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유튜브를 사람들에게 각인시킨 건 ‘범이 내려온다’ 가사로 시작하는 이날치의 국악 영상이지만 이 외에도 주목할 만한 콘텐츠가 있다. 

“좀 이상하더라고요. 동기라고 하는데 사장님이랑 나이가 같아요.” “말 편하게 하라고 하는데 저희 팀장님도 말을 잘 못 놓더라고요.” 영상은 모자이크 처리된 한국관광공사 인턴 직원들의 증언으로 시작된다. 사장과 동갑인 58세 인턴, 추억의 맥가이버 주제곡과 함께 ‘만렙인턴 박상철’이 등장한다. 면접장에 등장한 그는 면접관을 보고선 “입사 동기네요 잘봐주십쇼”라고 말을 건넨다.

박상철 한국관광공사 교수위원은 33년 동안 한국관광공사에서 일하며 모든 부서 업무를 경험했다. 그는 ‘만렙인턴 박상철’ 콘텐츠에서 정년을 2년 앞두고 ‘인턴’에 지원했다는 설정으로 출연해 관광 전반에 대한 토크를 한다. 12월 9일 한국관광공사 국내 채널을 총괄하는 김영주 홍보팀장을 만나 한국관광공사의 유튜브 전략을 들었다.

▲ '만렙인턴 박상철' 화면 갈무리.
▲ '만렙인턴 박상철' 화면 갈무리.

요즘 뜨는 공공기관 유튜브 채널에선 ‘젊은 공무원’을 내세우지만 한국관광공사는 ‘시니어 직원’을 내세우는 색다른 선택을 했다. 콘텐츠 업체와 홍보팀이 함께 제작한 이 시리즈는 예고편 포함 총 10편에 4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처음에는 한류 스타 중심으로 영상을 제작하거나 협업을 했다. 초창기엔 인기 있는 이들을 통해 주목을 받기 위한 차원이었다. 스타가 출연하는 영상의 경우 반응이 좋고 의미도 있어서 지속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스타 영상은 팬덤을 중심으로 국한되는 것 아닌가하는 고민이 들었다.“ 김영주 팀장의 말이다.

고민 끝에 지난 8월 ‘만렙인턴 박상철’이 탄생했다. 김영주 팀장은 “당시 은퇴를 앞둔 박 선배께서 어려운 일을 흔쾌히 맡아주셨다”고 했다. “인턴 신분으로 관광에 대해 좌충우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기획이었다. 김구라씨가 독설을 하는 것처럼 시니어가 ‘우리 일 이렇게 해서 되겠냐’며 돌직구를 던지고,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감각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해 박 선배에게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만렙인턴 박상철’은 시원스러운 언행과 솔직함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러니 관광업계가 제자리 걸음이지”라는 ‘악플’을 읽고선 “동의합니다! 제가 보기에도 아직까지 멀었습니다”라고 답한다. 이날치 멤버와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이날치 영상에) 세금 잘 썼다는 얘기 많이 하신다. 33년간 (일하면서) 처음 들어보는 얘기”라며 ‘셀프 디스’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가 눈치 볼 필요 없는 ‘시니어’이기에 가능한 차별성이다.

▲ '만렙인턴 박상철' 댓글 읽기 갈무리.
▲ '만렙인턴 박상철' 댓글 읽기 갈무리.
▲ '만렙인턴 박상철' 댓글 읽기 갈무리.
▲ '만렙인턴 박상철' 댓글 읽기 갈무리.

댓글에는 “유명인이 나오지 않아도 이렇게 재밌을 수가 있네요. 박상철님 앞으로도 응원하겠습니다!” “공기업 유튜브 다음 편을 기다리게 될 줄이야” “공기업 유튜브를 구독 알람할 줄은 몰랐습니다”와 같은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김영주 팀장은 “‘공사보다 민간이 잘한다’는 댓글에도 박 선배는 ‘동의한다’고 답한다. 그러고 나서 우리가 어떤 업무를 하는지 설명하고 필요성에 대해 말하는 식이다. 이런 방식의 소통이 효과를 거둔 것 같다. 자신감을 드러내며 대화하는 게 호감으로 다가온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 '불곰국 스파이' 화면 갈무리.
▲ '불곰국 스파이' 화면 갈무리.

러시아 출신 방송인 안젤리나 다닐로바가 출연하는 ‘불곰국 스파이’도 주목 받았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국내 관광이 침체기를 맞자 이 기회에 ‘관광 시스템을 점검하자’는 취지로 기획한 영상이다. 안젤리나는 “구글맵 완전 안 돼요” “의사소통이 어려워요” 등 한국 관광의 고충을 전한다. 이와 관련 김영주 팀장은 “본질적으론 홍보 콘텐츠지만 관광, 식당, 쇼핑, 교통 등을 외국인의 눈을 통해 보면서 제대로 준비가 됐는지 살펴보려 했다”고 밝혔다.

한국관광공사가 유튜브를 통해 소통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신문광고의 효과가 날로 약화되고 있다는 점은 말할 나위가 없고, 언론이 기사로 다뤄주지 않는 기관 홍보를 우리 스스로 해보자는 내부 공감대가 넓게 형성됐다”는 게 그의 답이다. 한국관광공사는 1만부씩 정기 발행하던 ‘사보’ 중심의 홍보를 이어왔으나 지난해 발행을 중단하며 ‘유튜브’로 축을 옮겼다고 한다.

▲ 김영주 한국관광공사 홍보팀장.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 김영주 한국관광공사 홍보팀장.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사장께서 사보로 소통하는 게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지적하셨다. 저는 사보를 개선하자고 얘기하려고 했는데 새로운 방안을 찾자고 하시더라. 한번은 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사보 이번 호 내용을 아는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기도 하셨는데 제대로 대답하는 직원이 없었다. 그래서 지난해 이맘때쯤 유튜브로 전환했다. 유튜브 영상을 통해 우리가 그동안 하고 싶지만 못해온 얘기들, 언론에서는 다뤄주지 않지만 우리가 알리고 싶은 이야기를 전하게 됐다.”

김영주 팀장은 “직접 경험해보고, 여러 자문을 받고, 타 기관의 사례도 보고 느낀 건 ‘최소한의 관여’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내 생각엔 별로였는데 반응이 좋은 경우도 있어서 놀라면서 배우고 있다”며 “내 역할은 위험한 내용이 있는지 검토하는 것과 사내 익명게시판에 ‘아무리 B급이지만 너무 품격 떨어지는 거 아니냐’는 글이 올라오면 대응하는 정도”라고 덧붙였다.

‘B급과 품위’의 균형. 공공기관 유튜브 콘텐츠 제작에서 그가 강조한 대목이다. “홍보는 소통이고 이를 위해 유튜브를 잘 활용해야 하지만 양면성을 조심해야 한다. 우리 한 부서에선 매체력이 매우 강한 채널과 협업했는데 조회수는 많았어도 묘하게 공사에 대한 부정적인 댓글이 달려 역효과가 난 적도 있다. 우리가 더욱 과감해져야 하지만 역설적으로 더욱 조심해야 할 측면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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