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희극인 박지선씨 모녀 사망 소식을 전한 조선일보와 스포츠조선이 극단적 선택을 미화할 수 있는 구체적 사연과 유서 내용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한국신문윤리위원회로부터 ‘경고’ 제재를 받았다. 

신문윤리위는 지난 9일 지난달 3일자 조선일보 12면 “박지선, 엄마와 함께 숨져…” 기사와 제목, 같은 달 5일자 스포츠조선 1면 “…훌쩍 떠나버린 故 박지선…” 기사와 제목에 각각 경고 조치를 내렸다. 

이들 기사와 제목이 신문윤리실천요강 제7조 ‘범죄보도와 인권존중-자살보도의 신중’, 제10조 ‘편집지침’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신문윤리위 운영규정에 따르면 제재는 주의, 경고, 공개경고, 정정, 사과, 관련자에 대한 윤리위원회의 경고 등으로 나뉜다.

조선일보는 박씨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박씨 병력을 구체적 기술하고 현장에서 발견된 어머니 유서 내용을 공개했다. 조선일보는 박씨의 2014년 인터뷰를 언급하며 그가 ‘햇빛 알레르기’ 증상을 앓고 있다고 했다. 

신문윤리위는 “기사를 읽은 독자들은 박씨가 햇빛 알레르기로 고통을 받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고, 유서 공개에 대해서도 “유서에는 고인 사생활이 드러날 수 있고, 극단적 선택 당시 절박한 심정이 담겼을 가능성이 커 자살의 불가피성이 강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고 희극인 박지선씨. 사진=미디어오늘.
▲ 고 희극인 박지선씨. 사진=미디어오늘.

윤리위는 “유서 공개는 자칫 자살을 미화할 수 있고, 고인과 유가족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며 “유서 관련 사항은 되도록 보도하지 않는 것이 자살 보도 원칙”이라고 했다. 이어 “이 사건을 처리한 서울 마포경찰서도 유족 뜻에 따라 유서 내용을 언론에 밝히지 않기로 했다”며 “대다수 언론은 ‘유서 공개 불가’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전송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조선도 지난달 5일 1면 전체를 할애해 박씨가 고교 시절 여드름 시술 부작용으로 휴학하고, 이후에도 피부 문제로 고통을 호소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스포츠조선은 “박지선과 그의 어머니는 5일 하늘의 별이 된다. 나란히 걸을 수밖에 없었던 영면의 길은 꼭 꽃길이 되길 기도한다”고도 했는데 신문윤리위는 “어머니의 사연과 ‘하늘의 별’과 ‘꽃길’ 등은 자살을 미화하거나 극적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감성적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윤리위는 “박씨는 유명 연예인으로 그의 극단적 선택은 독자 관심이 크고, 모방 자살 등 부정적 파급 효과 또한 우려되는 만큼 보다 신중하게 다루는 것이 올바른 보도 태도”라며 ”그러나 두 신문은 자살보도 원칙을 무시하고, 독자 호기심을 겨냥해 자극적으로 이 사건을 다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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