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랑스의 저널리즘윤리중재위원회(Conseil de Déontologie Journalistique et de Médiation)가 설립 1주년을 맞이했다. 이 위원회의 가장 큰 목적은 바로 언론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언론인, 언론사 및 시민 사회의 다수의 대표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언론에 대한 일종의 자율규제 기관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저널리즘윤리위원회는 많은 민주 국가에 존재하며, 공적 토론의 질을 높이고 올바른 정보에 기초한 시민의 정치적 판단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에서 언론의 자율 규제 기구를 만든다는 것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었다. 정치적 성향이 뚜렷한 프랑스 언론의 특성상 특정 이슈에 대해 극단적인 입장 차이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프랑스의 많은 언론사들이 자체적으로 ‘메디아퇴르’, 즉 중재자를 두고 있다는 것 또한 이러한 기구의 창설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들의 역할은 언론사가 자신들이 정한 규칙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지를 감시하고 기사의 퀄리티를 보증하며, 동시에 언론수용자와 뉴스룸 사이의 대화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이처럼 언론사 내에 자율규제 시스템이 존재하기에 저널리즘윤리위원회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이들의 주장은 묵살되어 왔다. 

그러나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더불어 이러한 위원회의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기 시작했다. 언론사 웹사이트나 24시간 뉴스채널, 소셜미디어 플랫폼 등을 통해 끊임없이 뉴스가 쏟아지면서 언론의 검증되지 않은 보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빠른 정정을 요청할 수 있는 기구의 존재가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2018년, ‘노란조끼’ 시위에 대한 왜곡 보도로 언론에 대한 증오가 확산되면서 저널리스트에 대한 물리력 행사까지 심심치 않게 발생한 것 역시 이러한 기구의 탄생에 한몫 했다. 불신을 벗어나기 위해 언론과 시민의 관계를 회복할 집단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2019년 2월, 저널리즘 총회와 프랑스 텔레비지옹이 진행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의 74%가 이러한 기구를 만드는 데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그리하여 등장한 저널리즘윤리중재위원회는 정보의 퀄리티 및 윤리와 관련된 문제, 즉 정보의 검증, 기사의 사실관계와 정확성, 맥락화 등에 대한 언론수용자들의 불만을 처리하고 있다. 수용자가 불만을 제기하면 위원회에서는 관련 기사를 심의한 후, 그 의견을 기사를 생산한 언론사의 입장과 함께 발행한다. 아울러 이러한 불만처리는 각 매체의 편집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원칙하에 이루어진다. 

물론 프랑스의 저널리즘윤리중재위원회는 등장한지 얼마 되지 않아 대중성이 확보되지 않은데다, 여전히 이에 대해 부정적인 몇몇 언론사들로 인해 제대로 기능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게다가 법률적 규제 기관이 아니기에 실질적인 구속력은 부족하고 Name & Shame(공개비판을 통한 망신주기) 시스템에 기대고 있어 그 효과를 장담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언론 스스로 언론에 대한 공식적인 비판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도라고 생각된다. 

서구에 비해 저널리스트의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우리 사회의 경우, 언론사 내부의 자율규제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거나 있더라도 유명무실하며, 정보의 퀄리티와 윤리 문제는 처참한 지경에 이르렀다. ‘아니면 말고’ 식의 추측보도, 무책임하게 방치된 오보, 검증 없이 받아쓰는 따옴표 저널리즘, 출입처 보도자료 베껴 쓰기, 엉뚱하다 못해 황당한 기사 제목,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기사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나쁜 저널리즘 관행이 판치고 있지만 독자는 그 어디에도 하소연할 데가 없다. 

이제라도 언론수용자와 언론인이 이런 문제를 자유롭게 제기하는 공식적인 언론 비판의 장이 우리 사회에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언론이 명확한 윤리 규칙을 채택하고, 언론에 대한 시민의 비판에 공개적으로 응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언론도 민주주의도 건강성을 획득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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