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인 언론이 존재할 수 있을까? 아니 객관성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객관성은 주관성의 반대말이다. 기자의 주관적 가치나 의도를 배제하고 사실(fact)만을 나열하면 객관적 기사가 될까? 근대 역사학 아버지 랑케의 말대로 “사실들로 하여금 말하게 하라”는 스트레이트 기사를 많이 쓰는 언론이 객관적인 언론일까? 그럼 가장 좋은 언론사가 어디인지 객관적 순위로 나타내 보자.

매년 연말이 되면 몇몇 언론사에서 ‘미디어어워드’ 순위를 보도하곤 한다. 2020년 미디어어워드 수상소식을 전한 JTBC뉴스를 보면 “JTBC, 미디어어워드 신뢰성, 유용성 7년 연속 1위”라고 한다. 아마도 객관적 사실일 테다. 그러나 뉴스를 다 봐도 미디어어워드의 전체 시상부문 종류는 알 수 없다. 마치 신뢰성·유용성 부문으로만 이뤄진 미디어어워드 두 가지 부문을 모두 JTBC가 독식한 것처럼 보인다. 

반면, YTN 뉴스를 보면 YTN이 미디어어워드에서 가장 공정한 미디어 1위에 선정됐다고 한다. 그런데 인터넷 매체를 제외한 주요 언론 중 미디어어워드 소식을 다룬 매체는 단 하나도 없다. 미디어어워드 각 부문에서 1위를 한 JTBC와 YTN을 제외하면 말이다.

▲ JTBC, 미디어어워드 관련 보도 갈무리
▲ JTBC, 미디어어워드 관련 보도 갈무리
▲ YTN, 미디어어워드 관련 보도 갈무리
▲ YTN, 미디어어워드 관련 보도 갈무리

 

도대체 2020년 미디어어워드는 어떤 부문에 상이 있을까? JTBC는 미디어어워드에서 JTBC가 신뢰성·유용성 부문에서 1위를 했다는 객관적 사실만을 선택해서 다뤘고, YTN은 YTN이 공정성 부문에서 1위를 했다는 사실을 선택했다. 반면, 다른 언론은 미디어어워드 관련 기사를 다루지도 않았다. 결국 객관적인 사실기사도 주관적인 판단에 의한 선택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그렇다고 상을 받지 않는 언론이 이 뉴스를 다루고 있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보기도 어렵다. 상을 주관하는 ‘미디어미래연구소’ 홈페이지에도 2020년 미디어어워드 선정 방법은 물론 수상내역조차 업데이트돼 있지 않다. 상을 주관한 미디어미래연구소 홈페이지조차 다루지 않는 사실이 얼마나 뉴스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다만, 홈페이지에 있는 2019 미디어어워드 결과를 보면 신뢰성, 유용성, 공정성, 영향력 4가지 부문별 상을 주고 종합 대상을 선정한다.

결국 언론의 객관성보다는 다양성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언론이 무엇을 선택해서 기사를 쓰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재정지출을 다루는 언론 기사들을 통해 다양성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해보자. 

첫째, 매년 예산안을 발표할 때, 일부 언론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한 예산이라고 긍정적 평가를 하는 반면, 일부는 곳간을 ‘거덜 내는’ 예산이라고 평가한다. 이 둘은 정반대 논점인 것 같으나 사실상 같은 얘기다. 확장예산을 편성했다는 대전제는 동일하고 이에 대한 평가만 다를 뿐이다. 그러나 국회예산정책처 자료를 보면 지난 2016년, 17년, 18년 모두 결산기준 재정충격지수(FI)는 모두 음수다. 재정충격지수는 재정의 확장 또는 긴축여부를 평가하는 기준이다. 결국 확장예산이 아니라 긴축예산이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어느 언론도 16년~18년 예산안을 긴축이라고 평가한 언론은 없었다.

둘째, 최근 코로나19 관련 정부의 재정대책을 전하면서 일부 언론은 코로나19 미증유의 긴급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국가부채는 감내해야 함을 강조한다. 다른 편에서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며 국가부채 증가의 위험을 부각한다. 그러나 제3의 길은 없을까? 국가부채를 늘리지 않으면서 재정지출을 강화하는 방법 말이다. 

재정의 칸막이를 낮추는 재정개혁 방안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위기에 사회적 약자가 가장 버티기 어렵다. 특히 실업자이자 장애인이라는 중첩된 사회적 약자는 더욱 힘들기 마련이다. 그런데 장애인고용촉진기금이라는 기금이 있다. 재원의 대부분은 장애인 의무고용을 지키지 않은 업체가 내는 부담금이다. 19년 6000억원대 부담금이 20년 7000억원, 21년 8000억원을 초과한다. 돈이 넘친다. 그런데 놀랍게도 21년 기금 사업 지출액 중, 약 1조원은 이자 놀이만 하고 있다. 공자기금에 빌려주는 돈이 3000억원이고 그냥 여유자금운용이 약 7000억원이다. 결국, 실업자와 장애인관련 사업에 적극적으로 지출하지 않는 것은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1조원이나 되는 돈이 쌓여 있는데 이를 지출하지 않고 이자놀이하는 것은 재정칸막이 현상의 심각성을 상징적으로 웅변한다. 

진정한 언론의 다양성은 이런 것 아닐까? 기존의 프레임에 벗어나는 다양한 논쟁을 사회에 끊임없이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로나19 시대 이후의 재정 관련된 기사에서 부채를 감내하자와 부채를 줄이자는 단순한 논쟁에서 ‘이참에 재정개혁’이라는 기획물을 기대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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