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힌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과거엔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을 대표발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대표는 해당 법에서 사면이 불가능한 범죄를 규정했는데 두 전직 대통령의 범죄도 이에 해당했다. 새해 벽두에 던진 사면카드가 자신의 과거 법안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셈이다.  

2005년 2월, 노무현 대통령이 재벌회장들과 정치인들을 3·1절 특별사면 대상으로 검토한 사실이 알려지자 당시 이낙연 의원은 사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이자 후원자였던 강금원 전 창신섬유 대표를 특사 명단에 포함했고 정치권에선 대통령 사면권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같은해 5월 당시 이낙연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마이뉴스에 “사면권 남용을 억제할만한 장치를 마련하는 등 사면권을 제한해야한다는 취지에 동의한다”며 “지난 16대 때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했던 취지를 검토해 새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 지난 1일 국립현충원을 방문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민주당
▲ 지난 1일 국립현충원을 방문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민주당

다음달인 6월13일 그는 ‘사면권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법안에는 주호영 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서명했다. 

해당 법안을 보면 대통령은 사면을 결정할 때 대법원장 의견을 구하도록 해 대통령 결정에 제약을 달았다. 

또한 확정판결을 받은 후 1년이 지나지 않았거나 형기의 3분의1을 채우지 않은 사람은 사면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담았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이 대표가 주장했던 두 전직 대통령(이명박 지난해 10월29일 선고, 박근혜 오는 14일 선고)은 사면대상에서 제외된다. 

개정안에서는 특별사면이 불가능한 범죄유형을 규정했다. 헌정질서파괴범죄, 정치자금법,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등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와 제5조 등이다. 특가법은 뇌물죄 관련 조항이고 특경가법은 사기·횡령 등의 가중처벌 관련 규정이다. 

두 전직 대통령이 모두 뇌물죄로 처벌을 받았기 때문에 역시 이 대표가 과거 대표발의했던 법에 따르면 사면 대상이 아니다.  

이 대표는 해당 개정안 제안이유에서 “대통령 사면권은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 고유권한이지만 사법부의 판단을 변경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적정하고 공평하게 행사해야 하고 남용했을 때 법적 안정성을 크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정치적·정략적 차원으로 남용·오용돼 국민들이 국가사법을 불신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대통령사면권의 범위와 행사절차를 규정해 사면권 행사의 신중을 기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 대표는 3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국난을 극복하려면 둘로 갈린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며 “그렇게 하자면 정치가 복원되고 다시 활발해져야 한다”고 정치적 차원의 이유로 사면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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