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보도는 지나쳤을까? 조국 전 장관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검증 보도는 정당했을까? “검찰의 과잉 수사와 기자들의 받아쓰기”를 지적하는 두 장관 지지자들 목소리가 컸던 가운데, 주요 언론사 법조팀장들이 이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지난해 11월3일 낮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좌담이 관훈저널 2020년 겨울호(제157호)에 실렸다. 당시 이가영 중앙일보 사회1팀장이 사회를 맡고 유희곤 경향신문 법조반장, 이경원 국민일보 법조팀장, 좌영길 헤럴드경제 법조팀장, 김정인 SBS 법조팀장이 좌담을 나눴다.

좌담 결론부터 말하면 두 장관에 대한 수사·검증 보도가 지나치게 많았다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지나치다”는 것이다. 보도는 정당한 쪽에 가까웠다는 결론이다. 두 고위 공직자에 대한 주목도가 그만큼 컸다는 것이다.

▲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2019년 9월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며 기자들 앞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2019년 9월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며 기자들 앞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누구보다 ‘공정’ 강조한 조국이 특별했던 이유 

김정인 SBS 법조팀장은 조 전 장관 인지도를 강조하며 “조국 장관에 대한 주목도는 단순히 교수다, 민정수석이다, 이런 것을 떠나서 사회 현안에 대한 발언이 많았기 때문에 그만큼 주목도가 컸다”면서 “법무부 장관이 되고 청문회를 거치면서 그동안 한 번도 검증받지 않은 부분에 문제가 생겼는데 특히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공정이라는 가치를 의심할 수 있는 여러 정황이 생겼기 때문에 기자들의 취재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조 전 장관 딸의 대학 진학 문제가 기자들 집중도를 높였다고 분석했다. 기자들이 국회 인사청문회뿐 아니라 딸 대학도 취재해야 했고, 교수들과 학원들도 취재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취재량 자체가 많았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입시’가 갖는 특수성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김 팀장은 추미애 장관 역시 당 대표를 지낸 다선 의원이라는 점, 시기적으로 법무부와 검찰 갈등이 본격화하는 시점이라는 점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면 주목도가 높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추 장관은 본인이 주도적으로 자신과 아들 관련 수사를 진행하는 검사장이나 수사 책임자들을 인사 조처했다”며 “법조기자로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이런 부분을 검증하고 보도하는 데 충실해야 한다”고 했다. 단순히 보도 개수 만으로 따질 수 없는 사안이라는 평가다.

유희곤 경향신문 법조반장은 “어느 쪽이 더 파급력 있고 중차대한 문제였느냐가 보도량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면서도 “기사 질도 마찬가지고, 보도량도 우리가 제어할 수 없다. 그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없다”고 했다. 언론사 수가 계속 늘고 있는 상황에서 보도 양보다 질에 초점을 맞춰 분석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경원 국민일보 법조팀장은 “객관적 보도량이 많았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수치 자체가 그러하다”면서도 “조국 전 장관은 대통령 국정 철학을 공유했으며, 누구보다 도덕적이어야 했던 법무부 장관 후보자였다. 사회 참여형 지식인으로서 발언해왔던 인물이 법무부 장관직에 오르는 과정에서 잡음이 하나둘 흘러나와 논란이 커지면서 검증 보도량은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 팀장은 한 논문을 인용하며 “2019년 8월부터 조국 전 장관이 퇴임한 10월까지 조 전 장관과 관련한 키워드로 수집되는 기사 건수가, 24개 언론사를 통틀어 3만3784건”이라며 “이 가운데 단순 중복된 것, 그리고 지나치게 분량이 적은 기사 등을 제외하면 유의미하게 논쟁 가능한 기사 숫자는 5148건이라고 한다”고 설명한 뒤 “과연 조 전 장관에 대한 언론 보도들이 모두, 대개 쓸데 없는 트집 잡기였다는 명제에 의문을 갖는다. 언론이 의혹으로 보도한 상당 부분은 현재 사법시스템상에서 검찰 수사, 법원 판단 대상으로 올라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서울중앙지법 형사 25-2부(재판장 임정엽)는 지난해 12월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전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언론의 의혹 제기 다수가 사실로 인정된 것이다.

이 팀장은 “사회적 논란의 상당 부분이 검찰 수사를 거쳐 법원에서 판단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일각이 언론을 비난한 부분들도 조금 더 냉정한 반성을 필요로 한다”고 했다. 이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례를 거론하며 “권력에 대한 감시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국가적 비극이 벌어졌다면, 언론은 견제와 감시 역할을 지금보다 더 제대로 해야 한다는 반성이 있었던 것”이라며 “조 전 장관, 그를 포함한 많은 고위 공직자에 대한 언론의 검증 시도가 ‘불필요하게 많았다’고 여겨지는 대목이 있다면, 이는 3~4년 전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며 언론이 했던 반성과 연관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언론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며 권력에 대한 견제·검증 필요성을 더 인지하게 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해 12월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해 12월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적정 보도량은 존재하지 않는다”

좌영길 헤럴드경제 법조팀장은 ‘적정 보도량’에 의문을 제기했다. “보도량이라는 것은 사람들 관심에 비례하는 것이지, 기자들이 제어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는 문제 의식이다. 좌 팀장은 “잘못에 비례해서 그만큼 기사량이 많아야 한다, 이런 기준은 그 보도를 원치 않는 사람들이 정해놓은 프레임”이라며 “우리가 여기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했다.

좌 팀장은 “언론은 죄가 되지 않아도 기사를 쓸 수 있다”면서 “대표적인 게 연좌제다. 조 전 장관 딸이 보도 대상이 되니까 정치권에서는 ‘딸이 장관을 할 것이냐, 연좌제다’라고 주장하는데 언론 보도는 처벌이 아니다. 과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아들이 어떤 보직을 받았고 그게 특혜인지 아닌지는 죄가 성립하는지와 무관하지만 다 보도됐다”고 했다.

좌 팀장은 조 전 장관 딸의 논문 제1저자 등재 문제에 “형사적으로 범죄는 아니었다. 그런데 ‘공정’이라는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었고 실제 조 전 장관을 둘러싼 정국에서 큰 의미를 지닌 보도였다”고 설명했다.

좌담 두 번째 주제는 ‘장관 후보자 검증 영역은 어디까지인가’였다. 김정인 SBS 법조팀장은 “조국이나 추미애 장관의 경우 제기된 의혹이 자신들의 업무 영향력, 혹은 관련성이 짙었다”며 “조 전 장관이나 추 장관이 공직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가족들의 그런 문제에 정말 아무 영향을 끼치지 않고 이상적으로 공직 생활을 할 수 있을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뒤 “언론 보도 과정도 국회 청문회 못지않은 검증 과정”이라고 했다.

김 팀장은 “두 장관의 자식들에 대한 문제 제기가 당사자들에게는 억울한 면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런데 어쩔 수 없이 공직자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부분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언론은 공직과 연관성이 없는 친인척이나 가족에 대한 불필요한 취재나 보도를 확실히 구분해서 취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희곤 경향신문 법조반장은 “조 전 장관 보도 당시 경향신문에서 입시 부분을 솔직히 소극적으로 다룬 것은 사실”이라며 “이것이 자녀 문제이니까, 그리고 규모 면이나 합리적 의심의 수준으로 봤을 때 사모펀드가 더 큰 것 같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에 집중했다”면서 “당시 회사에서 그런 판단을 했고 저도 동의했지만 지나고 보면 입시 문제 역시 집중해야 했지 않았나, 나중에 조금 후회가 됐다. 왜냐면 딸이 장학금을 8학기 연속 받았다는 둥 아들이 미국에 있다가 한국에 왔다는 둥 이런 사실 하나는 파편적일 수 있지만 이것이 나중에 후보자 본인의 영향력이 행사될 경우 범죄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 반장은 “취재와 의혹 제기에 언론이 게을러서는 안 되고 이에 대한 일부 진영논리적 비판도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좌영길 헤럴드경제 법조팀장은 “조 전 장관 본인과 가족들은 워낙 평범하지 않았다”며 “대표적인 것이 사모펀드 문제인데 대부분 공직자는 주식을 갖고 있으면 백지신탁을 하지, 그것을 매각해서 사모펀드에 투자하고 그러지 않는다”고 말했다. 좌 팀장은 “그런데 조 전 장관 가족은 매각대금을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자기 친척에게 맡겼다”며 “그 친척이 회삿돈 72억원을 횡령해서 코스닥 상장사 하나를 망하게 만든 것은 사실이다. 그동안 이런 고위공직자가 있었는지 따져보면? 없었다”고 했다.

좌 팀장은 “저만 해도 조 전 장관 인사청문 자료를 보기 전까지는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나 싶었다”면서 “그런데 자료를 보니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이 계속 생겼고, 그 의문에 후보자가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조 전 장관 본인이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면 업무 특성상 고위 공직자들이 주변을 잘 정리하고 있는지 감시해야 할 사람인데 오히려 본인이 주변 정리를 제대로 못했다는 측면에서 가족 문제까지 보도를 확대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좌 팀장은 추 장관과 아들 문제에 대해서도 “추 장관 스스로 대정부 질문이나 인사검증 과정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이 계속 있었다. 법무부와 검찰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추 장관이 뱉은 말도 굉장히 셌다. 그런 면에서 복합적으로 문제되기는 했지만 소재가 (아들) 병역에 국한한 문제일 뿐 가족에게까지 검증 범위를 지나치게 넓혔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싶다”고 했다.

▲ 지난해 11월3일 낮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좌담이 관훈저널 2020년 겨울호(제157호)에 실렸다. 당시 이가영 중앙일보 사회1팀장이 사회를 맡고 유희곤 경향신문 법조반장, 이경원 국민일보 법조팀장, 좌영길 헤럴드경제 법조팀장, 김정인 SBS 법조팀장이 좌담을 나눴다. 사진=관훈저널.
▲ 지난해 11월3일 낮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좌담이 관훈저널 2020년 겨울호(제157호)에 실렸다. 당시 이가영 중앙일보 사회1팀장이 사회를 맡고 유희곤 경향신문 법조반장, 이경원 국민일보 법조팀장, 좌영길 헤럴드경제 법조팀장, 김정인 SBS 법조팀장이 좌담을 나눴다. 사진=관훈저널.

“팩트 기반으로 어디든 똑같이 잣대 들이대야”

사회를 맡은 이가영 중앙일보 사회1팀장은 “조 전 장관이나 가족에 대한 수사가 조금 졸속이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너무 급했다”며 “거기서 검찰이 실수한 것이 있고 그래서 검찰이 지금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에 쫓겨서 하는 것이 아니라 시실은 그럴수록 더 수사를 잘해야 했다. 물론 수사로 가기 전에 조 전 장관이 먼저 그만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정인 SBS 법조팀장은 ‘법조기자 역할’에 “검찰은 수사 대상이 되는 사람이 위법했느냐 혹은 비슷한 문제가 있느냐를 따지기 때문에 법조기자들 시각도 비슷한 방향성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느냐에 대한 감시와 견제도 앞으로 수사 대상에 대한 취재 못지 않게 언론이 관심을 많이 기울여야 한다”면서 “또 역으로 이야기하면 추미애 장관 관련 수사의 경우도 추 장관 아들이 무혐의 판정이 났더라도 그 수사가 어떠한 영향을 받지 않고 제대로 이뤄졌느냐는 계속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즉 “어느 진영이냐, 좌냐 우냐, 진보냐 보수냐, 정당이 어디냐를 떠나 법조기자들은 팩트를 기반으로 한 비판의 날을 어느 쪽이든 똑같이 들이대면서 우리 기준을 갖고 끊임없이 보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유희곤 경향신문 법조반장은 검찰 수사 때 조 전 장관처럼 인권 옹호를 받은 피의자는 없었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와 비교하면 (조 전 장관이) 사진도 안 찍히고, 지하주차장으로 가고, 자녀 얼굴도 공개 안 되고, 공소장 공개도 그 과정에서 폐지되는 방향으로 추진됐다. 이런 과정에서 심지어 정당하게 법원 영장을 받아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데도 짜장면을 시켜먹었다는 가짜뉴스가 의도적으로 만들어지고, 과연 이런 과정에서 검찰 수사에 대한 언론의 비판과 감시가 적었는가. 저는 솔직히 아니라고 본다.”

유 반장은 “당연히 검찰이 강압수사를 하는지, 문제 없는지 판단하는 것은 백 번 천 번 맞는 말씀이지만 조국 사태 때는 과연 그게 부족했는지 생각해보면 저는 아니라고 본다”며 “법조기자 미덕은 그것이 법조비리든 수사를 하게 만드는 것이든 범죄 행위에 대한 발굴과 보도라고 생각한다. 다만 범죄 행위라는 것은 처음부터 단정 짓고 취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이 쌓이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이것이 하나둘씩 쌓여 이에 대해 언론이 법적, 정치적, 도덕적, 윤리적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유 반장은 “언론이 과도한 추측은 지양해야 하지만 진실이 100%라면 언론은 최소한 60~70%,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80~90% 정도가 되면 보도할 수 있다고 본다”며 “우리는 수사기관이 아니라 계좌추적이든 통화내역 조회든 압수수색이든 그와 같은 강제수사권이 없기 때문이다. 30~40% 이것이 조금 많다면 10~20% 오버 가능성을 감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경원 국민일보 법조팀장은 ‘언론의 책임’에 관해 “언론이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는 문제에서 구체적 책임을 져야 하는 시점이 온다면 그를 회피하려는 기자는 없을 것”이라며 “모두가 그런 각오로 일하고 있으며 그때그때 의무에 충실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기자가 오늘의 논제가 돼 있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검증 보도에 대해 이미 직간접적으로 고통을 받아왔다. 일단 그런 식으로도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좌영길 헤럴드경제 법조팀장은 언론의 책임 및 사과와 관련 다음과 같이 조 전 장관 논문을 인용하기도 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적 인물은 항상 비판과 검증의 대상이다. 보통의 시민이 그 공적 인물에 대한 완벽한 정보를 가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비판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허위사실이 제기됐다는 이유로 그 시민에게 법적 제재가 내려진다면 표현의 자유는 심각하게 위축될 것이다.”

좌 팀장은 “우리가 의혹 제기를 어디까지 하고 비판을 어디까지 받을 것이냐 문제는 독자들과의 관계에서 고민할 문제이지, 언론 보도 대상, 그 사람들이 나서서 그들이 세운 기준에 맞춰 우리가 책임을 질 것인지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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