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무리하게 두 사안을 엮고 자극적인 제목을 뽑아 논란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6일 “[단독] 이재명이 전광훈 살렸다? 무죄 판결 도운 이 근거”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제목을 보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 무죄선고를 위해 어떠한 주장을 하거나 도움을 줬는데 이 사실이 조선일보를 통해 뒤늦게 드러난 것처럼 해석된다. 이 지사가 전 목사 재판부에 탄원서를 쓰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도 가능하다.

▲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사진=민중의소리
▲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사진=민중의소리

 

하지만 기사 본문엔 이러한 내용이 없다.

조선일보 보도를 요약하면 이 지사 대법 판결문에는 표현의 자유를 위해 이른바 ‘숨 쉴 공간’을 둬야 한다는 이유로 이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는데 ‘숨 쉴 공간’ 논리가 전 목사 판결에도 적용됐다는 내용이다. 기사 후반부에는 ‘숨 쉴 공간’ 법리가 1964년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에서 유래했고 한국 대법원에선 2011년부터 이를 차용했다고 덧붙였다.

선후 관계를 정리하면 표현의 자유 영역의 ‘숨 쉴 공간’ 법리는 반세기 전부터 미국 대법원, 10년 전부터 한국 대법원이 써온 논리다. 이중 이 지사 사건과 전 목사 사건만 뽑아서 엮은 뒤 기사 제목에선 마치 이 지사가 전 목사 무죄선고를 위해 적극적인 행위를 한 것처럼 한 번 더 왜곡을 한 것이다.

기사는 진영논리에 따라 멋대로 해석됐다.

유튜버 채널 ‘진성호방송’에서 진성호씨는 “조선일보가 전광훈 목사 판결문을 분석해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는데 바로 이재명이 전광훈을 살렸다는 논리”이고 “근거를 제공한 사람은 김명수 대법원장”이라고 했다. 이어 “전 목사 무죄판결은 대한민국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했는데 이는 김명수와 이재명의 공로”라고도 했다. 김 대법원장이 무리하게 이 지사를 살리기 위한 판결을 내놓는 바람에 전 목사도 무죄판결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 지난 6일 유튜브 채널 '진성호방송' 화면 갈무리
▲ 지난 6일 유튜브 채널 '진성호방송' 화면 갈무리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이 지사 판결에 대해 “법조계에선 ‘이 지사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판결’이란 비판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에 달린 포털 댓글에도 여당 소속인 이 지사를 살리기 위해 대법원이 무리한 판결을 내렸는데 그 법리가 의도치 않게 전 목사를 살리는데 도움이 됐다며 소위 ‘고소하다’는 식의 내용도 있었다. 결국 조선일보 보도는 사법불신을 조장하고 대법원 판결조차 진영논리로 해석하게 하는 단초가 된 셈이다.

또 다른 댓글의 흐름은 이 지사와 전 목사를 모두 비판하는 내용이다. 현 대통령 지지층 입장에선 같은 당 소속이지만 지지층이 다소 다른 이 지사와 진영이 다른 전 목사 모두를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데 이 지사가 실제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았는데 이 둘을 엮는 여론을 끌어낸 것이다.

▲ 조선일보 6일자 "[단독]이재명이 전광훈 살렸다? 무죄 판결 도운 이 근거" 기사에 달린 댓글 일부.
▲ 조선일보 6일자 "[단독]이재명이 전광훈 살렸다? 무죄 판결 도운 이 근거" 기사에 달린 댓글 일부.

 

조선일보는 ‘숨 쉴 공간’이란 표현이 쓰인 것으로 이 두 사건을 묶었지만 이 두 사안은 기소 혐의나 사안의 성격이 다른 사건이다.

전 목사는 지난해 10월 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간첩’이라고 주장했고, 지난해 12월 집회에서 ‘문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공산화를 시도했다’는 취지로 발언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 사안을 정치적 이념에 대한 검증, 사상의 자유의 영역으로 보고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차라리 전 목사 판결과 법리적으로 비교하기에는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재판이 더 적절해보인다. 고 전 이사장은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고 발언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 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반면 이 지사는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TV토론회에서 나온 질문에서 ‘친형의 정신병원 강제입원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발언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전 목사 사건이 유력 정치인에 대한 평가가 명예훼손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재판이지만 이 지사 사건은 누군가에 대한 비난을 다룬 사건이 아닌 이 지사의 발언이 허위인지, 또한 허위라면 선출직 공직자의 직을 박탈할 만한지를 따지는 사건이다.

재판부는 상대 후보자의 의혹제기에 대한 이 지사 즉흥적인 해명과정에서 나온 것일 뿐 적극적으로 허위를 퍼트리려는 범죄의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토론과정의 정치적 표현을 배경과 맥락이 아닌 엄격한 법적책임을 부담하게 하면 자유로운 토론이 어렵다고 봤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제기된 ‘공직선거법이 너무 엄격하다’는 지적에 대한 사법부의 답변으로도 볼 수 있다. 

경기도 쪽과 이 지사 법률대리인의 설명을 종합하면 선거운동의 자유를 얼마나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사건으로 사법부 판결 취지는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판단은 주권자들이 할 사안으로 검찰 등 국가기관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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