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이 보좌관 시절 다른 의원 여비서를 성폭행했다는 가로세로연구소의 폭로에 정치권이 진상 공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을 탈당한 김 의원은 허위사실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가로세로연구소에 대해 오는 9일 고소장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8일 내놓은 입장에서 “가로세로연구소의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내일 고소장을 제출한다”며 “저와 제 가족의 인격과 명예를 짓밟는 저열한 작태를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가세연의 추잡한 요설로 많은 분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며 “상상도 할 수 없는 말들을 히히덕대며 내뱉는, 짐승만도 못한 짓거리에 당당히 맞서겠다”며 “그들이 더는 우리 사회에 해악을 끼치지 못하도록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가로세로연구소은 지난 6일 유튜브 방송에서 김 의원이 이학재 바른미래당 의원 보좌관 시절인 2018년 10월15일 국토 교통위원회 주재 경상북도 국정감사를 위해 안동으로 내려가 피감기관인 경북도청이 마련한 술자리에서 피해자(자유한국당 아무개 의원의 인턴비서)와 목격자(바른미래당 아무개 의원 비서)를 만났다고 설명했다. 이 방송은 이날 밤 김 의원이 숙소인 안동 그랜드호텔에서 피해자와 목격자가 머물던 방에 찾아가 술을 더 마신 뒤 피해자를 성폭행했다고 방송했다.

이에 김 의원은 이날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오늘 가로세로연구소에서 저와 관련해 다룬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런 더럽고 역겨운 자들이 방송이라는 미명하에 대한민국을 오염시키고 있는 현실에 분노한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이런 자들에게 취할 수 있는 수단이 법적 대응밖에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며 “즉시 강력한 민·형사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김 의원은 지난 7일 자진탈당했다.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했던 국민의힘은 탈당계 제출 이후 회의를 취소했다.

다른 정당에서도 진실을 밝히고 책임있는 조치를 취하라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위원장 정춘숙)는 8일 오전 내놓은 성명에서 폭로내용도 충격이지만 국민의힘의 무책임한 자세에 개탄한다고 비판했다. 여성위는 김 의원이 1977년생 초선 국회의원으로 젊은 보수에다, 당내 ‘청년의힘’ 대표라는 점을 들어 “더욱 참담하다”며 “김 의원의 성폭력 의혹으로 인해 우리 사회 청년 정치가 무참히 짓밟혔다”고 비판했다.

▲김병욱(오른쪽)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5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김병욱 페이스북
▲김병욱(오른쪽)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5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김병욱 페이스북

 

여성위는 공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미래통합당이 성범죄, 미투 가해자 등을 공천 부적격 기준으로 내세웠는데, 이 의혹도 접수됐어야 마땅하다며 ‘신고되지 않았기에 몰랐다’는 책임 회피용 변명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공천 당시 김 의원 문제가 제기됐는데도 공천했다면 문제는 더 커진다며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등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소집했던 비공개 비상대책회의를 김병욱 의원의 탈당 직후 취소한 점을 들어 여성위는 “‘탈당하면 그만’, ‘듣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제1야당의 무책임, 꼬리자르기는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원대의 공사를 수주해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박덕흠 의원과 부친의 보도 무마 청탁 및 불법 재산증식 등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전봉민 의원의 탈당에 이어 김병욱에까지 계속되고 있는 후진 정치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여성위는 “국민의힘은 이제라도 김병욱 사건의 진상을 파악한 후 공개하고, 국민들께 소상히 보고해야 한다”며 “김병욱 의원도 책임있는 자세로 ‘국회의원’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정말 결백하다면 하루빨리 민·형사상 조치를 취하고 진실을 밝히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사법기관에도 이번 폭로사건을 철저히 수사해야 하며 피해자 보호가 1순위라고 덧붙였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참담하다”며 “잇단 남성정치인들의 성폭행 의혹과 사건에 어디까지 실망해야 할지 감도 오지 않는다. 의혹만 생기면 탈당으로 ‘꼬리자르기’하는 정치인과 정당의 행태에 허탈하기 그지 없다”고 비판했다.

조 대변인은 “국민의힘이 김병욱 의원을 공천한 정당인데, ‘탈당했으니 우리와 무관하다’라며 등 돌리지 말고 책임있는 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탈당했다고 다 해결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촉구했다.

우리공화당도 논평에서 김종인 위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반드시 해야 한다며 “국민의 힘이 배신의 힘으로 불려지더니 이제는 성폭행의 힘으로 전락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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