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1심 재판에서 징역 4년에 벌금 5억원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재판장 임정엽)는 ‘입시비리 혐의’ 모두 유죄, ‘사모펀드 의혹’ 및 ‘증거인멸 혐의’는 일부 유죄로 판단했다. 전체 혐의로 따지면 15개 중 11개가 유죄, 4개가 무죄로 인정됐다. 24일 9개 주요 종합일간지 모두 관련 소식을 1면 톱기사로 다뤘다. 아래는 기사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정경심, 딸 입시비리 조국과 공모”
국민일보: ‘입시비리 유죄’ 정경심 법적 구속
동아일보: ‘입시 7개 스펙’ 허위 판단…정경심 징역4년
서울신문: ‘입시비리 유죄’ 정경심 징역 4년 법적 구속
세계일보: 정경심 입시비리 모두 유죄…징역 4년
조선일보: 정경심, 조국과 공모…“공정사회 믿음 버렸다”
중앙일보: 조국과 공모 유죄, 정경심 법적 구속
한겨레: 정경심 ‘입시비리’ 모두 유죄…징역 4년 법적 구속
한국일보: “공정한 경쟁 훼손” 정경심 매서운 단죄

재판부는 23일 정 교수 법정구속과 관련한 이유를 약 4분 동안 상세하게 설명했다. 당시 법정 분위기와 관련해 한겨레 기사(재판부 “반성 않고 죄질 매우 나빠”…변호인 “예단 갖고 판결”)는 “법정구속할 때는 재판장이 ‘증거 인멸의 위험성이 있다’고 간단하게 사유를 밝히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약 4분간 법정구속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보석으로 풀려난 피고인에겐 더욱 가혹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법정구속이 합당한 결정이었음을 강조하는 듯했다”며 “무죄를 선고한 증거은닉교사 혐의도 법정구속 사유로 인정했고 정 교수가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허위 진술을 권하는 등 증거 인멸 행위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도 봤다”고 전했다.

임 부장판사는 이날 “청문회가 시작될 무렵부터 재판의 변론종결일까지 단 한번도 자신의 잘못에 관해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한 사실이 없다”며 “자신의 입시비리 혐의에 관해 진술한 사람들이 정치적 목적 또는 개인적 이익을 위해 허위 진술을 했다는 등의 주장을 해 자세한 사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법정에서 증언한 사람을 비난하는 계기를 제공해, 진실을 얘기한 사람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고 지적했다.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 등 정 교수와 다른 주장을 했던 사건 관련자들이 정 교수 지지자들에게 비난을 받게 한 책임이 있다는 취지였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정 교수 측 김칠준 변호사는 이에 “수사 과정에서 압도적인 여론 공격에 스스로 방어하면서 했던 노력들이 오히려 피고인 양형에 불리한 사유로 언급되면서 실체적 진실이 부정되는 게 아닐까 우려스럽다. 검찰의 주장과 정황 증거만 나열돼 추측과 예단이나 의심을 갖고 유죄 판결에 이른 것이 아닌가 싶다”며 항소 입장을 밝혔다. 조 전 장관도 페이스북에 “1심 판결 결과, 너무도 큰 충격”이라며 “제가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면서 이런 시련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되었나 봅니다. 즉각 항소해서 다투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12월24일자 한겨레 4면 기사.
▲12월24일자 한겨레 4면 기사.

이번 재판은 이른바 ‘조국 대전’에 대한 사법부의 첫 판단이다. 서울신문(조국 ‘정치적 희생양’ 설득력 잃어…‘秋·尹 대전’ 파장 클 듯)은 “정치적 파장은 상당할 전망이다. 청와대와 여권은 조 전 장관과 정 교수에 대해 ‘자녀의 입시 성공과 재산 증식 등을 위해 다소 부적절한 행위는 있었지만 불법행위는 없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법원이 이날 정 교수의 15개 혐의 중 다수를 유죄로 판단하면서 여권과 조 전 장관 측이 내세웠던 ‘정치적 희생양’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며 “조 전 장관은 정권 초 유력 대권 후보로 뽑혔을 정도로 문재인 정부의 ‘아이콘’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권이 ‘윤리적 우월성’을 더이상 내세우기 어렵게 됐다는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장관 인선 과정에서의 문제도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예견했다.

이와 함께 “조 전 장관 일가 수사의 ‘나비효과’로 벌어졌던 ‘추·윤 대전’에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서울신문은 “윤 총장이 ‘우리 윤 총장님’에서 내쳐져야 할 ‘적폐의 대상’으로 격하된 계기가 조 전 장관 일가 수사였다. 이번 판결로 ‘검찰개혁을 막기 위해 검찰이 정치적 수사를 벌였다’는 기존 여권의 주장이 무색해졌다. 대신 청와대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이 윤 총장을 ‘찍어내기’ 했다는 비판 여론은 더 커질 수 있다”며 “윤 총장의 징계처분 집행정지 신청 사건을 맡는 재판부가 이번 판결을 어느 정도 신경 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마침 해당 사건의 2차 심문이 정 교수 선고 이튿날인 24일 열린다”고 했다.

정 교수 1심 판결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조 전 장관의 재판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거란 관측이 나온다. 1심 재판부는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의 딸이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제출한 7개 허위 증명서 가운데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등 인턴확인서는 조 전 장관과 정 교수가 공모해서 만들어 제출했다고 판단했다. 경향신문(법원 “허위 서류 7개 중 2개는 조 전 장관 주도” 조국 ‘입시비리 혐의’ 재판 불리하게 작용할 듯)은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유재수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감찰 무마 의혹, 노환중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장으로부터 딸 장학금 명목으로 뇌물을 받은 의혹, 정 교수와 함께 기소된 입시비리 의혹 등 3가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뇌물수수 및 입시비리 관련 재판부는 정 교수 1심 재판부와 동일하다. 이 재판부는 정 교수 사건, 조 전 장관 및 노 원장 사건을 심리한 뒤 부부가 함께 기소된 입시비리 의혹을 다룰 예정”이라 전했다.

부산대는 딸 조씨 입학 유지와 관련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서울신문(조국 딸,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되나)은 “부산대 의전원 4학년에 재학 중인 조씨는 2021학년도 의사국가고시 시험을 치른 것으로 전해졌다. 입학이 취소되면 의사고시 지원 자격이 자동 상실되지만, 이미 의사면허를 취득하고 난 뒤에 입학이 취소될 경우 의료법 해석에 따라 면허 유지 여부가 결정된다”고 했다.

▲12월24일자 서울신문 기사.
▲12월24일자 서울신문 2면 기사.

“조국 사과하라” “검찰 사과하라” 질책 속 여권 비판도

각 신문 사설의 논평은 크게 세 방향으로 나뉘었다. 정경심 교수의 죄를 중하게 따지거나, 검찰의 수사가 과도했다고 질책하거나, 둘 다를 꼬집거나.

경향신문 사설은 “상급심에서 무죄를 다투더라도 조 전 장관이 시민들에게 사과 표명을 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라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비록 1심 판결이기는 하지만 조 전 장관 일가가 ‘입시 시스템의 믿음과 기대를 저버리게’ 하는 행위, ‘시장경제질서를 흔드는 중대한 범행’을 한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은 데 대해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조 전 장관 일가의 ‘부모 찬스’와 고급 스펙에 대다수 청년들이 느낄 허탈감과 상실감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조 전 장관 측은 검찰 수사의 정치적 의도를 문제 삼으며 무죄를 주장해왔다. ‘추미애·윤석열 정국’의 발단도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였다”며 “하지만 법원의 이날 선고로 조 전 장관 측 주장은 무색해졌다. 검찰 수사의 정치적 의도를 떠나서 의혹 대부분은 실체가 있다고 법원이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입시 비리 역시 사안의 성격은 중대하지만, 한 가족을 겨냥해 과도한 수사력이 집중됐다는 점은 여전히 돌아볼 지점”이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의 본류였던 사모펀드 부분에서 주요 혐의에 무죄가 선고됨으로써 검찰도 과잉 수사·기소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졌다. 그동안 검찰이 대대적 수사를 벌였는데도 기소 내용이 ‘권력형 비리’와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나왔는데, 그중에서도 일부는 무죄가 된 것”이라며 “정 교수 변호인은 ‘수사 과정에서부터 싸우고자 했던 예단과 추측이 선입견과 함께 반복됐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정 교수 재판과 일부 혐의에서 맞물려 있는 조 전 장관 재판 결과도 주목된다. 앞으로도 여러 단계의 긴 법정 공방이 전망되는 만큼 1심 판단을 존중하되, 지나친 예단 없이 최종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 사설은 “개혁 지향 학자이자 도덕성을 강조하는 현 정권에서 고위직을 지낸 조 전 장관과 그 가족의 비리가 법원에 의해 사실로 확인된 점은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충격과 분노, 허탈감을 안기기에 충분하다”며 “조 전 장관은 항소한다는 입장이나 그에 앞서 자녀 입시 비리로 상처가 덧났을 청년 세대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가 먼저다. 그것은 검찰 개혁을 원하는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촉구했다. 다만 검찰에 대해서도 수사의 과도함을 꼬집으며 윤석열 총장이 복귀 시 첫 일성으로 “저인망 수사에 대한 사과와 폐기를 약속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국일보는 “반인권적 저인망 수사는 국민들에게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했다”며 “1심 선고 결과를 봐도 과연 이 사건이 특수부를 총동원한 매머드급 수사팀으로 수개월간 전방위 수사를 할 만한 사안인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 결정이 검찰 개혁을 저지하기 위해 대통령의 인사권까지 형해화시킨 정치적 행위로 비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지금의 여권 비판에 무게를 뒀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은 조씨의 숱한 파렴치가 드러나고 수많은 국민이 반대하는데도 기어이 법무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최강욱 의원은 조씨 아들 허위 인턴 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징역 1년을 구형받은 상태인데도 되레 고함치고 눈을 부라린다”고 했다.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일컬어 “조씨를 지지한다며 ‘개싸움국민운동본부'라는 것도 만들어졌다. 수만 명 모이는 조씨 지지 집회를 이들이 열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 개싸움본부 변호사를 공천해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줬다. 인터넷 방송에서 성희롱, 여성 비하 발언으로 문제가 됐지만 막무가내였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과거 윤 총장에게 “정치하려고 조 전 장관 수사한 것 아니냐”고 했다며, “조씨를 의인인 양 떠받드는 사람들을 보면 정부 인사가 아니라 조폭 단원 같다”고 주장했다.

▲12월24일자 한국일보 1면 기사.
▲12월24일자 한국일보 1면 기사.

정경심 얼굴, 9곳 중 6곳은 모자이크…국민·조선·중앙 제외

모든 신문이 정 교수의 얼굴 사진을 게재했지만 모자이크 여부는 갈렸다. 국민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를 제외한 6개 신문(경향신문·동아일보·서울신문·세계일보·한겨레·한국일보)은 정 교수 얼굴에 모자이크를 씌웠다.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은 공인이 아니라면 피의자의 얼굴도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두고 있다. 준칙 가운데 인격권 조항은 △언론은 ‘공인’이 아닌 개인의 얼굴·성명 등 신상 정보와 병명, 가족관계 등 사생활에 속하는 사항을 공개하려면 원칙적으로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용의자·피의자·피고인 및 피해자·제보자·고소인·고발인의 얼굴, 성명 등 신상정보는 원칙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등을 명시하고 있다.

정경심 교수의 경우 공인 여부를 가리기 모호한 ‘그레이존’(gray zone)으로 여겨져 왔다. 엄격하게 구분하면 정 교수의 배우자가 공인일 뿐, 정 교수 본인은 공인이 아니다. 온라인에서 정 교수 얼굴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정 교수 본인이 포토라인에 선 적이 있다는 점에서 모자이크가 무의미하다는 주장도 있다.

다만 피의자 얼굴 등 신상공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지는 과정인 만큼, 언론사 내부의 자체 기준을 만들 때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한국일보의 경우 정 교수 얼굴이 식별될 수준으로 눈 부분만을 흐릿하게 처리했는데, 사진을 싣기까지의 논의과정이나 고심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관련기사: 조선일보와 TV조선도 엇갈린 정경심 얼굴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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