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2020년 마지막 지면에 올 한 해 자사 오보를 총 정리했다. 중앙일보는 31일자 14면에 “‘조성길 부친은 북한 전 검열위원장 조연준’ 오보였습니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화급을 다투는 보도 과정에서, 또는 예상치 못한 상황의 변화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사례가 있었다”며 “반성의 마음으로 올 한 해 오보를 추렸다. 2021년엔 더 충실한 취재를 통해 정확한 기사를 독자 여러분께 전하겠다는 약속”이라고 설명했다. 

▲ 중앙일보가 2020년 마지막 지면에 올 한 해 자사 오보를 총 정리했다.
▲ 중앙일보가 2020년 마지막 지면에 올 한 해 자사 오보를 총 정리했다.

① 10월8일 1면 “‘조성길 부친은 조연준, 작년 9월부터 안 보여’”

첫 번째 오보는 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의 한국 망명 관련 보도였다. 중앙일보는 지난 10월8일자 1면을 통해 한국에 정착한 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의 아버지가 북한 노동당의 조연준 전 검열위원장이라고 보도했다. 오보였다.

중앙일보는 “그(조성길)가 유럽에서 머물다가 부인과 함께 2019년 여름 한국에 들어왔다는 정보를 접하고 최종 확인에 나섰다. 8일자 1면 보도는 당시 국내 입국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다시 확보했던 정보 내용”이라며 “그런데 북한 정보 분석에선 당국의 채널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고, 같은 채널이라도 초기 판단과 중간 단계의 분석 및 최종 보고가 달라지곤 한다. 이런 점에서 조 전 대사대리의 국내 입국 정보를 미리 확보하면서 함께 얻었던 ‘부친 조연준’ 첩보에 대한 최종적인 교차 확인을 누락했다”고 설명했다.

▲ 중앙일보 10월8일자 1면.
▲ 중앙일보 10월8일자 1면.

② 8월6일자 5면 “‘고위인사, MBC 뉴스 직전 한동훈 보도 나갈 거라 전화’”

두 번째 오보는 MBC 관련 뉴스다. 이 보도는 지난 3월31일 정부 핵심 관계자가 ‘조국흑서’ 저자로 정부를 비판해온 권경애 변호사에게 “MBC의 검언유착 보도 몇 시간 전에 한동훈 검사장 관련 보도가 나갈 것”이라고 했다는 내용이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권 변호사의 지난 8월5일 페이스북 글을 기사화한 것이다. 오보였다. 권 변호사는 다음날 페이스북에서 “한 위원장 전화를 받은 시간은 MBC 검언유착 보도 직후인 오후 9시경이 맞다”고 통화 시점을 정정했다.

중앙일보는 한 위원장이 신청한 언론중재위 조정에 따라 지난 9월14일자로 정정·반론 보도를 냈다. 중앙일보는 “당시 권 변호사는 기사화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중앙일보는 해당 폭로가 공익 목적으로 보도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기사를 실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시점이 달라 틀린 보도가 됐다”고 설명했다.

▲ 중앙일보 8월6일자 5면.
▲ 중앙일보 8월6일자 5면.

③ 4월2일 “진료 중 코로나 감염 의사 숨져… 국내 첫 의료진 사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를 진료하다가 감염된 경북 경산의 내과 의사 A씨(59)가 입원 치료 중 숨졌다는 속보였다. 오보였다. 속보 당시 A씨는 생존해 있었다. 그는 이튿날 오전 세상을 떠났다. 중앙일보는 “환자를 돌보다 감염돼 숨진 A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빨리 전하고자 하는 마음에 한 번 더 확인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오보를 냈다. 유가족 분들에게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④ 7월23일자 12면 “청와대 정무수석 박수현 유력”

중앙일보는 이 기사에서 “강기정 정무수석이 교체될 가능성이 크고 후임으로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이 유력하다”고 했다. 실제 강 수석은 바뀌었지만 후임 정무수석에는 8월10일 최재성 전 민주당 의원이 임명됐다.

또 지난 1월14일 온라인 기사 “한국당 공관위장… 김종인·김형오·이문열·이홍구 압축”도 오보였다. 중앙일보는 이 보도가 당 핵심 관계자와 공관위원장 추천위원 등 복수 인사 확인을 거친 내용이라고 설명했지만 이틀 뒤 당 추천위는 ‘김종인·김형오·이용구’ 세 명을 공관위원장 최종 후보로 낙점했다.

중앙일보는 “자유한국당 당무감사위원장 출신의 이용구 중앙대 명예교수를 이홍구 전 총리로 보도한 것은 기자가 취재원에게 들은 ‘이용구’라는 이름을 ‘이홍구’라고 오인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 중앙일보 12월22일자 B2면.
▲ 중앙일보 12월22일자 B2면.

⑤ 12월22일자 B2면 “해체법 발의한 민병두, 보험연수원장 자리 꿰찼다”

중앙일보는 이 기사에서 관료·정치인 출신 낙하산 인사를 비판하며 당시 공석이던 농협금융지주 회장 후보에도 금융위·금감원 출신이 거론된다고 했으나 지난 22일 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는 내부 출신 손병환 농협은행장을 회장 후보로 선정했다. 중앙일보는 “역대 농협금융지주 회장 대부분이 관료 출신이다 보니 이번에도 관 출신이 유리할 거란 안이한 예측이 빗나갔다”고 했다.

⑥ 5월22일자 2면 “문화계, 간송 보물 경매에 뒤숭숭 ‘안타깝지만, 올 것이 왔다’”

중앙일보는 유물 2점을 경매에 내놓은 간송 측 재정난에 관해 문화재법 전문가 말을 인용해 “상속세를 면제 받는 지정문화재 외에 수천 점에 이르는 일반 동산 문화재에 세법상 구멍이 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이후 추가 취재 결과 문화재법의 다른 조항에 따라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일반 동산 문화재는 상속세 유예 대상임을 확인했다. 이에 ‘세법상 구멍’이라고 보도한 부분은 오해를 줄 수 있어 바로잡는다”고 했다.

중앙일보 편집국장 “독자들에 대한 약속”

김종윤 중앙일보 편집국장은 31일 오후 통화에서 이번 기획에 “매년 연말이면 한 해 오보를 정리해 왔다”며 “올 한 해 나름대로 성실하게 보도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실수도 있었고, 잘못된 보도도 있었다. 내년에는 보다 정확하고 충실하게 취재하겠다는 다짐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국장은 “올해 조성길 부친 관련 보도와 같은 오보도 있었고, 또 예측이 틀린 전망 보도도 있었다”며 “독자들은 우리 기사를 보시고 미래를 전망하셨을 텐데, 그 차원에서 총제적으로 잘못된 부분을 되돌아봤다. 내년에도 이와 같은 기획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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