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언론사가 검찰·법원의 차별적 공보와 폐쇄적 기자단 운영을 개선하기 위해 제기한 ‘출입 신청’이 검찰에서 거부됐다. 법원은 신청한 지 3주가 지났지만 답을 주지 않고 있다. 거부당한 매체들이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가운데 일부는 국가인권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을 넣으며 문제 제기 범위를 넓혔다.(관련 기사 : ‘법조기자단 카르텔’ 해체 소송 나선다)

서울고등검찰청은 뉴스타파, 미디어오늘, 셜록 등 3개 매체가 지난 9일경 신청한 기자실 사용과 출입증 발급 요구를 최근 공문을 통해 거부했다. 공문엔 “서울중앙지검의 요청을 받아 업무처리한다”는 답이 전부다. 이에 언론사 측이 ‘절차를 밟으면 처리한다는 것인지, 더는 답할 게 없다는 취지인지’를 전화로 물었으나 서울고검 관계자는 “더는 답할 게 없다”고 밝혔다.

▲뉴스타파, 미디어오늘, 셜록 등 3개 매체는 이달 중순 서울고등법원과 서울고등검찰청에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을 요구하는 신청서를 냈다.
▲뉴스타파, 미디어오늘, 셜록 등 3개 매체는 이달 중순 서울고등법원과 서울고등검찰청에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을 요구하는 신청서를 냈다.

 

이는 서울중앙지검이 내놓은 입장과 검찰청 예규와 배치된다. 지난 6월 서울중앙지검은 정보공개 청구로 ‘기자단 취재만 지원하는 법적 근거’를 물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언론위원회(민변 언론위)에 “우리 청에서 생산하지 않는 정보다. 기자실 운영은 서울고검 소관”이라고만 밝혔다.

서울고검 답은 불명확했다. 서울고검은 위와 같은 정보공개 청구에 지난 6월 “기자실 운영 관련한 별도 규정은 없다”고 답했다. 출입증 발급만 ‘서울검찰청사 관리 및 운용에 관한 규정’(예규)에 따른다고 했다. “기자실 간사가 서울중앙지검 제1차장검사에게 제출한 언론사별 명단을 토대로 서울고검 차장검사가 대검찰청과 협의해 발급한다”는 34조 2항이다.

결국 서울고검이 기자실 운영과 출입증 관리 주체로 해석되지만 기자단에 속하지 않은 언론사 신청은 거부한 것. 서울고검은 서울중앙지검, 서울고검, 대검 등 3개 검찰청 출입 기자단 운영에 관여한다. 통상 ‘법조 기자단’은 서울 서초구의 3개 검찰청을 포함해 서울중앙지법, 서울고등법원, 대법원 등 3개 법원을 취재한다.

서울고검이 신청을 거부하자 셜록은 지난 18일 이 사안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같은 날 국민권익위원회에도 고충 민원을 접수했다. “국가기관(검찰·법원)이 기자단 중심의 기이한 출입 제도를 방조해 기자들을 차별하고 인권침해를 야기했다”며 “제도권 밖의 매체는 출입처 관행으로 인해 언론으로서 자유롭게 정보를 취득할 취재 권리를 침해 당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청사. 사진=손가영 기자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청사. 사진=손가영 기자

 

셜록은 피해 사례로 △출입기자만 공식 브리핑에 참가하거나 보도자료를 배포 받을 수 있고 △법정에서 노트북 사용이 제한되는 데다 △법원 판결문을 제공 받기 어렵다고 열거했다. 또 셜록은 기자가 3명이라며 ‘기자 3인이 6개월 이상 법조 기사를 써야 가입 신청이 가능한 기자단 자격을 얻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명선 셜록 기자는 이와 관련 “출입처 중심의 취재 관행에 오랜 기간 문제의식을 느꼈다. 타사 법조 기자에게 주요 사건 판결문을 구해줄 수 있느냐고 부탁한 적이 있을 정도로, 기자단 소속 여부에 따라 정보 격차는 컸다”며 “출입처 관행이 정말 필요한지, 출입처 관행으로 생길 부작용이 없는지 알아보고 싶어 이번 프로젝트(대응)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신청서를 접수한 지 3주가 지나가고 있는 가운데 법원은 3개 매체 공문에 아직 답변을 주지 않았다. 셜록이 권익위에 신청한 민원은 지난 22일 대검에 접수돼 24일 서울고검으로 이첩, 감찰부에 배당됐다. 인권위도 22일 담당 조사관에 사건을 배당해 조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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