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여권 주요 인사들이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4차 재난지원금을 주장하고 있다. 보통의 경우 언론매체 중에서도 진보 성향은 재난지원금 보편지급에 긍정적, 보수 성향은 부정적이다. 그런데 이번 여권 주장을 두고는 선거용이라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는 공통된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이런 지적의 근거와 비판 강도에는 온도차가 있다. 6일자 아침신문들을 살펴봤다.

이번 재난지원금 논의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 가능성을 거론한 뒤 여권 인사들이 뛰어드는 모양새다. 서울신문(민주당이 가능성 열어놓자… 이재명 전국민 지원금 주도)은 특히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해보다 더 큰 규모로 ‘소멸성 지역화폐 일괄지급’을 주장한 것을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가능성을 열어 놓자 어젠다를 주도해 가려는 것”으로 해석했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는 3차 재난지원금을 먼저 지급하고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서울신문은 “당 핵심 관계자는 ‘재난지원금의 경제적 효과, 코로나 확산세와 경제 상황을 봐야 한다’며 ‘구체화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기재부에 (추경을) 검토해 달라고 하지 않았다’며 ‘실제 논의는 없다’고 했다”며 “2~3월 백신 접종과 코로나19 안정세를 보면서 경기 부양 조건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라고 전했다.

▲1월6일자 서울신문 4면 기사.
▲1월6일자 서울신문 4면 기사.

청와대의 경우 취약계충 집중지원에 무게를 두고 있다. 5일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가 주는 고통의 무게는 결코 평등하지 않다"며 "정부는 이 고통의 무게를 함께 나누는 것에 최고의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했다. 한국일보(與잠룡들 앞다퉈 ‘전국민 재난지원금’…野는 “선거용” 성토)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역시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재난지원금은) 가장 많은 피해를 보신 분들께 가장 두텁게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이면서도 공정하다’고 말했다”며 “민주당이 주장하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기조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는 발언”이라고 짚었다.

이 신문은 이어 “재정부담도 변수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서는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지난달 3차 재난지원금을 편성하면서 올해 예비비 8조6,000억원 가운데 4조5,000억원(56%)을 이미 썼다. 지난해 전국민 재난지원금 전체 예산은 13조원 규모였다”며 “정부가 연초부터 추경을 편성하면 국가 재정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당정간 기싸움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국민의힘은 “4월 선거를 노린 것”(주호영 원내대표)이라는 비판 공세를 높이면서도 재난지원금 자체에 반대하기 쉽지 않은 처지다. 한겨레(재난지원금 지급도 전에…‘전국민 지원금’ 불지핀 여당)는 “야당은 곤혹스러운 처지다.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전국민 지급이 이뤄지면, 야당 입장에선 최악의 선거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그렇다고 공개적으로 반대하기도 어렵다. 국민의 힘은 정책결정의 즉흥성과 비일관성을 비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1월6일자 한국일보 6면 기사.
▲1월6일자 한국일보 6면 기사.

한겨레는 또한 “강도 높은 거리두기와 소비 진작을 염두에 둔 재난 지원금 전국민 지급은 모순된다. 또 ‘선거용’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5일에야 피해 업종과 고용 취약층에 대한 3차 재난 지원금 지출안이 국무회의에서 의 결됐는데, 이 지원금이 지급되기도 전에 또 다시 ‘전국민 지원금’ 얘기를 꺼낸 것도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좀 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을 통해 피해 · 소외 계층 지원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겨레 사설(‘전국민 재난지원금’보다 ‘코로나 양극화’ 대책을)은 “서두를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코로나 극복을 위한 경기 부양책의 한 방법으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논의할 수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발등의 불인 코로나 3차 유행이 진정된 이후 검토해도 늦지 않다. 지난해 가을에도 소비쿠폰 행사를 시작했다가 ‘2차 유행’이 벌어지면서 중단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또한 “피해 계층에 집중 지원한다는 정부·여당의 기존 정책 방향과도 상충된다. 또 소상공인과 고용 취약층에 대한 3차 재난지원금이 아직 지급되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 코로나 3차 유행이 꺾이지 않으면 피해 업종을 위한 4차, 5차 재난지원금이 필요한 상황이 닥칠 수 있다. 신중하고 차분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자칫 4월 보궐선거를 앞둔 선거용이라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지급한 전국민 재난지원금이 여당 승리에 도움이 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되레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취약계층 대응 강화를 주문했다. 이날 사설(1000명 넘은 코로나 사망, 취약계층·시설 대응 강화해야)에서 “코로나19 위중·중증 환자가 5일에도 35명 늘어 386명이 됐다. 위중·중증 환자 관리와 치유는 이르면 다음달 백신 접종과 치료제 투약이 이뤄질 때까지가 마지막 고비일 수 있다. 정부는 고강도 거리 두기로 코로나19 불길을 안정적으로 잡고, 취약시설·고령층의 검사·격리 속도를 선제적으로 높여 사망자 수를 줄여야 한다. 당장 요양병원·요양원 감염자들의 돌봄과 치료를 병행할 수 있는 대체시설 확충이 급하다”며 “‘준비 없이’ 희생자만 쏟아낸 코호트 격리 실패 사례도, 병상 대기 중에 숨지는 일도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1월6일자 조선일보 사설.
▲1월6일자 조선일보 사설.

일부 신문은 이번 전국민 재난지원금 논의가 ‘선거용’이라고 못 박아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사설(이번엔 보선 앞두고 ‘전 국민’ 재난지원금인가)에서 “2~3월쯤 민주당이 이 사안을 본격적으로 띄울 것이란 관측이 틀리지 않을 것”이라 꼬집었다.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과 시기 모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신문은 “지난해 1차 지급 때에는 피해 업체와 업종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고 속도가 중요하다는 당위성이라도 있었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지금은 피해자와 그 업종, 피해 정도에 대한 정보가 많이 축적됐다”며 “국가 재정을 정치 일정에 맞춰 마구잡이로 투입하는 비정상이 이제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사설(3차 시작도 전에 4차 재난지원금 운운, 선거가 다가온 것)은 “달러를 마음대로 찍을 수 있어 국가부채 부담이 훨씬 적은 미국에서도 ‘무차별 지급’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며칠 전 미국 경제학회 연례총회에서 경제 석학들은 막대한 규모의 무차별 현금 퍼붓기가 소비 회복에 큰 도움을 못 주고 재정 부담만 늘렸다고 평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미 하루 3000억원꼴로 나랏빚을 내는 형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660조원이던 국가채무는 올해 956조원으로 늘어난다. 추경을 또 하면 1000조원을 넘는 것도 시간 문제다. 선거 한번 이기겠다고 이래도 되나”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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