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수 동아일보 논설위원이 28일 오전 회사에 사표를 냈다고 밝혔다. 논설위원 배제 인사 통보를 받은 직후 내린 결정이다.

신 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드디어 자유인이 됐다. 회사에 사표를 냈다”고 밝힌 뒤 “그동안 제가 칼럼을 쓰면 독자들이 ‘동아일보 맞아?’, ‘저 사람 아직 안 짤렸어?’하는 댓글을 종종 달았다. 그때마다 저는 ‘동아일보 이미지를 바꾸는데 내가 얼마나 기여하는데 짤려?’, ‘회사가 필요하니까 나를 쓰지’하고 생각했었다. 착각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31년 동안 다닌 회사를 한순간에 그만두려니 만감이 교차한다”고도 했다. 동아일보 논조와 다른 칼럼으로 인한 사내 갈등이 사표로 이어진 것 아닌가 추측이 나온 까닭이다.

▲ 신연수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지난 24일 “검찰은 왜 반성하지 않나”라는 칼럼에서 검찰의 전횡을 비판했다. 그는 이 칼럼 이후인 28일 회사에 사표를 냈다고 밝혔다. 사진=동아일보 기사 갈무리.
▲ 신연수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지난 24일 “검찰은 왜 반성하지 않나”라는 칼럼에서 검찰의 전횡을 비판했다. 그는 이 칼럼 이후인 28일 회사에 사표를 냈다고 밝혔다. 사진=동아일보 기사 갈무리.

신 위원은 이날 오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 회사에서 내 역할은 다했다고 생각한다. 후배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기도 하고”라고 말했다.

신 위원은 지난 27일 논설위원이 아닌 업무를 하라는 지시, 즉 회사의 인사 통보를 받았다. 안팎에서는 신 위원이 더는 펜을 들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 기업 관련 광고기사를 전담하는 부서로 배치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 위원은 지난 24일 “검찰은 왜 반성하지 않나”라는 칼럼에서 1991년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을 언급하며 “무고한 사람에게 반인륜적 범죄를 뒤집어씌우고 그 후로도 진실 규명을 방해했던 검사들은 승승장구하며 출세했다”고 비판했다. 수사를 조작했던 검찰에 대한 직격이었다.

신 위원은 이 칼럼에서 “검찰의 ‘자기 식구 봐주기’는 더 이상 놔둘 수 없는 수준”이라며 “임은정 서지현 검사가 그렇게 외쳐도 검찰 내부 비리는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뇌물과 성접대 의혹은 경찰 수사를 검찰이 사사건건 방해했고, 최근 룸살롱에서 접대 받은 검사들도 희한한 셈법으로 3명 중 1명만 기소했다”고 전했다.

그는 검찰의 자정 능력에 의문을 제기한 뒤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해 지나친 힘을 빼고, 검찰도 잘못하면 수사 기소할 수 있는 별도 기관을 만들어 견제해야 한다”면서 “검찰개혁은 이제 첫발을 뗐다. 민주적이고 균형 잡힌 검찰로 다시 태어나도록 국민들이 끝까지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정부·여당이 주도하는 ‘검찰개혁’에 힘을 싣는 칼럼으로 이는 동아일보 기존 논조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1990년 문화부 기자로 동아일보 경력을 시작한 신 위원은 경제부·정치부 차장, 인터넷뉴스팀장, 산업부장, 부국장, 채널A 보도본부 부본부장, 동아일보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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