 홍보팀은 11일 오후 미디어오늘이 질의에 대한 답변서를 통해 삼중수소가 실제 71만베크렐이 검출됐는지와 관련 “2019년 4월 월성3호기 터빈건물 하부 지하수 배수관로 집수조 내의 고인물에서 71만베크렐/리터가 1회 검출돼 액체 폐기물처리계통으로 회수했다”며 “이후 터민건물 하부 지하수 배수관로 유입수는 2000베크렐/리터 수준”이라고 답변했다. 한수원은 규제기준치 4만 베크렐/리터 대비 최대 13.26베크렐/리터로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삼중수소가 그렇게 다량으로 검출된 이유를 두고 한수원은 “터빈건물하부 지하수 배수로에 고인 물은 발견 당시 고인 상태에서 장기간 보존된 것으로 보였다”며 “자체 실험결과 고인물의 삼중 수소 농도가 높아진 사유는 공기 중에 있는 미량의 삼중수소가 장기간에 걸쳐 고인물로 전이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했다. 공기 중의 삼중수소가 물로 변했다는 주장이다. 외부 자문기관에 실험결과를 검증받겠다고도 했다.

한수원은 이 같은 결과를 국민에 공개하지 않은 이유를 두고 “원전사고 고장 보고 및 공개 규정의 공개항목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2019년 4월 원자력안전위원회 지역사무소 최고보고, 원안위 본원과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 보고했다고 해명했다. 모든 방사능 누출출 및 경주 대지진 이후 누설 정비 이력에 대한 정보공개 요구를 두고 한수원은 “민간환경감시기구 등 관련기관에서 요청 시 검토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MBC 보도와 민주당의 삼중수소 검출 주장이 원전판 권언유착이라며 감사원감사와 검찰 수사 공격을 위한 여론전이라고 주장했다. 성 의원은 “삼중수소는 일상에서 검출되는데, 멸치 1그램과 바나나1개 커피가루 함유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며 “화강암지대인 우리나라는 지하수에서 평균 10%이상 나오고 있기도 하다. 월성 누출이란 자극적 제목으로 MBC가 보도하고 민주당이 기다렸다는 듯 환영하는건 검찰 수사를 막기위한 여론전”이라고 덧붙였다.

▲ 포항MBC가 지난 7일 뉴스데스크 지역방송에서 내보낸 월성 원전 삼중수소 검출 보도. 사진=포항MBC 영상 갈무리
▲ 포항MBC가 지난 7일 뉴스데스크 지역방송에서 내보낸 월성 원전 삼중수소 검출 보도. 사진=포항MBC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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