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방송 드라마는 주 2회를 방송하는 기준에 따라서 짝수 회차 말에는 다음 주를 기다리게 하려고 클리프행어(궁금증을 유발하는 엔딩)를 두는데, 넷플릭스는 그럴 필요가 없다.”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는 국내 드라마가 늘어나면서 드라마의 문법도 변화하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는 클리프행어가 필수적이지 않으며, 중간광고·지상파 분리편성광고(꼼수 중간광고)를 고려해 끊어지는 구성으로 제작하지 않아도 된다. 회차별 시간 제한도 없다. 유건식 KBS 공영미디어연구소장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전문가리포트 12월호에 게재한 ‘넷플릭스가 국내 드라마 시장에 미친 영향 - 제작자 심층 인터뷰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통해 넷플릭스 콘텐츠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드라마 제작 관계자 18명의 목소리를 담았다.

일선 제작진은 넷플릭스와 국내 방송사의 제작 환경에 차이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넷플릭스는 요구하는 ‘화질’부터 한국 방송사와는 달랐다. D 관계자는 “저희가 그때 요구받은 QC(품질관리)는 4K(HD보다 4배 선명한 화질)가 아니었다. 6K, 8K였다. 그 당시 현존하는 최고의 카메라를 요구했다”며 “현 시스템으로는 편집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하니 편집팀을 세 팀을 두더라도 컨버팅을 해서, 50년 뒤에도 업 컨버팅이 가능하도록, 넷플릭스가 최적의 서비스를 할 수 있어야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갈무리.왼쪽부터 킹덤, 스위트홈, 인간수업.
▲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갈무리. 왼쪽부터 킹덤, 스위트홈, 인간수업.

A 관계자는 “촬영 시 제작 촬영 현장을 공유해주고 촬영이 끝나면 OK 컷을 공유를 해줘 항상 리뷰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촬영 현장에 가능한 최소한으로 매니저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해 제작을 침해받지 않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제작비 지급과 관련 F 관계자는 “사전에 협의하여 넷플릭스가 제작사에 제작비를 선지급하고, 제작사는 제작비에 대한 회계 감사 후 남은 금액은 넷플릭스에 반환한다. 예산을 더 투여해야 하면 협의를 통해 더 받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막 주는 것은 아니다. 넷플릭스의 요구로 2~3번 회계 감사를 했다. 그렇게 받고 문제가 없으니 통과된 것이다. 실비 정산을 해서 남은 금액은 회수해 간다”고 했다.

소재 선택에도 차이가 두드러진다. A 관계자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경우는 독특한 것을 찾고, 구매의 경우 아시아 시장에서 인기가 있을 법한 캐스팅 및 멜로 스토리를 선택하는 것 같다”고 했다. B 관계자는 “오리지널 제작은 지상파에서 엄두를 낼 수 없는 제약이 많은 콘텐츠를 만들어 내 다양성이 필요한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킹덤, 인간수업 등 넷플릭스에서만 공개하는 드라마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는 한국 지상파에서 방송하기 어려운 소재를 선택하고, 넷플릭스가 수급하는 콘텐츠는 ‘사랑의 불시착’처럼 캐스팅이 화려한 멜로를 선호한다고 했다. 넷플릭스 수급 콘텐츠의 경우 국내 드라마의 해외 유통권을 독점하는 방식으로 계약한다.

제작자 입장에선 넷플릭스 수급 콘텐츠를 통해 해외 시장 개척이 가능하고, 제작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B 관계자는 “우선 단시간 내 190여개국의 공급은 상당한 메리트라고 생각한다. 각각의 지역에 개별 조건을 맞춰 판매하는 복잡한 방식을 거치지 않기에 좋다”고 했다.

▲ 국내 드라마와 넷플릭스 제작방식 차이. '넷플릭스가 국내 드라마 시장에 미친 영향' 보고서 갈무리.
▲ 국내 드라마와 넷플릭스 제작방식 차이. '넷플릭스가 국내 드라마 시장에 미친 영향' 보고서 갈무리.

하지만 넷플릭스가 긍정적인 면만 있는 건 아니다. G 관계자는 “한국 콘텐츠의 소유권은 미국 넷플릭스에 있게 돼 우리나라의 콘텐츠들을 많이 빼앗기게 돼 잠식당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지상파에서 제작을 하되 제작을 진행한 제작사가 수익이 날 수 있는 구조여야 지상파에서 좋은 책(대본)과 연출로 제작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F 관계자는 “드라마가 터지면 인센티브를 주든지 포상을 해야 하는데 전혀 없다”며 “우리나라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그렇다. 우리가 하청업체라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D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말도 안 되는 월권을 부리는 부분들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한국의 작가들은 작가협회 회원이니 신탁이 돼 있어서 재방료가 있다. 배우들도 배우조합에서 재방료를 받기도 한다”며 “넷플릭스는 거기에서 걸리는 게 하나도 없다”고 했다. D 관계자는 “평균보다 조금 더 상회하는 비용으로 (저작권을) 영원히 갖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우리 걸 못 줘서 안달”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국내 드라마 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수용하되, 부정적 영향은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방송사 드라마 경쟁력을 갖기 위한 기획 기능 강화 △충분한 제작비를 투입할 수 있는 구조 마련 △글로벌 OTT의 진입에 따른 적절한 활용 △포스트 프로덕션(촬영 이후 후반작업) 강화 등 제작 시스템 개선 △정부의 정책 수립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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