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최저치라는 기사가 연일 쏟아진다. 임기 대비 성적이 나쁘지 않다거나, 분열은 안 된다는 지지층 각성으로 레임덕이 쉽게 오지 않을 거란 관측도 있다. 그러나 지지율 하락세와 이탈층 특성은 대통령의 시야가 좁아질수록 부정적 영향으로 돌아올 가능성을 반증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높은 지지를 받으며 임기를 시작했다. 2017년 5월 리얼미터가 발표한 첫 국정 지지율은 81.6%로 집계됐다. 6월 한국갤럽의 문 대통령 첫 직무평가에선 무려 84.0%가 ‘잘 한다’고 답했다. 가장 높은 비율의 긍정평가 이유는 ‘소통 잘함 및 국민공감노력’(18%)이다. 문재인 정부가 기치로 내건 개혁·적폐청산(6%)보다도 10%p 이상 높은 비율로 ‘소통하는 대통령’에 호응한 것이다. 추진력·결단력·과감함, 일자리창출·비정규직 정규직화 등도 긍정 평가 요인으로 나타났다.

취임 2년차까지도 문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80% 안팎을 유지했다. 2018년 5월1주차 리얼미터 조사에선 77.4%, 한국갤럽 조사에선 83.0%의 긍정평가가 나왔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재개 등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덕이다. 보수 성향 응답자들은 오히려 이 점을 부정적인 평가요인으로 삼았지만 긍정률이 압도적이기에 위기가 되지 않았다. 이후로도 문 대통령은 안정적인 지지율을 국정 운영의 동력으로 삼아왔다.

▲ 12월5주차 리얼미터 정례여론조사.
▲ 12월5주차 '리얼미터'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그러다 지난달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여겨진 40%가 깨졌다. 긍정평가는 처음 30%대를 기록했고, 부정 평가는 60%를 육박하고 있다. ‘콘크리트 붕괴’, ‘득표율(41.08%)보다 낮은 지지율’, ‘레임덕 임박’ 등의 기사나 정치권 반응이 터져나왔다. 물론 40% 붕괴만으로 레임덕을 단정하긴 어렵다. 이미 4년차 3분기부터 30%를 겨우 유지하거나 밑돌았던 김대중(31%), 노무현(12%), 이명박(32%), 박근혜(12%) 전 대통령에 견줘도 여전히 높은 성적이다. 여권 내부의 계파 갈등이나 주류 교체 등으로 대통령 권력이 도전 받을 가능성도 현재로선 크지 않다.

문제는 지지율 하락의 양상이다. 지난해 초중반까지는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가 엎치락뒤치락하며 반전을 보여왔다. 9월부터는 긍정 평가의 하락세와 부정 평가의 상승세가 안정화되기 시작했다. 40%선이 깨진 11월에서 12월 사이부터는 그 간격이 급격하게 벌어졌다. 긍정층과 부정층의 여론이 좁혀지기 어려운 흐름이다.

충성 지지층인 40대를 제외한 대부분이 등 돌리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청년층의 지지율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갤럽 월간조사에 따르면 2019년 1월까지만 해도 만 18~29세 응답자의 절반이, 이후로도 이들 중 40% 중후반대의 응답자가 문 대통령을 지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부터 이미 30%선으로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40대와 더불어 높은 지지율을 뒷받침해 온 30대도 심상치 않다. 2019년까지 60% 안팎의 지지율을 보였던 연령대이지만 지난해 10월과 11월 40% 후반, 12월엔 40% 초반으로 떨어졌다. 30대 중에서도 후반으로 갈수록, 50대는 초반에 가까울수록 문 대통령 평가가 좋다. 응답자를 18세에서 80세까지 가로로 펼쳐놓고 지지율을 보면, 40대 전후로만 볼록하고 나머지 연령대에선 저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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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갤럽 2020년 월간·연간 통합 집계-연령별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통화에서 “지지율 추세를 보면 출범 후 최대 위기다. 세대구도의 한 축이 무너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3김시대’까지 위력을 발휘한 지역구도가 2009년 대선시점부터 세대구도로 대체됐다. 노무현 후보도 20~30대의 압도적 지지를 얻으면서 경선·본선에 돌풍을 일으켰다”며 “비호남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는 40대 이하에서 60%대 득표를 해야만 중장년층의 투표율, 고령화 현상, 구 새누리당에 대한 압도적 지지를 상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청년층 이탈 속에서 강성 지지층만을 ‘코어’ 삼아 버티는 덴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이른바 ‘K방역’ 효과도 기대를 걸기 어려워졌다. 한국갤럽 주간조사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 요인 1위는 줄곧 ‘코로나19 대처’였지만, 비중이 점차 줄었다. 코로나19 대처를 잘 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답한 비율은 9월4주 36%, 11월4주 35%, 12월3주 29%로 줄어들었다. 부정적인 평가층에선 되레 코로나19 대처가 미흡하다고 밝힌 경우도 있다.

부정적 평가 요소로는 ‘부동산 정책’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9~12월 각각 10%, 26%, 20% 비율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반적으로 못 한다’는 답변이 1~2순위를 유지했다. 11월부터는 검찰·법무부 갈등 때문이라는 답변이 부정평가 이유로 등장했다. 경제·민생 문제 해결능력이 부족하다거나, 독단적·일방적·편파적이라는 응답도 꾸준했다. 임기 초 ‘소통·공감능력’으로 호평 받았던 것과 정 반대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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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1주차 한국갤럽-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첫 직무 평가 이유 상위 10가지.
▲2020년 12월 5주차 한국갤럽-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첫 국정 평가 이유 상위 10가지.
▲2020년 12월 3주차 한국갤럽-문재인 대통령 직무 평가 이유 상위 10가지.

다만 새해를 맞으면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거란 시각도 있다. 올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주택공급 계획이 추가로 발표될 예정이다. 이른바 ‘추·윤갈등’을 끌어 온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물러났고, 비록 상처는 남았으나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논란도 잦아들었다. 조 바이든 신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을 계기로 경제 패러다임 및 국제정세 판도 변화 또한 앞두고 있다. 치명적인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한 판을 바꿀 기회도 있다.

관건은 중심을 잡을 리더십이다. 안일원 대표는 “이제 언론도 국내 이슈에만 매몰될 수 없을 것”이라며 “워낙 크고 작은 이슈가 많으니 대통령이 혼자 동분서주할 수는 없겠지만 중요한 고비 때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민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봤다. 안 대표는 피로도가 높은 정치적 갈등 현안을 넘어서야 한다며 “다시 한번 희망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직접적 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참조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및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리얼미터 2017년 5월 1주차 정례 여론조사: 2017년 5월 4일~8일(어린이날 제외)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5만7931명 통화 시도해 최종 2515명 응답 완료, 4.3% 응답률(미수신 조사대상 2회 콜백). 무선전화면접(8%), 무선(72%)·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 통계보정은 2020년 4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연령·권역별 림가중 부여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

한국갤럽 2017년 6월 1주차 대통령 취임 후 첫 직무평가: 2017년 5월30일~6월1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4명 대상 전화조사원 인터뷰.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집전화 RDD 15% 포함). 응답률 19%(총 통화 5223명 중 1,004명 응답 완료) 표본오차 ±3.1%p(95% 신뢰수준).

리얼미터 2018년 5월 1주차 정례 여론조사: 2018년 4월30일~5월4일(노동절 제외)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3만5184명 통화 시도해 최종 2002명 응답 완료, 5.7% 응답률.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 통계보정은 2018년 1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연령·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2%p.

한국갤럽 2018년 5월 1주차 대통령 취임 1년 직무평가: 2018년 5월 2~3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2명 대상 전화조사원 인터뷰, 응답률18%(총 통화 5701명 중 1002명 응답 완료).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집전화 RDD 15% 포함), 표본와 ±3.1%p(95% 신뢰수준)

한국갤럽 데일리오피니언 (2020년 1~12월 자체 조사): 전국 만 18세 이상 4만7048명(월 평균 3921명) 대상으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집전화 RDD 15% 포함)했으며 표본오차는 월 평균 ±1.6%p(95% 신뢰수준). 응답률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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