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지식인 홍세화씨가 23일 문재인 대통령의 ‘불통’을 비판하며 홍보가 아닌 소통을 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홍씨는 이날 오전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집권 4년차인데도 국민에게 공약한 정책이 텅 비어 있는 상황에 대해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불편한 자리에서 질문을 듣는 기자회견도 열고,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보여주기식 홍보에 그치지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과 소통하라는 주문이다.

2020년 문재인 대통령 기자회견은 지난 1월14일 신년 기자회견이 전부다. 지난 5월10일 문 대통령 취임 3주년 행사도 기자회견이 아닌 특별 연설 형식으로 치러졌다. 잠깐 주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청와대는 “이 자리는 기자회견이 아닌 특별연설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고 강조하면서 3가지 질문을 받는 데 그쳤다. 이후 대통령이 언론 질문을 받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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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홍세화씨. 사진=청와대, 미디어오늘.
▲ 문재인 대통령과 홍세화씨. 사진=청와대, 미디어오늘.

홍씨는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기자회견이나 국민 소통은 박근혜 대통령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며 “구체적 숫자를 댄다면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는 150회 정도라면 박근혜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은 10회 미만이다. 마치 소통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홍보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씨는 청와대 청원에 대해서도 “마치 옛날 임금에게 상소하는 방식”이라고 혹평한 뒤 “정치 지도자로서 우리가 갈 길을 이끌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홍씨는 한겨레 칼럼에서 문 대통령을 임금님에 비유한 것에 대해서도 “무엇보다 대통령은 (임금님과 달리) 불편한 자리나 불편한 질문을 피할 수 없다. 피해선 안 된다”면서 “문 대통령은 약속할 때는 대통령이지만 그것이 잘 지켜지지 않았을 때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런 모습은 대통령이 아닌 임금님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이를 테면 산업재해 사고로 사망한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현재 국회 본관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13일째 단식 중인데, 문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 공약이었던 이 법 제정이 이뤄지지 않는 것에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씨는 문재인 정권 실세인 586 운동권 세력에도 “이분들 너무 공부 안 한다. 20대 때 민주화 운동으로 계속 민주 완장을 차고 있다”면서 “그들이 진보 행세를 하고 있지만 진보가 우선해야 할 정책에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테면 “성소수자 문제라든지 차별금지법에 관해 보수 세력과 차별성을 보여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

홍씨는 정부·여당이 주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해 “검찰에는 민주적 통제를 가해야지 또 하나의 권력 기관으로 통제한다는 건 결국 옥상옥이 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가령 기소에 문제가 있을 때, 민간이 참여해 기소를 심의하게 하든지 피해를 받은 민간에게 공소권을 준다든지 등 방식도 있다. 권력기관을 통제하기 위해 또 다른 권력기관을 만드는 것에 치우쳐 있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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