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동 KBS 사장이 4일 신년사에서 ‘수신료’를 12번 언급하는 등 수신료 인상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양 사장은 지난해 12월 연기된 ‘KBS 수신료 현실화’안을 1월 안에 이사회에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1000억원대로 예상한 지난해 적자 폭이 300억원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사장은 신년사에서 “수신료 현실화에 대해 지난 12월 이사회 상정을 목표로 했다가 코로나19가 다시 크게 확산돼 올해로 넘겼다”며 “이번 달에 공적책무강화 및 수신료 현실화 방안을 이사회에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수신료 현실화는 우리의 숙원이자 가야만 하는 길”이라며 “올해도 외부 여건이 매우 험난하지만 KBS가 이 과정을 거쳐 가야만 질적으로 큰 변화와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수신료 인상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올해의 KBS 방송 지표 역시 “수신료의 가치를 더욱 높이며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겠습니다”로 정했다. 

양 사장은 “얼마 전 한 시청자로부터 큰 선물을 받았는데 손 편지와 미화 100달러짜리 2장”이라며 “해외 거주 교포 분께서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를 보고 보내주신 건데 고국에 못 오는 아쉬움을 달래준 ‘잘 차려진 추석 상차림’으로 ‘감동’이었다고 쓰셨다”고 전했다. 

이어 “200달러는 수신료 100달분, 8년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BBC 수신료로는 1년치”라며 “고심하다가 표구(그림의 뒷면이나 테두리에 종이 또는 천을 발라서 꾸미는 일)해서 보관하기로 했다. 볼 때마다 수신료 가치에 대해 생각하고 용기를 얻는다”고 말했다. 

▲양승동 KBS 사장.
▲양승동 KBS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양 사장은 지난해 적자를 1000억원으로 예상했지만 300억원 이상 적자 폭이 줄어들 것이라고도 전했다. 

양 사장은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크게 확산하면서 사업 손실이 1000억원을 넘을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한 적이 있었다”며 “연말에 추산해 본 결과 다행히 당기 손익은 균형을 맞출 수 있고, 사업 손실은 당초 편성한 적자 폭보다 300억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 광고시장이 일부 회복세를 보인 가운데 주말 및 일일 드라마가 선전했다”며 “예능에서도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점차 콘텐츠 경쟁력이 높아졌다. 통합광고마케팅도 이전해 보다 높은 실적을 보였다. 콘텐츠사업도 성과를 내서 재전송 및 VOD 협상을 잘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양 사장은 “2021년 수신료 가치를 더욱 높이며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해 우리 스스로 다음과 같이 질문하자”며 10가지 질문을 제시하기도 했다. 

양 사장이 꼽은 10가지 질문은 △콘텐츠는 넘쳐나지만 허위왜곡 정보가 난무하는 시대, 신뢰의 기준 △기후재난 등 재난재해가 일상화된 시대, 재난주관방송사의 역할 △코로나19로 개개인의 삶이 크게 위축된 시대, 위로와 공감의 동반자가 되는 법 △대전환의 시대, 공론장의 역할 △수도권과 지역 간 균형 발전이 절실한 시대, 지역방송의 역할 △글로벌 미디어기업들이 미디어생태계를 위협하는 시대, 국가기간방송의 역할 △5G, AI, ATSC3.0 등 첨단 방송통신기술의 시대, 시청 경험 제공에 대한 고민 △젊은 층이 TV를 떠나고 있는 시대, 미래 세대 접근법 △한반도 평화와 화해의 기회를 위한 KBS의 역할 △경쟁력 있는 고품질 프로그램을 위한 고민이었다.  

양 사장은 “콘텐츠 계열사 경쟁력 강화 프로젝트, 적극적인 자산 활용을 위한 법 개정 추진, 지상파에 대한 비대칭 규제 해소, 그리고 연차 제도 개선까지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라며 “새해에 속도를 내서 추진하겠다. 낮은 자세로 겸허하되 자신감을 갖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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