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장이 8일 차기 언론노조 위원장 후보로 출마를 선언했다. 러닝메이트(수석부위원장 후보)는 전대식 전 부산일보지부장이다.

윤창현 SBS본부장은 이날 오전 언론노조 중앙집행위원회 단체톡방에 올린 글에서 “‘닥치고 언론개혁’으로는 안 된다. 저널리즘 기본과 가치의 중심을 잡을 때만 지속가능한 미래가 가능하다”며 “부산일보 전 지부장이자, 지역신문노조협의회 의장을 지낸 전대식 동지와 함께 차기 언론노조 임원 선거에 출마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윤 본부장은 글에서 “우리 언론노조 현실에 대해 가감 없이 몇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고 밝히며 운을 뗐다. 윤 본부장은 “언론개혁의 중심과 본질이 흔들리고 있다”며 “언론에 대한 불신이 만연하다. 귀담아듣고 성찰해야 한다. 그러나 ‘닥치고 언론개혁’으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군중 검열이 일상화되고, 집단 혐오로 변질되고 있다. 언론노조가 침묵하면서 저널리즘의 변할 수 없는 근본이 함께 휘청대고 있다. 현장 조합원들의 노동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곧 언론사의 위기, 언론인의 위기,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언론노조가 흔들리는 저널리즘의 기본과 가치의 중심을 잡을 때만이 지속가능한 미래가 가능해진다”고 했다.

윤 본부장은 “상황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이슈와 질서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며 “언론노조는 상대적으로 작은 조직과 조합원 수로도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강력한 정치력, 논리적 설득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촛불혁명 이후 개혁의 방향과 내용을 주도해야 할 우리의 메시지는 위축됐고, 기약 없는 정치권의 빈말에 끌려다니다 계속 기회를 잃고 있다”며 “우리가 그럴수록 현장의 조합원들은 더 깊은 침묵과 냉소로 언론노조를 외면해 갈 것”이라고 했다.

윤 본부장은 “최근 언론노조는 모색과 성찰에 게을렀다. 중앙집행위원회에서조차 변변한 정책 논쟁이 이뤄지지 않고, 일선 조합원들 대부분은 언론노조가 무슨 주장과 정책을 말하는지 무감각하다”고 했다. 

윤 본부장은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우리가 말하는 개혁은 과연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윤 본부장은 “우리는 지난 세월 혹독한 시련을 겪으며 적폐청산과 언론개혁을 외쳤다. 싸움을 끝내고 현장에 돌아온 조합원들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현기증 나는 변화의 속도에 놀라 공포에 물들어 있다. 이 와중에 마주 싸워왔던 족벌 언론과 거대 재벌 권력은 건재하고, 기대했던 언론개혁은 함흥차사”라고 했다.

윤 본부장은 언론노조의 구호와 주장이 미래세대와 더 빠르게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윤 본부장은 “사회의 중심 세대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 언론노조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후배들은 87년 체제의 한계를 체감하며 성장했다”며 “그들이 촛불광장에서 청산하고자 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선배들이 주도한 87년 체제의 근본적 한계, 더 큰 불평등과 불공정, 반인권과 구태들”이라고 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 사진=미디어오늘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 사진=미디어오늘

그는 그러면서 “우리 스스로를 파괴적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했다. “급속히 줄어드는 파이를 놓고 이전투구를 벌여봐야 답은 정해져 있다. 변화의 속도와 방향을 정확히 읽어내고, 파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과감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치열한 논쟁이 조직 내 일상이 돼야 한다. 그래야 질서를 주도하고 새로운 세대가 조직 중심으로 성장하는 언론노조로 진화할 수 있다”며 “경청하고 소통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준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윤 본부장은 출마 선언 배경에 대해 “경선 후유증보다 더 위태로운 언론노조의 미래를 열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이 저와 전대식 동지를 움직였다”며 “문재인 정부에 언론개혁을 촉구하는 그제 기자회견을 보고, 레임덕을 앞둔 시점에서야 만시지탄의 목소리를 내는 우리 모습을 보면서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더 굳어졌다”고 했다.

현재까지 언론노조 위원장 선거는 지난 2000년 산별 전환 이래 단독 입후보로 진행됐다. 오정훈 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지난달 언론노조 산하 전국신문통신노조협의회에 비공식으로 연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한편 언론노조 선거관리위원회(이종풍 EBS지부장)는 이날 예정된 임원선거 공고와 동시에 후보등록을 시작한다. 1월 중 선거운동을 시작해 2월 정기대의원회 선거를 통해 당선자를 확정한다. 선출 대상은 위원장·수석부위원장이며 조를 이뤄 출마한다.

윤 본부장은 1996년 SBS에 기자로 입사해 사회부, 경제부, 정치부 등에서 일했고 2011~2014년 카이로 특파원을 지냈다. 2016년부터 제15·16대·17대 언론노조 SBS본부장을 맡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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