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은 언론사의 ‘변종 돈벌이’ 통로를 차단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선·동아일보 창간 100년을 맞아 지난해 12월31일 개봉한 영화 ‘족벌 두 신문 이야기’ 관객과의 대화가 7일 유튜브로 진행됐다. 영화 연출을 맡은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영화를 통해) 근본적으로 하려고 했던 이야기는 언론개혁이다. 주류언론이 장악한 언론생태계를 그대로 두면 한국 사회 앞날이 어둡다는 문제의식에서 영화가 출발했다”고 강조하며 “제대로 저널리즘을 수행하지 못하는 언론은 도태돼야 하지만 한국 상황은 기이하다. 불량 상품을 계속 생산해도 언론기업으로서 사세가 확장된다. 그 중심에 변종 돈벌이가 있다. 그 통로를 차단하지 않으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도 언론개혁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례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이전 정부 시절 고용노동부 등으로부터 턴키 홍보를 통해 돈을 받고 홍보기사를 내줬고, 조선일보 건강섹션의 경우 병원으로부터 돈을 받고 기사를 쓰는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조선과 동아는 독자를 기만하는 기사형 광고 건수에서도 상위권에 속한다. 이명박정부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신문법 상 기사형 광고 과태료 조항을 없애버려 처벌 수단이 없다. 이런 가운데 조선·동아 사주일가는 상조회사나 영어유치원 등 수많은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다. 자사 지면은 언제든 계열사를 위한 홍보 지면으로 둔갑할 가능성이 높다. 

이날 관객과 대화에 나선 정준희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는 “두 신문이 대표적으로 나쁜 짓을 해왔는데 특히 (미디어) 시장을 얼마나 흐려놨는지 앞으로 제대로 짚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준희 교수는 “언론개혁을 이야기할 때 기사내용에 대한 불만, 편파적이라는 지적을 많이 하지만 언론개혁은 결국 우리 뜻에 맞는 언론을 잘 살게 해주는 게 아니라 그릇된 방식으로 먹고사는 언론이 먹고 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정교한 법제도 개선이 필요한데 지금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같은 주변적 이야기로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문제적 언론이) 먹고사는 방식의 저열함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영화 ‘족벌 두 신문 이야기’ 관객과의 대화에서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의 모습.
▲ 영화 ‘족벌 두 신문 이야기’ 관객과의 대화에서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의 모습.

정준희 겸임교수는 “언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구조가 근본적으로 자본화되었다. 광고를 따거나, 혹은 언론으로 사회적 영향력을 키워 이권을 획득하는 이상한 비즈니스가 굳어졌다”며 “독자와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게 만든 자본적 질서가 오늘날 언론의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대중 정부시절 세무조사를 통해 조선과 동아가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기업운영을 해왔는지가 드러났다. 정당한 경영을 하는지 회계구조를 보는 것 자체도 언론탄압이라며 막았다”고 지적한 뒤 “참여정부는 (족벌언론과) 손을 잡을 생각이 아예 없었다. 그러니 포위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정준희 겸임교수의 서울대 석사학위 논문은 ‘민주적 이행과정에서의 언론의 전략적 선택과 상징정치에 관한 연구 : 1991년 5월 정국에 대한 조선일보의 보도를 중심으로’였다. 정 교수는 영화 ‘족벌’에 대한 감상평에서 “한국의 족벌언론은 권력과 결탁해 생존을 도모했다. 동아투위를 내쫓는 과정이 그랬다. 족벌 사주가 외압을 막아주는 게 아니라 외압과 결탁해 내부를 식민지화했다. 그러다 보니 조선투위 동아투위 이후의 두 언론의 모습은 사주의 권력 지향성과 거의 동일시화 되었고, 더 이상의 (내부) 저항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선·동아가 빨리 약해졌으면 좋겠다. 실제로 약해지고 있다. 하지만 사회 상층부 네트워크를 통한 카르텔 때문에 약해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용진 대표는 “최근 ‘윤석열과 순댓국’ 기사를 보면서 너무 어이없었다. 몇 년 전 떠돌던 유튜브 내용을 가지고 ‘역대급 리더, 서민적 풍모’라며 기사를 썼다. 전두환 시절 조선 동아 모습이 떠올랐다”고 전한 뒤 “1970년대 동아투위와 조선투위의 시작은 ‘부끄러움’이었다. 지금 기자들이 왜 부끄러움이 없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며 “(조선 동아 내부 개혁은) 구성원들이 각성해서 움직이는 것밖에 없다. 4대·5대 세습을 하는 사주일가에게 각성을 기대하는 건 불가능하다. 구성원들이 이런 세습에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선·동아의 낯부끄러운 기사를 계속 공개하고 기사를 썼던 이들의 실명을 계속 공개해 부끄러움을 알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영화 ‘족벌 두 신문 이야기’ 관객과의 대화 모습.
▲ 영화 ‘족벌 두 신문 이야기’ 관객과의 대화 모습. 가운데가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김용진 대표는 또한 “과거 15년 전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언론에 대해 수없이 많은 문제 제기를 했다. 당시 연설문 등을 보며 그 당시 이렇게 절절하게 개혁해보려고 노력했는데 그 시대를 살면서 왜 (나는) 깨닫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은 ‘언론은 사주 권력과 금권으로 독립하는 게 진정한 독립’이라고 오래전에 했다. 방향성은 정당했으나 방법론적으로 거친 부분은 있었다”며 영화에서 노 전 대통령의 언론개혁 관련 메시지를 충분히 담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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