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수감중인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하자고 했다고 역풍에 휩싸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적절한 시기에 사면을 건의하겠다고 했으나 이제 결정은 내가 하지 않는다”고 밝혀 사면론에서 사실상 발을 뺐다.

이 대표는 4일 저녁 KBS ‘뉴스9’에 직접 출연해 ‘사면론에서 한 발 물러난 거냐, 사면에 대한 신념은 확고하냐’는 이소정 앵커의 질의에 “정리를 한 셈”이라며 “두 전직 대통령의 범죄를 용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민들의 마음을 모으는 방법으로써 검토할만하다라고 생각해서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단지 그것을 당에서 2가지로 정리를 했다”며 “국민의 공감대와 당사자의 반성이 중요하다라고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당내 의견 수렴 없이 이런 입장을 내는 게 적절한 것이냐’는 이 앵커의 지적에 이낙연 대표는 “의견 수렴 없이 한 건 참 아쉬운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의견 수렴이 어려운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이 대표는 “이제까지 우리가 오랫동안 익숙했던 문법으로 보면 수용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라는 걸 충분히 이해하고, 저에 대한 질책도 달게 받는다”며 “그럼에도 절박한 심정에서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어 “그리고 언제 한다는 것 아니고 적절한 시기가 오면 건의 드리겠다. 이렇게 했죠”라면서도 “이제 결정은 제가 하는 게 아니고”라고 말했다. ‘적절한 시기에 사면 건의하겠다고 말했다가 지금은 자신이 결정안한다’고 완전히 손을 뗀 답변이다.

두 당사자가 여전히 ‘정치 보복, 피해자’라고 주장한 것에 이 대표는 “좀, 답답하다”며 “본인들이 어떻게 생각하시느냐에 관계없이 대한민국의 대법원이 판단을 하면 수용하시는 게 옳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한 국가의 최고 통치자라면 국민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며 “사과 같은 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성이라는 조건에도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질의에 이 대표는 “그럼 그 당의 비대위원장께서 사과를 왜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KBS 뉴스9에 출연해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KBS 뉴스영상 갈무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KBS 뉴스9에 출연해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KBS 뉴스영상 갈무리

 

‘지지율이 좀 처지니까 승부수를 던졌다는 정치적 계산에 나온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이 대표는 “저의 이익만 생각했다면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코로나) 전쟁을 치러가는데 국민 마음을 둘 셋으로 갈라지게 한 채로 그대로 갈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절박한 충정에서 말씀을 드렸다”고 해명했다.

이 대표는 앞서 지난 1일 연합뉴스와 신년인터뷰에서 지지층의 찬반을 떠나 두 전직대통령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고자 한다고 했다가 당 안팎에서 거센 반발을 샀다.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4일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직 두 대통령에 대한 사면 논란은 이제 그만 했으면 한다”며 “정치인으로서 가지는 소신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민주당은 당의 입장을 분명히 정리했다. 원칙을 견지한 판단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런 가운데 계속 논란을 확산시키는 것은 엎질러진 물 한 잔으로 진흙탕을 만들어보겠다는 야당의 정치적 속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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