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장한 ‘이명박·박근혜 사면론’ 후폭풍이 일고 있다. 이 대표는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여당 내에서도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신문들 반응은 선명하게 나뉘었다. 아래는 2일 주요일간지(국민·서울·세계·한국 휴간)가 1면에 게재한 관련 기사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이낙연, 국민통합 명분 “MB·박근혜 사면 건의”
동아일보: 새해벽두 ‘MB-朴 사면론’ 李 띄우자 靑 “논의 가능”
조선일보: 선거 D-95…與 ‘박근혜 사면’ 꺼냈다
중앙일보; 이낙연 “MB·박근혜 사면 건의할 것” 청와대 “좋은 말씀”
한겨레: “박근혜·이명박 사면 건의할 것” 새해 첫날, 논란 불댕긴 이낙연

‘국민통합’ 내세웠지만, ‘선거 승부수’ 해석

이낙연 대표는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이 “국민 통합을 위한 큰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저의는 선거를 위한 정치공학적 셈법으로 풀이된다. 당장의 4월 재·보궐선거, 나아가 내년 대선에서 ‘이낙연 후보’를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사면론의 배경으로 한겨레(사면론 꺼내 ‘통합’ 부각…“국민 공감대 부족” 여권 냉랭)는 “14일 예정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면 사면론이 거론될 수밖에 없으니, 미리 의제를 선점하겠다는 뜻도 깔린 듯하다”며 “4월 재보궐선거가 다가올수록 사면 논의가 정치적 의도 공방으로 번지기 쉬워 미리 김을 빼는 효과도 노렸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동시에 “정치적 올바름과 별도로, 이 대표 본인에게 유리할지도 불투명하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사면에 필요한 전제 조건들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본인의 정치적 운명을 위해 사면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비친다. 감동을 주기 어렵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청와대와 교감 속 ‘사면카드’…통합 앞세워 ‘위기 돌파’ 뜻)은 “당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당·청의 공동 대응 전략 성격이 짙다”고 봤다. “문재인 정부 집권 후반기 코로나19 위기와 ‘추미애·윤석열 갈등’ 등으로 국론 분열이 심화하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국민통합’의 상징인 사면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내에선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을 여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말한 것은 교감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며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두 차례 문 대통령과 만났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점에서 이 대표가 문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대신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고 했다.

중앙일보(문 대통령과 사전 조율? 3위로 밀린 이낙연 ‘통합’ 승부수) 역시 “평소 신중한 성격의 이 대표가 대통령 고유 권한인 사면 문제를 먼저 꺼낸 걸 두고 ‘사면에 대한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줄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대선후보 지지율 3위로 주저앉은 자기 자신을 위해 반전의 계기를 만들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조선일보(조선일보 4년간 적폐청산 몰아쳤던 與, 선거 다가오자 ‘통합’ 카드)도 이 대표가 사면론을 내세운 배경은 “이번 보궐선거가 민주당은 물론 이 대표 개인의 정치적 미래를 좌우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1월2일자 중앙일보 4면 기사.
▲1월2일자 중앙일보 4면 기사.

동아일보(李 “대통령 언젠가는 사면 판단해야”…‘정국주도-중도확장’ 승부수)는 “청와대 출신의 한 여당 의원은 ‘지금이야 사면 제안에 대한 반발이 많지만, 문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당내 여론은 한 번에 달라질 수 있다’며 ‘이 경우 현 정권의 계승자라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중도·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도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이 대표가 주춤하는 상황을 타개하는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며 “하지만 사면이 무산되거나 청와대가 최종적으로 반대한다면 대권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전 이 대표가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렇듯 선거를 염두에 두고 사면론을 꺼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지만, 일부 신문은 “인도적 차원” 또는 “국격”을 논하며 사면 필요성을 주장했다. 조선일보 사설(전직 대통령 사면, 정치 계산 버리고 인도적 차원서 결단해야)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평가와 법적 처벌은 충분히 내려졌다. 수감이 더 이상 장기화되는 것에 무슨 의미를 둘 수 있는지를 국격(國格)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볼 때가 됐다”며 “사면 문제는 오로지 인도적 측면에서, 그리고 국민 통합의 관점에서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 사설(전직 대통령 사면, 國格과 국민통합 위해 논의할 때 됐다)은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는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면서 민주화를 이뤄낸 대한민국의 국격(國格)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며 “더구나 수감 중인 두 전직 대통령은 이미 고령인 데다가 오랜 지병 등으로 건강이 많이 나빠진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어 “두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갇혀 있는 것은 대한민국 정치를 과거의 볼모로 붙잡아두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사설은 ‘이명박·박근혜 사면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경향신문 사설(반성 없는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 명분도 통합효과도 없다)은 “이 대표의 사면론은 여러모로 부적절하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그 엄청난 국기문란을 저지르고도 지금껏 반성 한번 한 적 없다”며 “이런 전직 대통령들을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마자 용서하자는 것은 법치가 아니다. 이 대표가 기대하는 국민통합의 효과도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섣부른 사면론 제기로 국민통합이 아니라 분열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집권여당으로서 그동안 통합의 정치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보고 진정한 협치의 길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겨레 사설(이낙연의 새해 첫 메시지 ‘이·박 사면론’, 부적절하다)은 “전직 대통령들을 감옥에서 풀어주면 국민 통합이 된다는 논리는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생각이다. 국민들의 상식과 법감정에도 어긋난다. 국민 통합이 아니라 국론 분열을 부를 수 있다”며 “지금 국민 통합이 절실한 분야는 따로 있다. 코로나로 인한 소득불평등과 빈부격차가 사회 갈등을 키우고 있다. 집권여당 대표라면 새해 첫 메시지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구상과 계획을 밝혔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한겨레는 “이 대표는 최근 자신과 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마음이 절박할 수 있다. 하지만 집권여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라면 이럴 때일수록 조급해하지 말고 크게 보면서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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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2일자 일부 신문 사설들. 위에서부터 한겨레,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이명박·박근혜 사면’ 실현 가능성은

한편 오는 14일 박근혜씨에 대한 대법원의 두 번째 판결에 관심이 모인다. 형이 확정되면 원칙적으로는 특사가 가능한 조건이 된다. 경향신문(박근혜, 14일 재상고심 선고…형 확정 땐 ‘특사’ 가능)은 “대통령의 권한인 특별사면은 ‘형을 선고받은 자’가 대상이다. 법무부 장관이 사면심사위원회를 거쳐 특별사면의 범위와 대상을 상신하면 대통령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사면권을 행사한다. 대법원이 14일 형을 확정하면 박씨의 특별사면이 가능해진다”며 “이명박씨도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DAS)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징역 17년을 확정해 특별사면이 가능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 ‘5대 중대 부패 범죄’는 사면하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이씨는 문 대통령이 공약한 사면제한 대상 범죄인 뇌물 혐의 유죄를 받았다. 박씨도 파기환송심에서 뇌물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고 경향신문은 짚었다.

조선일보(박 前대통령 대법 재상고심, 14일 선고…설 전에 사면 가능)는 “두 사람이 ‘형 확정’으로 사면 요건을 갖추면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1일 밝힌 ‘이·박 전 대통령 사면론’에 법적 장애물은 사라지게 된다. 사면과 가석방은 형이 확정된 기결수를 대상으로 한다”며 “설 전 사면도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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