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유가족들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촉구 단식 농성이 31일로 21일째에 접어든 가운데, 정부가 기업 책임을 대폭 완화한 수정안을 내놓는 등 당초 법안이 처리되지 못한 채 해를 넘기게 됐다. 노동·시민사회 각계에선 이날 ‘제대로 된’ 중대재해법 제정과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복직을 촉구하는 2400배와 단식, 1인 시위 등을 진행했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은 이날 저녁 ‘생명을 살리고 해고를 멈추는 국회~청와대 촛불’ 동시다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곡기마저 끊고 생명을 살리고 해고를 멈추려는 유가족, 단식농성자들과 함께 중대재해법 제정과 김진숙 해고자 복직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시작점을 맡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부터 마포대교에 걸쳐 청와대 분수대까지 10km 가량 이어지는 거리를 200여명이 촛불을 들고 섰다. 수도권 외 전역에서도 동시다발로 1인 시위가 이뤄졌다.

유흥희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집행위원장은 “정부는 주최 측이 감염 우려가 없도록 100m 간격으로 배치한 차량 시위를 불허하고 언론도 포화를 가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온전한 제정과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 뜻을 알리기 위한 100미터 간격의 1인 시위를 구상했다”고 했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을 포함한 시민 200여명은 31일 저녁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복직을 촉구하며 서울 국회에서 청와대로 이어지는 동시다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사진=비정규직 이제그만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을 포함한 시민 200여명은 31일 저녁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복직을 촉구하며 서울 국회에서 청와대로 이어지는 동시다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사진=비정규직 이제그만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은 지난 26일에도 중대재해법 제정과 해고 금지, 김 지도위원 복직을 촉구하기 위한 차량 드라이브스루 시위를 사전 신고했지만 경찰은 감염병 우려를 이유로 집회 금지를 통고했다. 단체는 대면 우려가 없는 집회 시위 금지는 권리 침해라며 시위를 단행했고 경찰이 여의도 일대에서 차량 통행을 막아서며 혼잡이 빚어졌다. 이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단체가 경찰의 금지 통고에도 집회를 강행했다고 비판하는 보도가 이어졌다.

경찰은 이날 경복궁역 인근 등 곳곳에서 1인 시위 참여자에게 ‘불법집회이니 사법처리 가능성이 있다’고 구두로 알리거나 경고 방송을 하기도 했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측은 “감염 우려나 집회신고 필요가 없는 1인 시위마저 틀어막으려는 부당한 시도가 있을 시 강력 대응하겠다”고 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본부와 김진숙 희망버스 기획단은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법안 연내 처리 무산을 비판하고 제대로 된 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산업재해 유가족과 시민사회, 노동자들은 29일부터 매일 국회 정문 앞 단식농성장에서 릴레이 2400배를 하고 있다. 2400은 매년 한국에서 산재로 사망하는 노동자 수를 가리키는 숫자다. 

▲3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국화꽃과 함께 노동자들의 유품이 놓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본부 주최로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해고없는 세상을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3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국화꽃과 함께 노동자들의 유품이 놓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본부 주최로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해고없는 세상을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31일 기준 산업재해 유가족 5명을 비롯해 12명이 중대재해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 중이다. 국회 본청 앞에선 태안화력에서 일하다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이사장과 이한빛 CJ ENM PD의 아버지인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21일째 단식농성 중이다.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조위원장은 25일째 단식 중이다. 

28일부터는 광주 하남산단 한 공장에서 파쇄기에 몸이 빨려 들어가 숨진 김재순씨 아버지 김선양씨, CJ진천공장의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사망한 현장실습생 김동준씨 어머니 강석경씨, 수원 건설 현장에서 추락사한 청년노동자 고 김태규씨 누나 김도현씨와 김태연 사회변혁노동자당 대표, 현린 노동당 대표, 이진숙 충청남도 인권위원장 등 시민사회 대표자 3명이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29일부턴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당선자가 단식에 동참 중이다.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김진숙 지도위원은 30일 정년을 하루 앞두고 부산에서 청와대를 목표로 ‘도보 투쟁’에 나섰다. 그는 자신의 복직을 위해 동조 단식 중인 동료들과 중대재해기업 피해 유가족들을 위해 행진을 시작한다고 했다. 문철상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장과 심진호 한진중공업지회장 등 노동자와 정홍형 희망버스 집행위원장, 박승렬 한국기독교인권센터 소장 등 종교·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각각 11월25일과 지난 22일부터 김 지도위원 복직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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