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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오 사설] 아동 학대 문제에 솔루션 저널리즘을
[미오 사설] 아동 학대 문제에 솔루션 저널리즘을
[미디어오늘 1282호 사설]

2020년 안타까운 뉴스 중 하나는 16개월 입양아 사망 사건이다. 가해자인 어머니 장아무개씨는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A양을 상습적으로 폭행했다. A양 사망 원인은 심각한 장기 손상으로 나왔다. 부검 결과 췌장이 절단되고 소장과 대장이 손상된 상태였고 전신에 피하 출혈도 발견됐다. 장기간 학대가 이뤄졌다는 증거다. 공포로 물들었을 1년4개월 A양의 짧은 생을 생각하면 몸서리칠 정도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A양의 고통과 죽음을 막을 수는 없었던 것일까. 학대 정황을 파악한 뒤 A양을 구할 수 있었던 기회는 정말 없었던 것일까. 공권력은 무엇을 했던 것일까. 어린이집 교사는 A양 몸에 멍을 발견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다. 어린이집에서 찍혔던 A양 사진을 보면 얼굴에 상처는 물론 온몸에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병원에서 아동학대 정황을 의심해 신고한 것도 드러났다. 그럼에도 A양 죽음을 막지 못한 건 사회 시스템이 잘못된 탓은 아닐까. 수사기관이 아동학대 증거를 찾지 못한 것인지 증거를 찾으려는 의지가 없던 건지 꼬리에 꼬리는 무는 질문들이 이어지고 있다. 언론은 16개월 입양아 사망 사건에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했을까.

▲ 생후 16개월 입양아 학대 치사 혐의를 받는 모친 A씨가 11월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 생후 16개월 입양아 학대 치사 혐의를 받는 모친 A씨가 11월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해당 사건은 워낙 충격적이라 언론 주목도가 높았던 건 사실이다. 800개 학대 동영상을 촬영한 정황, 멍이 든 수많은 사진, 고추장을 먹인 정황 등이 보도됐다. 하지만 아동 학대를 막을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점검하는 보도 횟수는 잔인한 학대 정황 보도 횟수보다 월등히 적었다.

검찰 수사 처리 과정을 반영해 후속 보도를 충분히 내놓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검찰은 A양 어머니 장씨를 학대 치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 기소했고, 아버지 안씨에 대해선 아동 방임 및 학대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많은 시민은 ‘16개월 입양아의 죽음까지도 증명해야 되느냐’며 양부모의 살인죄 적용을 촉구 중이다. A양 부검 결과를 놓고 전문 의료진들은 살인죄 적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사건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시민들이 “눈꽃처럼 여리고 예쁜 아기 8개월간 고문하여 죽였는데 학대치사 웬 말인가”라는 팻말을 들고 수십 개의 근조화환을 설치한 것은 아동 학대 처벌 문제에 있어 공권력에 대한 불신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건 발생에만 반짝 관심을 가질 뿐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에 언론이 소극적인 건 아닌지 되묻게 한다. 지난 8월 ‘어느 특별한 가족’이라는 제목으로 입양 가족 얘기를 다루면서 A양의 가해자 부모 가정을 출연시킨 한 방송사의 책임도 분명히 따져 물어야 하지만 언론계 내부 비판은 찾기 어렵다.

국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2015년 1만9000여 건에서 지난해 4만1000여 건으로 크게 늘었다. 사회 감시 시스템이 작동한 통계로만 파악하면 팩트 너머 진실은 은폐된다. 아동 학대가 줄지 않고 있다는 게 진실이다. 지난해 사망한 아동만 42명이다. 죽어간 아이들이 세상사 수많은 비극 중 하나로, 사건 건수로만 기록되는 사회는 분명 정상이 아니다. 우리 언론이 법적 처벌에 허점은 없는지, 아동 학대 신고 체계상 누락은 없는지 등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아동 학대를 근절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도움을 주는 ‘취재’를 해야 한다. 질병의 심각함을 알리는 것만으로 질병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잔인한 아동 학대 사례를 매번 반복 전달하는 뉴스를 넘어 해법을 적극 제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데이비드 본스타인 솔루션 저널리즘네트워크 대표는 ‘솔루션 저널리즘’에 대해 “사회문제에 대한 해법과 그 결과를 추적하는 언론 보도”라고 정의한 바 있다. 사회 변화를 위한 모델을 제시하고, 변화 과정을 보도해 사회 참여를 이끌어내는 적극적 형태의 저널리즘이다. 아동학대 사건에 솔루션 저널리즘을 적용한다면, 아동학대를 막았던 사례를 추적해 공통점을 분석하고 하나의 시스템으로 정착시키는 모델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해법을 제시하는 기획 기사는 흥미도가 떨어진다고 판단해 문제(사건)만 보도하게 하는 데스크부터 인식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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