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달렸다. 대통령이 사면을 결정하면 지지층의 반발도 어느 정도 잦아들 가능성이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해 첫 메시지로 던진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 관련 논란에 대한 이 대표 측 한 인사의 말이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 사면론에 대해 비판 일색이었다. 여권 내부에선 ‘사과도 없는 범죄자들을 어떻게 사면하느냐’, ‘특히 박근혜씨는 형사범죄뿐 아니라 국민들의 판단(탄핵)도 있었다’ 등의 의견이 있고, 야권에서도 ‘이낙연 지지율 반등 카드’라는 지적과 함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두 전직 대통령 범죄 관련 사과로 환영만 할수 없다는 분위기도 있다. 

해당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당장은 비난이 많을 수밖에 없고 나도 원론적 입장만 따지면 사면 반대입장이지만 이 대표 입장에선 정치적으로 고려한 결정 아니겠느냐”고 했다. 

여기서 ‘정치적 고려’란 문 대통령이 느끼는 정치적 부담과 이 대표 대권 행보를 뜻한다. 문 대통령 입장에선 자신의 임기 직전 두 전직 대통령이 모두 옥에 갇혔고, 박근혜씨의 경우 전직 대통령 중 최장기간(약 3년10개월) 수감 중인데 이는 법적인 문제를 떠나 문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느껴진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또한 호남 인사로 분류되는 이 대표가 향후 대권행보에서 영남권 지지를 얻을 돌파구이기도 하다는 게 해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 새해 첫날 국립현충원을 방문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민주당
▲ 새해 첫날 국립현충원을 방문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민주당

 

이런 가운데 6일 리얼미터·오마이뉴스 여론조사를 보면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해 찬성(47.7%)과 반대(48%) 의견은 팽팽했다. 정치권과 언론에서 사면론에 비판적 의견이 지배했던 것과 다른 분위기다. 민주당 지지층에선 반대(88.8%),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찬성(81.4%)이 압도적으로 나타난 것을 봐도 ‘표계산’의 관점에서 볼 때 사면론 카드를 실패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또한 7일 조선일보는 “박근혜는 사면, 이명박은 보류 검토”란 기사에서 ‘여권 핵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박근혜씨 사면을 검토한다는 내용을 전했다. 이는 이 대표 쪽 관계자일 가능성이 높다. 

조선일보 취재에 청와대 관계자는 “사면 관련 입장이 없다”고 했고, 해당 보도 이후 청와대 대변인은 “사면을 검토한 적 없다”고 했지만 여당 대표가 실제 사면을 건의할 경우 청와대가 이를 일방적으로 외면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 대표 쪽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문 대통령과 이 대표가 지난 연말에 만났는데 그 자리에서 무엇을 논의했는지는 당사자들만 알 수 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두분은 서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만한 각별한 사이”라며 사전교감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대표는 사면건의와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대통령과 사전교감이 없었다”고 말해왔다. 

사전교감 여부를 떠나 결과적으로 공은 대통령에게 넘어간 분위기다. 문 대통령이 이 대표 건의를 받아들여 사면할 경우 이 대표는 그가 말한대로 ‘대통령에 대한 충정’을 보이면서 동시에 영남·보수성향 지지층에게도 어필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된다. 

문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임기 내에 사면을 단행하지 않더라도 이 대표에 대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란 예상도 가능하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 대표가 혼자서 소위 ‘쇼’를 한 모양새가 되는 건 정권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사면 건의를 꺼내든 이유로 ‘국민통합’을 말했다. 이는 총리 시절부터 그가 구상해 온 생각인 만큼 앞으로 국민통합과 관련한 의제를 더 던질 것이라고 해당 관계자는 전했다. 이달 내 진행할 것으로 보이는 문 대통령과 이 대표의 신년기자회견에서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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